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금요일, 오키나와 국제대학 구성원들과 함께 ‘오염으로 바라본 용산 다크투어’를 진행했습니다.





오키나와는 일본 전체 영토 대비 0.6%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 주둔 미군 기지의 75% 이상이 집중된 곳입니다. 2004년 8월에는 오키나와 국제대학 본관 건물에 바로 옆 미군 기지로 향하던 헬기가 추락한 대형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대학에서 지역환경정책학을 가르치는 스나가와 카오리 교수는 ‘오키나와환경네트워크’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이번에 학생들과 함께 한국의 미군 기지 대응 활동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이날 ‘오염으로 바라보는 용산 다크투어’는 녹사평역 3번 출구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2001년 지하수가 대량의 기름으로 오염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근에 설치된 집수정, 40개 넘는 지하관측정이 아직까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여느 때처럼 이태원 광장 한복판에 위치한 집수정 앞에서 해설을 마치고, 다음 길로 향하려는데, 일본에서 온 동행자들이 무언가를 둘러싸고 잠시 숙연한 분위기에 잠겨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너무나 익숙했기에 그동안 저에게 특별히 인지되지 않던 ‘용산 평화의 소녀상’이, 그들에게 잠시 거기 담겨 있는 역사의 아픔을 떠올리게 했던 것입니다.
이어서 2006년 커다란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재개발을 위해 오염정화 작업중인 캠프킴 부지를 들른 다음, 오염정화 없이 시민에게 졸속으로 개방된 ‘용산 어린이정원’ 내부를 함께 살펴봤습니다. 처음 방문한 현장임에도 미군이 남기고 간 오염현장, 그리고 옛 기지촌의 희미한 흔적에 그들은 어딘가 익숙해 보였습니다. 대학 도서관에서도 식당에서도 헬기 소리가 들려오고, 오키나와 역시 오랫동안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앓아왔기 때문입니다. 식민의 역사와 오염의 역사가 한데 녹아 있는 용산에서의 시간이, 오키나와에서 이어갈 활동과 공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투어를 마무리했습니다.
*문의: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 박상욱 활동가 (070-7438-8501 / deepeye121@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