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환경문제 1] 미군은 미국 내 최대 오염원

2005.08.08 | 군기지

지난 7월 14일~16일까지 미국 텍사스 남부의 멕시코 국경과 맞닿은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제2회 군기지 환경에 관한 회의에는 미국 내 13개 지역과 오키나와, 필리핀, 한국 등 해외 참가자들이 미국 내 기지를 포함해 전 세계 미군기지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환경정화 의무를 등한시하고 정화 예산을 삭감하는 미 국방부를 한 목소리로 비난하였다.

——————————————————————-

미군기지 환경오염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사회문제이지만, 한국과 미국의 외교,안보 관계가 얽혀 해결책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있다. 여전히 군산 미 공군기지 주변에는 오염된 토양이 3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이런 문제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일까.

매향리 폭격장을 여의도로!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미 공군 폭격장 주민대책위 사무실에는 폭격장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절규가 쓰여있다. 소외된 지역과 계층에 무관심한 우리 사회와 군 당국에 보내는 이 메시지는 미국에도 유효하다. 유해 폐기물이 도심에서 멀어져 우리 관심에서 벗어날 때 그것들이 결국 가는 곳은 인디언 마을이었다. 마찬가지로 노동자, 소외 계층이 살고 있는 곳에서 군 기지로 인한 환경, 건강 피해에 미 국방부는 모른체 하고 있다.



유전과 사막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미국의 텍사스 주는 원래 멕시코 영토였으나 미국이 차지한 곳이며 샌안토니오 시는 멕시코 국경과 가까워 이 도시의 서남지역의 90%가 멕시코계 미국인이다. 500만평이 넘는 켈리 공군기지는 2001년에 폐쇄되었지만 미 공군 엔진의 50%를 생산하던 켈리 공군기지는 핵 물질을 다룰 만큼 중요 기지였으며 전체 면적 500만평의 엄청난 규모였다. 2001년 폐쇄되었지만 주변 환경오염,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아직도 지역의 큰 이슈로 남아 있다. 마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북 기지로 나뉘는데 북 켈리 지역 성인의 90% , 아동 75% 이상이 복합 질병에 시달리고 있고, 동 켈리 기지 주변 주민의 45%가 각종 암을 앓고 있다. 2004년 조사결과는 더욱 충격으로 동 켈리 지역의 절반에 가까운 가정이 암 질환 환자를 가족 구성원으로 두고 있다.

미국의 50개 중에서 면적은 가장 크지만, 두 번째로 적은 인구가 살고 있는 알래스카. 그곳에는 700군데가 넘는 오염된 군사시설이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불과 6군데만 슈퍼펀드(Superfund)목록에 올라 군당국, 알래스카 주정부, 미국 환경청(EPA)이 오염 정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본래 슈퍼펀드는 심각한 오염으로 많은 자금을 한꺼번에 투여하면서 긴급한 정화가 필요한 오염지역을 선정하여 문제를 해결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제정 30년이 지난 현재 선정 지역이 수 백군데로 늘어나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또 환경정화작업을 진행하면서 주변에 살고 있는 에스키모를 비롯한 선주민(native tribes)을 정책결정 파트너로 인정해주지 않아 주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피해를 입고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연방정부가 보유한 시설의 34%, 정부 소유토지의 3%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 시설들은 슈퍼펀드 목록 160개 중에서 129군데로 81%를 차지할 만큼, 오염정도가 심각하다.(1995년자료) 그러나 미 국방부의 환경 보전노력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환경 조항에서 군사시설 예외 조항을 만들려는 시도뿐 아니라 환경정화 비용을 삭감하고 있다. 미국은 CERCLA(환경복구 배상책임법, 일명 슈퍼펀드법)라는 보상법을 통해 환경 오염자가 정화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미 국방부도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기지 환경정화를 권고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런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위스콘신 주의 ‘배저 탄약공장’(Badger Army Ammunition Plant)을 비롯해 폐쇄한 탄약시설을 다른 조치없이 소각하거나 철거하려고 한다. 미국 연방법에는 페인트에 PCB가 일정정도 이상 함유된 폐기물 소각을 금지하고 있는데, 배저 탄약공장은 PCB 기준치를 400배나 초과하고 있다. PCB는 1929년 처음 생산되었는데 발암물질로 규정되면서 78년 미국에서 사용 금지되었다. PCB가 포함된 물질을 소각할 경우, 다이옥신 등이 배출되어 대기 중에서 약 16Km까지 확산된다. 주민들은 이 때문에 생길 면역체계․호르몬 이상, 신장 이상, 암 발생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환경문제라 하면 기지 내부로 국한시키기 급급하여 오염물질이 지하수를 따라 주위에 확산되고 이로 인한 주민 피해, 주위 환경까지 오염시키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계획을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기 때문에, 주민들은 앉아서 피해만 당하는 꼴이다. 정부의 뾰족한 해결 노력 없이 백혈병 등 각종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주민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많은 풀뿌리 단체는 피해자들이 직접,간접 연결되어 있다.



미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군기지 환경, 보건 문제를 통해 미 국방부의 환경정책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미군은 평화, 자유 수호라는 명분으로 세계 곳곳에 기지를 건설하고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고, 그럴수록 미국 내에서도 안보, 국방은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된다. 그러나 지하수가 오염되고, 아이들이 병들어가는 사람들에게 미군이 그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은 해당되지 않는다. 환경은 국방이나 안보보다 사람들에게 더 직접 다가오기 때문이다.

글 : 녹색평화국 고이지선 간사 02-747-8500

녹색연합의 활동에 당신의 후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