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토론자료3] 남북환경협력을 위한 민간부문의 진행과정과 향후 의제

2001.10.18 | DMZ

○ 작성자:정책부
○ 작성일:1999년 9월 10일(금) 17:08

[녹색연합 정책토론자료 96. 5] ‘남북환경협력의 현황과 방향성’

남북환경협력을 위한 민간부문의 진행과정과 향후 의제
남 상민(南相旻) / 녹색연합 연대사업부장

1. 머리말

남북한 환경협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최근 몇년들어 급격히 높아졌다. 환경에서는 지난해 남북한 환경공동체 선언을 한 바 있고, 지난 4월에는 대통령이 환경복지 구상에서 남북환경 협력을 5대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민간부문에서도 한반도 생태공동체 건설을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적지 않았고, 이런 결과로 몇차례의 남북한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특히 남북환경 협력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환경현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의 부족으로 연구 작업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환경실태 파악이 동독 등 동유럽의 붕괴후 드러난 환경관리 실태와 북한의 경제수준을 비교평가하여 상황을 추정하거나 북한 방문자나 월남자의 체감적 경험을 토대로 오염정도를 정리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는 환경문제가 주석담화나 교시 등에서 어떻게 언급되고 있는지를 통해서 문제의 심각성과 인식의 흐름을 이해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하고 있다. 이것은 주석교시 등이 실천성 보다는 선언성을 더 띨 수도 있지만, 북한의 환경문제를 전반적·객관적으로 파악하는데에는 다른 접근방법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환경문제에 대한 북한의 논문이나 문건들도 환경오염 현상의 일반적 형태나 환경관리의 원칙적 중요성을 다루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례를 거의 다루고 있지 않아 객관적 연구를 위한 1차 자료로써의 효용성이 별반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인해 사회적 논의 수준에 비해 연구성과물은 상당히 제한적이며, 남북한의 환경협력을 위한 의제개발에도 어려움이 있다. 물론 환경협력 의제개발에 있어 중요한 조건은 정확한 환경실태 파악과 아울러 남북한의 정치적 관계 및 이 틀속에서 진행될 수 있는 가능한 환경협력의 수준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특히 환경문제가 자본주의 체제모순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강조해온 기존 사회주의 국가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환경협력이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가 될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하여 의제의 현실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북한도 광공업 위주의 산업구조상의 특성, 환경관리에 있어서의 경제체제의 비효율성, 사회주의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드러난 환경파괴 과정에서의 정치제제적 특성 등으로 인해 심각한 환경문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객관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간혹 북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지나치게 과장 혹은 강조되거나, 환경협력이 남한에서 북한으로 일방적인 시혜 형태로 진행되어야 할 과제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것은 서로 협력으로 이루어져야 할 한반도 생태공동체 건설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남북한 환경협력이 남한의 심각한 환경파괴 실상은 무시한채 북한의 정치·경제적 특성과 환경오염이라는 문제에만 국한되어 강조될 때, 정치적 의제에 가까운 환경협력이 시작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환경문제를 사회역사적으로 인식하고, 발생과 피해의 보편적 특성과 해결을 위한 지역적·지구적 상호협력을 강조할 때 구체적인 협력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경없는(borderless) 연대를 강조하는 민간 환경단체의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당국간 논의에 앞서 선언적인 수준의 합의라도 도출해 낼 수 있는 민간교류는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는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간 협력의 기본틀을 만들어내는데도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민간단체의 구체적 역할에 대한 논의나 민간교류 형식으로 해나갈 수 있는 의제개발을 위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이제는 남북한 환경협력의 중요성이나 민간부문의 역할이 원칙적 수준에서 강조되는 것 보다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며, 의제의 실천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뒤따라 주어야 한다. 또한 한반도 전체가 점점 심각하게 파괴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막고, 생태적 조화를 조금이라도 더 회복하기 위해서는 남북환경협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건전한 관심이 필요하다.

