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과 환경오염 정화 책임

2006.05.09 | 군기지

▲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5년 11월 경주에서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 : 청와대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요즈음 자주 우리 국민에게 위협과 불안으로 나오는 단어가 동맹이다.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동일한 행동을 취할 것을 맹세하여 맺는 약속이나 제휴관계’라는 것이 국어사전에 실린 의미인데 굳이 사전의 의미를 들지 않아도 동맹은 일방의 관계가 아니라 공동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맺는 것이라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야말로 서로 좋아야 하고 상호 이익이 나야 하는 것이다.

지난 시기 한미동맹은 대북억제라는 방어형 군사동맹의 성격을 가지며 분단국가에 사는 우리 국민에게 다른 것을 희생해서라도 강고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최근 주한미군 재배치, 주한미군의 전략유연성 등 한미동맹의 목적이 바뀌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한미동맹으로 우리 국민들이 얻게 될 공동의 이익이 무엇인가는 분명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대북선제공격이라는 공격형 동맹, 대중국 봉쇄라는 동북아 분쟁에의 개입이라는 동맹의 성격이 아주 심각하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동맹의 목적을 변경하고 강고히 하는 의사결정과정에 우리 국민의 의사는 배제되어 있다. ‘국민은 관여하지 말라, 알 필요 없다’는 과거 군사이데올로기에 주눅 들어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평택 대추리, 도두리에서 애지중지 땅을 살리고 섬기며 살아 온 주민들을 군병력을 투입해 몰아내고 미군이 들어설 군사지역으로 철조망을 치더라도 한미동맹이 우선이고, 반환받는 미군기지 환경정화를 미군이 책임지지 않아도 한미동맹이 우선이라고 한다.

도대체 한미동맹을 하면 우리 국민에게 뭐가 좋으며 어떤 살기 좋은 미래를 보장하는 것인가? 대북선제공격을 목표로 한 동맹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지향하며 6.15 공동선언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민족의 이익과는 정반대의 길을 갈 우려가 크다. 또한 대중국 봉쇄를 목표로 한 전략유연성은 동북아평화와 다자간안보협력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 지난 4월 10일 주한미군사령관이 예비역 장성모임인 성우회에서 한 ‘한국이 반환기지 환경오염 문제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면 한미동맹을 저해할 것이다’고 한 발언은 한미동맹에 대해 미국이 얼마나 일방성을 갖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반환예정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 책임은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주한미군이 마땅히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지난 2001년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의 노력으로 신설된 환경조항에 따라 주한미군은 한국법을 존중하고 한국 내 환경보전 노력을 기울일 것을 합의했다. 또한 양국 정부는 2003년 ‘반환기지 치유에 관한 합의서’를 통해 반환미군기지 오염은 미군측이 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주한미군이 주둔국의 환경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지난해 미군기지 반환절차에 들어서면서 주한미군은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이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KISE)’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오염 정화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가 반환예정 15개 미군기지를 오염조사한 결과 14개 기지가 기름유출로 인한 토양오염 등 환경기준치를 넘는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환경법은 법정 유해물질이 환경에 배출되거나 배출될 우려가 있는 경우 정화조치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그 외의 판단을 요하는 경우에 한해 KISE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법, 미국법 모두를 고려해도 현재 반환예정 미군기지는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어 미국이 깨끗하게 정화하여 한국 국민에게 돌려 주는 것이 마땅하다.

캐나다-미국간의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를 둘러싼 협상과정에서 캐나다 정부가 견지한 원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96년 미국은 캐나다 정부에 서한을 보내 ‘미국은 법적으로 오염정화책임이 없지만 캐나다와의 동맹관계를 고려하여 호의를 베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미국은 국제법상으로 분명한 정화책임이 있으며 정화비용 전체를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냈다.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미군이 환경문제에 ‘성의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안을 받아들여 한미동맹의 금이 가지 않도록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태도를 보여 왔다. 신임 환경부장관은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미국이 책임지고 정화하도록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화창한 봄날, 자연의 법칙은 연두잎 춤추는 봄의 향연을 열어 모두가 그 아름다움과 행복을 향유하는 주인이 되도록 한 것처럼 모두에게 이로운 법칙과 진실보다 앞서는 한미동맹은 없다는 것을 한미당국은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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