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 국민도 배제된 밀실 SOFA협상 공개하라

2008.12.29 | 군기지

국회도 국민도 배제된 밀실 SOFA협상 공개하라


–  지난 9월부터 SOFA 개정 밀실 협상 진행중
– 핵심조항에 대한 관철 여부 불투명

미군기지 환경문제에 관한 한미 양국의 논의가 또 다시 비밀로 부쳐진 채 진행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미 양측은 지난 9월 30일, SOFA 합동위원회를 개최한 이후 수시로 실무회의를 거치면서 SOFA 환경 분야에 관한 개선 내용을 조정해왔다. 조만간 합의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협에서 SOFA 개정이라고 할 수 없는 일부 부속서 조항 변경에 그칠 것으로 보여 큰 우려가 된다. 협상 결과에 따라 최대 수조원으로 예상되는 41개 반환예정미군기지의 환경정화 비용이 우리 국민의 혈세로 낭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한 2008년 밀실협상

지난 2007년 국회는 ‘주한미군기지 환경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국회 상임위 차원의 정책 정문회로는 헌정 사상 최초였다. 환경오염이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졸속협상으로 미군기지를 반환받은 것이 이유였다. 청문위는 여야 정당들이 초당적으로 합의하고 진상규명에 나섰다.  당시 청문회를 개최한 국회환경노동위원회의 위원장은 현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였다.
청문회에서 미군이 오염시킨 기지를 그대로 떠안게 된 경위를 조사했다. 해당 국회의원들은 SOFA 조항의 불합리함을 확인하고 정부에 SOFA 개정 전에는 추가 미군기지 반환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결과 보고서를 채택했다.
정부 역시 심각한 정보 비공개 조항 등 일부 조항의 불합리함을 인정해, 미측과 SOFA 내용 변경에 관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국회에 보고조차 없으며 언론사, 시민단체의 공식 질의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와 정부 제출 자료를 종합해 보면, 지난 1월 14일을 시작으로 2~3개월에 한 번씩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진행했고, 9월 30일 SOFA 합동위원회를 개최했다. 이후 서울의 주요 호텔 등 시내 곳곳에서 실무 회의를 진행해 왔다.
정부는 미측과 SOFA 변경에 관한 협상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기국회 개회 후 국회의원들이 한국측 협상안과 경과를 질의를 했을 때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특히 핵심 협상 카드였던 ‘반환된 미군기지의 위해성 평가 결과 보고서’는 환경부 장관이 나서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일부 환노위 의원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부는 미측과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협상의 골자는 국가 안보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환경권과 건강권에 대한 문제이다.

미군기지 주변의 오염으로 인해 문제는 여전하다. 지금도 미군기지 인근 주민들은 환경오염으로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군산미군기지의 경우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내부에서 유류오염이 심각하게 발생했다. 하지만 제대로 정화하지 않아 외곽 지역의 주민들의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와 우물까지 오염시켰다.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한 것이다. 이처럼 미군기지 환경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협상은 은폐된 채 진행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이번 밀실협상의 결과에 따라 최대 수조원으로 예상되는 반환예정미군기지 환경정화 비용을 우리 국민의 혈세로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협상의 결과는 용산미군기지를 포함한 2014년 까지 반환 될 예정인 41개 미군기지의 반환 협상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한미 간에 은폐된 반환 미군기지 협상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지난 2005년 이후 반환미군기지의 협상에 대한 정보는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최소 3천억원이 넘는 정화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반환 미군기지 관련 협상에서 정부는 줄곧 거짓말 혹은 잘못된 판단을 해 왔다. 이번에도 외통부는 일단 믿고 기다려달라고 하지만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된 협상 결과가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근본 문제점까지 개선되어야 앞으로 미군기지 반환에서 논란 없앨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안은 ‘SOFA 개정까지는 힘들기 때문에 SOFA 합동위원회 합의를 통해 개선안을 도출하는 것’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SOFA 본문과 환경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 있는 문제점을 개선할 수 없다. 그래서  앞으로 미군기지가 반환될 때마다 매번 같은 논란이 계속 될 여지가 크다. 따라서 협상은 근본적인 핵심쟁점에 접근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SOFA 조항의 개정 없이는 미군기지를 돌려받을 때마다 수천억 이상의 천문학적인 세금을 고스란히 물어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의 건강권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국익은 없다.  