2. 남북한 환경협력 논의의 흐름

남북환경 협력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과제로 논의되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상황이 전제될 수 있다.
첫째. ‘통일’이 멀지 않은 미래에 현실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독일통일이 “옛 동독의 생태적 재건계획” 등 옛 동독 지역의 환경오염 제거 및 복구를 위해 막대한 규모로 재정지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한반도 통일비용에서도 환경부문이 차지할 비중이 결코 작지 않으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동유럽 체제의 붕괴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심각한 환경문제에서 북한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주의 체제의 환경문제와 한반도의 통일 후 환경관리라는 과제가 우리의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둘째로 환경협력이 남북한간의 교류·협력 의제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며, 또한 양자의 실질적인 협력기반을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 역시 환경문제가 전혀 없는 것으로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남북환경협력이라는 과제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협력의 틀을 마련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것은 아니지만 북한도 지구환경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나 남북한이 함께 하는 북서태평양해양조전계획(NOWPAP) 등 지역환경협력체에 가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협력 논의의 기틀은 다져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세째로 동북아 지역환경 협력에 있어서 남북한의 공동보조가 필요하다는 점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산성비 등 동북아 지역의 월경성대기오염물질 문제나 러시아 핵폐기물의 동해투기 등은 남북한이 이해를 함께 하는 사안이다. 특히 산성비나 황해오염 문제는 남북한과 중국이 앞으로 본격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측면에서 남북한간의 논의나 협력이 필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남한에 내리는 산성비에 섞여 있는 아황산가스의 16%는 중국으로부터 날아온 것이며, 북한은 그 영향이 훨씬 큰 34%에 달하고 있다. 현재 한·중간의 대기환경협력은 오염물질 발생원 추적 공동작업 등으로 활발히 진행되어 가고 있어 북한이 향후 동북아환경협력회의 등의 지역협의체에 참여할 때 이 사안은 남북환경논의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네째로 남북화해의 상징으로서의 남북환경협력이다. 특히 비무장 지대의 생태상을 남북한이 공동으로 조사하고, 국제적인 평화·생태공원으로 조성하자는 논의가 그동안 다양한 부문에서 이루어졌다. 환경단체나 정부의 담당부처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단체에서도 활발하게 주제로 삼아온 비무장 지대의 생태공원화는 분단의 아픔을 화해로 승화시키는 가장 극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나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비무장 지대 뿐만 아니라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 환경협력도 화해의 상징가치로서 유용하다.
다섯째 남북경협의 활성화에 따른 환경오염의 이전문제이다. 최근 정부가 협력사업범위의 한계선으로 삼아온 투자한도 기준 5백만달러를 사실상 철폐하고, 북한의 사회기반시설 분야의 투자협의를 허용함으로써 대북 직접투자 형태의 경협규모가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한편 북한에서는 지난 86년 환경보호법을 제정하고, 외국기업의 투자와 기업활동에 의한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90년대 들어 여러 법규를 제정한 바 있다. 그러나 나진·선봉 지역에 가전제품, 방직, 식료품 등 70여개의 투자유망 품목을 선정·유치하여 2010년까지 국제교류 거점으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할 역할을 할 한국자본이 어느 수준의 환경관리체계를 갖출지는 의문이다. 이미 한국기업들이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공해기업 수출을 활발히 하고 있는 현실과 통일전 동서독의 경협이 서독에서 동독으로 엄청난 공해 이전을 가져왔다는 점 등을 볼 때 남북한의 경협도 환경적인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한이 외국자본 투자에 대한 환경관리 기준을 법제화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구속력있게 집행될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남한기업 입장에서 대북경협이 공해배출구를 갖는 것이 되지 않도록 결국 남한내부에서 윤리적, 법제적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3. 한반도 생태공동체를 위한 민간부문의 진행과정

