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8 녹색의 눈 – 미8군, 독극물 한강 무단 방출 그 이후

2001.10.19 | 군기지

이유진 / 녹색연합 사업1국

“한국 국민께 불안과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가슴 깊이 사과한다” 지난 7월 24일, 미8군사령관이 주한미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힘든’사과였다. 이는 미군 병사의 한국인 살해사건, 매향리 포탄투하 사건, 독극물 방류 사건 등 연이어 터진 미군범죄, 사고에 대한 들끓는 여론에 밀려 취해진 조처인듯,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사과였다.
페트로스키 미8군사령관을 대신해 사과문을 전달한 새무얼 테일러 주한미군 공보실장은 여전히 “주한미군은 이번 포름알데히드의 방류량이 한국 국민의 건강에는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였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했고 “조사가 진행 중인만큼 처벌 상황에 대해 명확히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군은 미군 사망시 본국송환을 위해 방부처리 할 때 쓰이는 유독 화학물 프롬알데히드를 20박스(1박스 당 475ml, 총 480병)를 한꺼번에 한강으로 흘려보내고도 여전히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약품의 사용설명서에는 ‘독극물’‘독성이 희석되지 않음’‘암을 유발함’ ‘사용시 마스크를 착용할 것’ 등이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실제로 포름알데히드에 관한 Schenke보고서에 따르면 사람이 포름알데히드 용액 30ppm정도에 노출되면 질병증상이 나타나고, 100ppm이상에서 1분 이상 노출될 시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미군이 한국민 앞에 공개하기로 약속한 조사보고서에 주목해야 한다. 어떤 근거로 그들이 포름알데히드 한강방류가 인체에 전혀 무해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야야 할 것이다.

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방출한 사실이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지기까지, 그 분노가 모여 불평등한 한미주둔군 지위협정 개정의 목소리로 이어지기까지는 제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 있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포름알데히드의 유해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며, 다시는 이 땅에 독극물이 함부로 버려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그런 엄청난 일을 지시한 사람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였다. 우리는 이와 똑같은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났다면 과연 방류를 지시한 미육군 영안소 부책임자인 Mr. Mcfarland, Albert L씨가 독극물 사건이 이슈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키나와 출장을 다녀오고 서울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을까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미군이 사과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실랑이를 벌일 때, 오키나와에서는 클린턴 대통령이 모리 일본총리와의 회담에서 미군범죄에 대해 공식사과하고, 연간 1천800억엔에 달하는 주일미군 시설 지원비 가운데 연간 33억엔을 삭감하는데 합의했다. 이 차이는 단지 한국과 일본의 국력차이가 아니었다. 2만7천1백 명이나 되는 시민이 가데나미공군 기지를 인간띠를 이어 둘러싸며‘오키나와에 평화를’이라고 외쳤으며, G8 정상회담이 열리는 동안 오키나와 곳곳에선 ‘반기지’‘평화’시위가 이어졌다.

우리국민은 이번 미군기지 독극물 무단방류 사건을 쉽게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 주한미군의 사과는 불합리하게 규정되어 있는 SOFA 개정을 위한 처음 한 걸음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땅의 환경을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수많은 미군기지가 사라지고 이 땅에 반전과 평화의 기운이 자리잡기까지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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