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서울의 땅과 지하수가 오염되고 있다

2013.06.24 | 군기지

서울 한복판에서 기름이 계속 나온다

서울에서 유전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아닙니다. 용산 미군기지 인근에서 기름에 오염된 지하수와 토양이 10년 넘게 관측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 녹사평역 지하수와 2006년 캠프 킴 인근 남영동의 기름 오염 사건 이후 서울시는 미군기지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정화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지하수 수위와 표면에 떠있는 기름 두께를 측정하여 오염도를 분석하고, 오염된 지하수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양수 처리를 해왔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지하수 오염도 측정 결과 녹사평역 주변의 경우 유류 오염물질(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크실렌, 석유계 총탄화수소)의 오염범위가 확대되었고, 캠프 킴 주변은 오염지하수 정화기준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염이 확인된 기지 주변의 면적만 최소 1만2235㎡입니다. 실제 80만평에 달하는 기지 내부의 오염 면적과 정도는 과연 얼마만큼 일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10년 이상 기지 인근 토양과 지하수에 기름 오염이 계속 나타나는 이유는 시설 노후화와 미군 측의 방관 때문이라 추정됩니다. 대부분 지하에 매설된 저장고나 송유관이 부식되어 기름이 누출되는데, 미군은 시설의 점검과 보수에 신경 쓰지 않고 있고, 그로 인한 오염 문제에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2016년 반환 예정인 용산 미군기지에는 총 사업비 1.2조원 규모의 국가 공원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국토교통부는 공원 설계 공모를 마치고, 국가 공원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만 오염된 기지의 정화와 비용 책임에 대해서는 별 대책이 없습니다. 정화비용 1,030억을 사업비에 포함시켰지만 추정치에 불과해 얼마나 초과될지 알 수 없고, 그 비용을 한국 정부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도 절차에 맞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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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땅은 독극물 처리장?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2006년에 개봉했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기억하시나요? 한강에 나타난 괴물과 맞서 싸우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이야기이지요. 2000년 용산 미군기지 내 독극물 무단방류사건(시체방부 처리용 포름알데히드 470병을 아무런 정화 처리 없이 싱크대 하수구를 통해 한강으로 흘려보냄)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입니다. 당시 방류 지시를 받았던 군무원이 녹색연합에 제보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국민적 공분을 낳았었습니다. 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2001년 2차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통해 환경 관련 조항이 신설되었습니다.
2011년에는 퇴역한 미군 병사가 경북 왜관 ‘캠프 캐럴’에서의 고엽제 매립 사건을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식물을 말라죽게 하고 동물에게는 기형과 암을 유발하는 맹독성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 250드럼(5만2000여리터)을 낙동강 근교에 묻었다는 증언은 충격이었지요. 이외에도 인천의 캠프 마켓, 부천의 캠프 머서, 춘천의 캠프 페이지, 부산의 캠프 하야리아, 군산 비행장 등등 미군기지 환경 오염문제는 끊이지가 않습니다. 내부의 제보가 아니면, 기지 바깥으로 오염이 확연히 번져 나와 알게 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SOFA 조항 때문

서울시의 정화 작업은 용산 미군기지 바깥에서만 이루어집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으로 인해 오염원인 용산 미군기지 내부 조사를 할 수도 없고, 그동안 발생한 토양․수질 오염 정화비용 수십억 원도 서울시에서 부담하고 재판을 통해 국가로부터 환수 받습니다.
2001년 신설된 SOFA 환경조항에는 미군이 한국의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한다는 선언적 조항만 있습니다. 그 외에도 ‘노력한다, 논의한다’ 등의 원론적 내용이 있을 뿐 미군의 법적의무, 환경 범죄의 경우 행위자 처벌, 환경 정화 비용의 지불 등에 대한 명시적 강제 규정이 없습니다. 미군은 환경오염 정화기준에 대해서도 ‘인간 건강에 대해 널리 알려진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일 경우에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어서 그 해석의 모호함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요. 기지 반환 시 ‘원상복구 의무가 없다’는 SOFA 제 4조는 미군의 보상 책임을 면제하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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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주권 되찾아야

그동안 서울시의 지속적인 요청과 압박으로, 지난 17일 용산 미군기지 오염 사건에 대해 논의하는 SOFA 합동위원회 산하 ‘환경분과위원회’가 열렸습니다. 회의 결과 환경부, 주한미군 측, 서울시 관계자는 용산 미군기지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공동실무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 합의가 형식적인 위원회 구성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용산 미군기지 내부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합니다. 또한 재발 방지와 전국의 미군기지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상시적으로 기지에 출입해 조사할 수 있는 환경 감시권과 정보 청구권이 한국에 보장되어야합니다. 녹색연합 등 여러 환경․시민단체는 근본적 해결책인 SOFA 개정의 목소리를 모아내려고 ‘한미 SOFA 개정 국민연대’를 꾸렸습니다. 환경 부문에 있어 오염자부담원칙이 분명히 적용되고, 환경주권의 실현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와 안전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SOFA 개정을 위한 노력들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작성 : 정책팀 신수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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