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5/4 ‘오염으로 바라본 용산다크투어’ – 안새롬

2025.04.25 | 군기지

[오염으로 바라본 용산다크투어] 4월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셨던 안새롬님께서 참여 후기를 보내주셨어요!

녹사평 역에 도착했을 때 즈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이야기를 듣는(혹은 나누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주요 활동인데, 그것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비는 보슬보슬 내렸고, 처음 만난 사람들 사이를 채워주는 듯했다.

녹사평역 3번 출구 앞에 열 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용산 미군기지의 오염 실태와 적절한 조치 없이 조성된 공원화에 문제를 제기하다가, 일종의 시민 캠페인으로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했다. 같은 환경단체 소속의 사람들도 있었고, 미군기지를 연구하는 사람도 있었고, 집 앞에 미군기지가 있어서 용산 미군기지 문제를 알아보려고 온 사람도 있었다.

나는 환경교육 연구를 하면서 이런 저런 프로그램 사례를 조사하던 차에, 몇 년 전에 가지고 있었던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대한 관심을 살려 참가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나에게 소개해 준 친구도 이 날 함께 참여했다. 각자 자신의 실타래를 풀어가다가 여기에서 매듭처럼 만난 듯 싶었다.

나는 프로그램 진행자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서 과거에 이 곳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먼 옛날 이야기처럼 흥미롭게, 하지만 그것이 지금까지 지속되는 암담한 현실이어서 어수선한 마음으로 들으며 걸었다. 미군기지가 이전된 이후에도 여전히 오염된 지하수를 집수해야 하기에 용산 일대에 설치된 집수정, 미군기지에서 배출된 오염물질과 그 정화 문제를 두고 국방부, 서울시, 미군 사이에 잘 정리되지 않는 권한과 책임의 문제들, 그 문제들을 얕은 흙으로 덮어 가리워 만든 어린이 정원과 대통령 집무실…

해저에서 난파선을 만나, 난파의 현장을 되새김질 하면 오늘 마주한 현장에서 느낀 것과 같은 감정이 몰려올 것 같았다. 그래도 여럿이 걸어서인지, 용산의 오염현장을 돌아보는 다크투어임에도 암울하지는 않았다.

글 – 안새롬 참가자

정리 – 박상욱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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