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답사] 2. 향로봉의 야생초

2007.08.27 | DMZ

향로봉에 올랐다. 비무장지대 일원의 생태우수성을 이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인간의 간섭이 제한되어 있어 천연의 숲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고, 동·식물상이 잘 보존되어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기에 1973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향로봉(1,296m)은 강원도 인제군과 고성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진부령에서 군부대 검문소를 지나 비포장길을 올랐다. 향로봉은 대부분 민통선 지역이기 때문에 군부대의 허가 없이는 접근이 어렵다. 칠절봉을 지나친 후, 걸어서 향로봉으로 향했다.

군용트럭이 지날만한 너비로 난 작전도로를 따라 오르는 길에 산비탈로 야생초가 즐비하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짙은 주황색의 동자꽃이었다. 동그랗고 환하게 피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조금 더 진행하니 서양의 에델바이스로 유명한 왜솜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희귀종이기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올라가면서 더 넓게 펼쳐지는 왜솜다리 군락을 보며 모두들 놀라워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즐겁게 한 것은 환경부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된 솔나리를 보고나서이다. 부드러운 분홍색으로 옷 입은 솔나리의 자태는 몹시 아름다웠다. 그 외에도 희귀식물로 잘 알려진 금강초롱과 도깨비부채도 볼 수 있었다. 송이풀, 노루오줌, 물봉선, 강화리, 당귀, 고비, 쉬땅, 말나리, 마타리도 자주 눈에 띄었다.

왜솜다리, 솔나리, 금강초롱, 도깨비부채, 동자꽃은 모두 고지대에 햇빛이 많고 습한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초들이다. 사람의 간섭이 없었을 때는 숲에 가려 햇빛을 받지 못해 자라지 못하던 꽃들이, 군사작전을 위해 낸 군용길 산 비탈로 군락을 형성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자연은 언제나 각자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놀라운 생명력과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녹색연합은 현재 OBS 경인방송의 ‘희망의 땅 DMZ’ 프로그램에 전문가와 탐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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