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오염 정화 없는 용산 공원 시범 개방, 불법과 불공정 그리고 몰상식의 총화

2022.06.10 | 군기지

“우리가 알고 있던 법치가 돌아오고, 우리가 알고 있던 공정이 돌아오고,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이 돌아오는 날로 만들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자 지명을 수락하며 했던 연설의 일부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법치’, ‘공정’, ‘상식’이 가리키고 함축하는 의미만 곱씹어보자. 통치자의 자의가 아니라 법에 의해 국가권력이 통제되고 제한되는 법치, 치우침 없이 공평하고 올바름을 의미하는 공정, 보통 시민들의 관점에서 이해되고 분별되는 상식말이다.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기본 덕목이지만 실은 우리가 매번 갈망하듯 부여잡는 마지막 보루다.

오늘부터 정부가 ‘시범 개방’하는 곳은 지난 2월과 5월에 반환받은 주한미군부지 일부다. 120년 넘게 외국 군대가 주둔하면서 우리 주권이 미치지 못한 대표적인 치외법권 지대다. 그리고 우리 정부 주관의 유해성 조사 보고서는 이곳이 토양환경보전법상 공원이 들어설 수 없을만큼 오염이 심각하다고 말하고 있다. 숙소부지는 TPH 수치(석유계 총탄화수소. 토양의 기름 오염 정도를 의미)가 공원 조성이 가능한 기준에서 29배를 초과하고. 지하수에서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벤젠과 페놀류가 기준치의 3.4배, 2.8배를 웃돈다. 푸드트럭을 가져다가 쉼터를 만들었다는 스포츠필드도 TPH는 기준치를 36배 초과하고, 최악의 독성물질 중 하나인 다이옥신도 검출되었다. 그런 곳을 ‘용산 공원 시범 개방’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을 대상으로 오늘 행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분명히 현행법상 공원으로 사용할 수 없는 곳을 ‘시범’, ‘임시’ 등의 교묘한 말장난으로 정부가 편법을 저지르고 있다. 그것도 다름아닌 ‘법치’, ‘공정’, ‘상식’을 최고 가치로 여기겠다는 윤석열 정부에서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주 3회 2시간씩 25년을 용산공원에 가도 문제가 없으니 안전성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럼 주 3회 3시간씩 25년을 가면 암에 걸린다는 말인가. 도대체 어느 나라 공무원이 국민의 건강권을 가지고 확율에 기댄 추정치로 단정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환경오염물질이나 환경오염원의 원천적인 감소를 통한 사전예방적 오염관리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환경정책기본법은 정부의 사전예방원칙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오염 실상을 분명히 알고도 보여주기식 관람쇼를 위해 국민건강권을 걷어차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제한적인 토지피복이나 일률적인 시간제한 등으로  괜찮을 수 있다.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의 경우 오염물질 노출에 훨씬 취약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악덕 사기업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건강권을 책임진 우리 정부가 몰상식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한사람으로 비감함을 느낀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의 작은 위험까지도 제거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세울 것이다. 그것이 법치고 공정이고 상식이다. 응당 용산 반환미군기지를 두고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첫 번 째가 오염정화인 이유다.

오염정화 없는 용산 공원 시범 개방 중단하라!

윤석열 정부는 불법과 불공정 그리고 몰상식의 폭정을 멈춰라!

2022년 6월 10일

녹색연합,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문의) 녹색연합 사무처장 정규석 (010-3406-2320, nest@greenkro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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