한반도 생태공동체를 위한 노력은 정부차원의 노력보다는 민간부문에서 앞서 나갔고, 그동안 여러차례의 남북한 만남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제안된 사업에 대해 북한이 아무런 반응도 보여오지 않음으로 인해 기본적인 만남 조차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지난 89년부터 최근까지 민간부문에서 남북환경협력을 위해 이루어진 만남이나 대북접촉 시도 현황을 보면 ① 생태학자나 단체에 의한 백두산, 비무장지대 등 생태계 조사 제의 : 6건 ② 민간환경단체에 의한 환경회의 개최 제의 및 회의 참가초청 : 5건(1건은 접촉 불허) ③ 국제기구 등을 통한 남북한 전문가 만남 : 4건 (UNESCO 동북아 생물권 보존지역 공동 비교연구 사업,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동아시아 국립공원 및 자연보존 지역 회의, 동북아시아·북태평양 환경포럼)등이 있다.
그러나 국제기구나 네트워크 차원의 사업이 아닌 순수 민간차원에서 제안된 10건의 생태계 조사나 환경회의 초청 중에서 성사된 것은 녹색연합,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북한 조선반핵평화위원회, 태국 출라롱콘대학교의 Focus on the Global South등이 공동주최 형식으로 95년 10월에 방콕에서 개최한 “환경과 개발에 관한 동북/동남아시아 회의”가 유일하다. 환경문제에 관해서 남북한 민간부문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국제회의 형식을 빌어 개최한 이 회의에는 북한에서 5명, 남한 8명, 필리핀, 말레이지아, 싱가포르, 미국 등에서 각 1명과 태국 학자들이 참석하여 APEC의 진행방향과 문제점, NICs의 경제개발 모형과 환경사회적 비용문제 뿐만 아니라 남북한의 환경과 개발문제의 세부 현안에 대해서도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사흘간 진행된 이 회의에서 북한측 참가자는 환경기술의 이전 및 정보교류의 중요성, 지역환경협력의 강화등을 강조하고, 실질적인 과제를 논의하는 후속모임을 제안하였다.
이에 앞서 북한 생태학자 3명이 9월 24일에서 29일까지 일본 홋까이도에서 열린 동북아시아·북태평양포럼의 4차 회의에 참석, 생태계 공동 조사 등을 논의하였다. 이 포럼은 지난 92년 동북아시아와 미국 등의 환경 전문가의 네트워크로 결성되어 매년 각나라를 순회하며 개최되고 있으며, 회의의 개최지인 일본 쿠시로시에서 북한 학자를 초청함으로서 남북한 환경 전문가들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생태학자나 환경단체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만남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볼 때 남북한 환경협력이 보다 전략적 고려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특히 한반도(또는 비무장지대) 생태계 공동 조사 등은 남북한 환경협력의 대표적 의제로 우리에게 인식되고 있지만, 북한은 이러한 의제를 남한측 학자나 관련단체와 공동으로 진행하는데에는 큰 흥미를 갖고 있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국제기구와 같은 다자간 논의틀에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이미 59년부터 백두산, 묘향산 일대를 ‘자연보호구’로 지정하고 64년경에 자연보전협회를 결성하는 등 자연보호 활동을 환경정책의 중요한 홍보수단으로 하고 있지만 남한 단체(언론 1, 학회 2) 및 학자(동일인 3회)가 제안한 6건의 자연생태 부문사업에는 전혀 답변을 보내지 않아 결국 만남조차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또한 민간환경 단체의 제안에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남북환경회의 개최(1건)나 남한에서 개최되는 국제회의에 초청(2건)하기 위해 유엔이나 북경주재 북한대사관을 통해 제안서를 보냈지만 북한은 아무런 답변을 보내 오지 않았다. 민간환경 단체들의 이러한 제안은 현실적으로 북한이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사실 지금까지 제안된 사업내용들은 북한이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부여를 하기에는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환경협력을 위한 민간부문의 의제도 보다 정치적 현실성을 반영하여 개발되어야 하며, 보다 전략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4. 민간부문의 남북환경협력 방향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환경문제의 수준이나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과제를 볼 때 지역 또는 남북 환경협력의 객관적 필요성은 매우 높고, 방향성도 뚜렷하다. 또한 제시될 수 있는 협력 의제도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현실은 당위와 크게 어긋난다. 필요성의 크기 만큼이나 높은 정치적 장벽으로 가로막혀 있다. 따라서 협력의제를 선택하는데 있어서는 실행가능성을 먼저 고려해야 하며, 고려해야할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정치적 실행가능성이다. 이것은 북한의 정치적 현실과 이해를 고려해 의제를 선정할때 실행가능성이 있다는 의미 뿐만아니라 사업을 제안하는 남한 민간단체의 정치적 태도도 포함된다. 현재 북한이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대외 특히 대미활동 등을 바탕으로 북한의 국제협력과 교류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개별 사업에 대한 북한의 정치적 선호도나 사업에 의한 정치적 영향 등을 우선적인 고려요소로 해야 한다. 또한 사업제안을 위해 접촉하는 대상자나 기관의 북한내 정치적 위상도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남한의 민간단체가 사업 제안이나 만남 자체를 정치적 성과물로 이용하려는 태도도 성사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의 입장에서는 환경협력이 수세적인 의제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볼때 사업에 대한 남한 단체의 정치적 태도는 중요한 의사결정 요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지속가능한 개발이나 경제적 측면에서의 공헌도이다. 경제성장 단계와 환경의식 및 정책 발전의 상호관계에 대한 우리의 역사적 경험이나 북한의 경제 현실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환경보전만을 내용으로 한 환경협력에 동의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남북한간의 양자협력에 있어서 이 점은 더욱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 다자간 환경협력은 대외활동의 전략적 과제로서도 의미가 크기 때문에 정치적 고려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남북한만의 양자간 협력논의에서는 경제적 의미가 더 중요할 것이다. 따라서 환경보전과 경제발전에 함께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의제가 제시될때 남북한의 실질적인 환경협력논의는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세째, 환경보전에 있어서의 효과 측면이다.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가 어떤 것인지, 북한 입장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어떤 것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환경문제가 없는 것으로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유독 폐기물, 삼림, 에너지 부문의 심각성을 공개하고 있다. 특히 이런 문제의 해결은 환경개선 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실질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네째, 상징성이다. 환경협력은 화해의 상징이어야 한다.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비록 갈라져 있지만 자연적인 여건은 정치적 남북단절도, 지리적 폐쇄성도 없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그래서 푸른 한반도를 염원하고 공동의 노력을 제안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은, 분단의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우리의 닮은 꼴과 자연의 기품으로 서로를 화해시키는 극적인 과정이 될 수 있다. 화해의 상징이 될 수 있는 협력의제는 보다 확대된 다음 단계의 협력의 계기로서도 중요하다.

