[후기] 2025/4 ‘오염으로 바라본 용산다크투어’ – 윤형서

2025.04.25 | 군기지

[오염으로 바라본 용산다크투어] 4월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셨던 윤형서님께서 참여 후기를 보내주셨어요!

내가 다크 투어라는 말을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용산 다크투어라니? 용산에 어떤 어두운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궁금했다. 기회가 되어 이번 투어에 참여해 그이유를 확인했다.

이날 우리는 녹사평역 3번 출구에 모였다. 분명히 어제까지 벚꽃이 활짝 핀 따스한 봄날이었는데. 마치 우리가 어떤 이유로 모였는지 안다는 듯, 하늘은 비를 내려 분위기를 다크 투어에 걸맞게 만들었다. 우산을 쓰고 녹사평역 집수정-적산가옥-삼각지-캠프킴 부지를 돌아봤다. 혼자 보면 모르고 지나쳤을 법한 구조물이었지만, 박상욱 활동가가 발걸음을 멈추고 하나하나 설명해준 덕분에 그 이면을 볼 수 있었다. 지금도 매일 10L씩 오염된 지하수가 담기는 녹사평역 집수정, 오랜 기간 오염되어 공사를 시작하면 유해 물질이 흩날리기 때문에 가림막을 높게 올린 캠프킴 부지가 그렇다.

투어의 마지막 장소인 ‘용산 어린이 정원’ 역시 문제가 심각했다. 정원에 들어가기 위해 검문대에서 내가 갖고 있는 책자 하나하나 그 내용을 확인받아야 했고, 정원 안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때는 직원이 다가와서 확인하기도 했다. 또한 정원으로 개방해도 문제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로 제시한 보고서에는 유해성물질인 벤젠과 톨루엔은 노출 농도 측정에서 이유없이 빠져있었으며, 오염도를 판단하는 기준도 이렇다 할 설명없이 개방에 유리하게 제멋대로 바뀌었다. 어린이정원 부지는 비소, 아연, 수은과 같은 치명적 독성물질들이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크게는 36배까지 초과하여 공원이 될 수 없는 곳인데 말이다.

그저 평화로운 정원인 줄 알았다. 줄지어 심어진 나무들과 알록달록 피어난 꽃, 해맑게 웃어대는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시민을 위한 공간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날 찾은 정원 어디에서도 오염물질 위험을 안내하는 글은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이곳은 어린이를 위하고 생태와 가까운 정원이라는 점을 시끄러울 정도로 알리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용산 다크투어를 통해 어두운 용산의 민낯을 보았다. 오염을 덮어두고 보기 좋게 꾸며내어 시민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행태에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겉만 멀끔한 용산 어린이 정원은 누구를 위한 장소인가? 이를 모르고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는 부모들은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 더 많은 사람들이 다크 투어를 통해 용산정원의 진실을 알고, 아이들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 함께 목소리 내기를 바란다.

글 – 윤형서 참가자

정리 – 박상욱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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