녹색연합 제안

1. 원상회복에 관한 SOFA 4조항 삭제

주한미군은 SOFA 제4조 ‘원상복구 의무가 없다’ 는 조항에 따라 환경오염에 대한 원상복구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01년,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으로 미군이 오염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SOFA 제4조는 미군이 필요에 따라 새로 설치한 건물과 공작물 등을 원상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원상회복의무를 면제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SOFA는 미합중국 군대에게 공여 받은 시설과 구역을 오염시킬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논란이 되는 이 조항을 아예 삭제해서 미군의 환경정화 의무를 부과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2. 미군기지의 환경 관리와 오염 치유를 국내 환경법 적용

국내 환경법과 상충되는 미군의 자의적인 치유기준과 환경 관리로 미군기지 오염 문제 해결은 항상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특히 미군기지 내부에서 벌어지는 환경오염에 경우, 한국 정부가 제대로 된 현황 파악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염에 대한 사전예방조치나 조사와 정화를 신속하게 할 수 없다.

독일의 경우, NATO-SOFA 독일보충협정 제53조에 의해 주독미군은 독일법을 준수해야 해야 하며 독일법상 규제되는 행위를 함에 있어서 독일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독일담당 공무원은 주둔지역 안에서 환경위반사항을 조사할 관할권을 가지며 비상시에는 미군에 통고 없이 기지를 출입 할 수 있다.

3. 환경 조사 기간 연장

SOFA 환경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의 세부 내용인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에 규정 되어 있는 105일 동안의 환경조사 기간으로는 면밀한 오염 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 특히 현장 조사기간은 50일로 한정되어 있어 한국 정부에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오염도 조사를 실시하기 어렵다. 부산 캠프 하야리야의 경우, 짧은 환경조사 기간으로 인해 75% 밖에 조사가 진행되지 않고 중단되었다.  

4. 정보 비공개 조항 삭제

미군의 환경오염은 한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은폐되어 왔다. 미군과 한국정부는 SOFA 운영절차 부속서인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A’ 7조의 ‘정보  교환 및 조사 정보 배포는 환경분과위원회 양측 위원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정보 비공개의 타당성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국내 사법부는 이러한 태도가 위법적 성격의 사안임을 밝힌 바 있다. 2007년 6월 13일, 서울고등법원은 환경부가 정보 비공개 근거로 든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A’는 국회 비준을 거치지 않은 한미간 합의서로 정보공개법에 의하여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외교 협상에 불리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보비공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5. 반환 이후 발견되는 오염을 미군이 책임 질 수 있도록 사후 검증 조항이 신설

작년 기지 반환 이후에 내부 조사를 거친 결과, 반환 협상에서 미측이 줄곧 약속했던 8개항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PCB 품목 제거, 에어컨 냉매제 제거 등의 정화에 관한 약속이었다.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후에 발견되는 오염에 대해 한국이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

독일의 경우, 라인마인 미공군기지 이전에 관한 협정을 통해 미 공군은 반환 후 3년 이내에 확인되는 환경오염도 치유할 책임을 지고 있다. 또한 캐나다의 경우, 24개소의 미군부지를 반환 받은 후 실시한 오염정화 사업의 비용 일부를 미군으로부터 받은 바 있다.

<반환 미군기지 관련 경과>

ㆍ2003년 5월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 합의
  ; 정부는 부속서 A를 통해 반환될 미군기지는 모두 미군이 치유할 것이라고 장담

ㆍ2003년 12월 아리랑 택시부지 반환 보도자료 발표
  ; 환경부, 국방부는 부속서 A가 적용된 첫 사례로, 앞으로도 미군이 반환 미군기지 오염 치유할 것이라고 장담

ㆍ2006년 2월 반환 미군기지 15개 오염 실태와 비공개 협상 과정 언론을 통해 보도
  ; 15개 기지 중 14개기지 국내 오염 기준 초과

ㆍ2006년 7월 14일 9차 SPI회의 결과 브리핑, 15개 미군기지 반환 최종 결정

ㆍ2006년 7월 15일 19개 미군기지 관리권 이양
  ; 미군측 조치 사항에 대한 점검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열쇠를 넘겨받음
  ; 폐기물 , PCBs 등 미군이 약속했으나 이행되지 못한 점 다수 발견

ㆍ 2007년 6월 25일 국회 환경노동위 청문회 개최
  ; 캠프 에드워드 등에서 지하수에 떠 있는 기름 확인
  ; 명확한 오염 정화 기준 설정 등 SOFA 개정 요구

ㆍ2008년 11월 23개 반환된 미군기지 정화 비용 3200억원으로 증가
  ; 당초 환경부, 국방부는 1197억원을 주장했으나 정화 비용은 예상대로 계속 증가했음
  ;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가능성 남아 있음

2008년 12월 29일

녹색연합

문의 : 황민혁 녹색사회국 016-775-8061 , lifepeace@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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