이런 것을 바탕으로 민간수준에서 진행할 수 있는 주요 부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그동안 환경협력 방안이 다양하게 제시되어왔지만, 대부분이 선언적 수준의 내용이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남북한 환경협력은 다자간 협력과 양자간 협력으로 구분시켜 진행되어야 한다. 환경문제에 관한 국제적 논의의 발전 단계가 양자간 또는 다자간 형태로 양립되어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남북한의 관계에 있어서는 두가지 형태가 순차성을 갖고 진행될 수 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양자간 논의가 진행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며, 현단계에서는 동북아지역협력 등 다자간 논의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상호관심사를 확인하고 실질협력이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를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① 에너지 부문 협력 : 북한의 에너지 부문의 문제점은 1차 에너지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1위인 85%에 이르고, 석유소비의 73%가 교통부문에서 이루어지는 등 주탄종유(主炭從油) 정책으로 인해 심각한 에너지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과 생산된 석탄의 1/4 이상이 열량이 떨어지고 환경오염이 심각한 갈탄을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효율 무연탄은 산업용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연료로는 저열량 유·무연탄이 사용되는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익히 알려진대로 오늘날 북한의 경제 문제는 에너지 공급문제에 봉착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에너지 공급능력의 확대가 필요하나 더 절실히 개선되어야 할 부문은 효율적 에너지 이용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45억불을 들여 북한에 건설하는 2개의 경수로가 북한 전력에서 차지할 비중은 11%(2003년 기준)이 될 전망이며, 현재 KEDO에서 공급하는 중유는 1차 에너지에서 1% 정도의 비중을 갖는다. 그러나 이 정도 수치는 에너지 효율성 투자에 따른 효과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석탄 사용의 효율성 제고에 13억불을 투자하면 90년 사용량의 29%를 절약할 수 있으며, 전력부문은 17억불 투자로 수요량의 25%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공급시설 확대보다 효율성 개선 투자의 비용효과가 훨씬 큰 것이다.
북한 경제의 어려움이 낮은 에너지 효율성에 기인한 바 크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에너지 부문의 협력은 경제협력과 환경협력 두가지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길이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성 강화를 위한 남북환경협력은 현실적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위해 두만강 경제개발 지역과 선봉·나진 지역 등 남북한의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한 지역을 대상으로 「에너지 체계 및 효율성 강화를 위한 연구」를 일차적·단기적 과제로 제안하고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이 남북한 학자나 민간단체 수준에서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면 UNDP 등 국제기구와 동북아 학자들의 공동사업 형태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주체경제 이념속에서 북한이 심혈을 기울여 진행해 온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이 상업적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와 지원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② 전문 인력교육 및 정보교환 : 동북아시아 환경문제를 대응하는데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전문성 및 대응역량 강화이다. 정보 및 자료의 공유, 아시아 지역의 지속가능한 개발모형의 개발, 환경정책 수행을 위한 법적, 제도적 시스템의 구축 등 다양한 과제가 놓여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북아 환경협력회의의 틀 속에서 인력 교육 및 공동조사 등이 부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논의되는 수준은 여전히 낮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북아 환경관리 교육 프로그램」이나 「연구·정보·교육센터」등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나 기관의 설립은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단위 특히 동북아 지역 대학간의 협력 프로젝트로서 중국 동북부에 설치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히 북한과 중국의 환경문제 대응 역량을 강화시키고, 동북아 공동의 협력 과제를 진행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환경부문에 있어서도 새로운 기술이나 정보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남북환경협력에 효과적인 통로가 될 수 있다.

③ 생태계 조사 및 보호 : 생태계 보호를 위한 남북한의 직접적인 협력사업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학자나 민간부문간의 논의는 여러차례 있었다. 동아시아 국립공원 및 자연보존지역 회의(CNPPA), 유네스코, 국제 학술회의 등을 통한 남북한 생태학자들의 만남들이 그것이다. 특히 북한은 일반적인 자연보호구 외에도 동물, 식물, 바닷새, 조개 보호구 등으로 나누어 총 24개의 보호구를 두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락밭 개간과 땔감 부족으로 삼림이 심각하게 파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에서 이미 서술했듯이 생태계 부문의 공동사업 진행은 남북화해의 상징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외국관광객 유치노력을 생태관광과 연결시켜 생태계보전 프로그램을 수립할 수 있다. 북한 관광정책의 강화는 남북합작 여행사 설립을 이룰 수 있으며, 북한의 주요 관광지인 묘향산, 백두산, 칠보산의 주요 생물종을 선정하여 보존 및 상징가치를 높이는「깃대종 운동」을 통해 생태적 관광경영 개념을 도입하고, 외국관광객의 유입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실행할 수 있다. 이런 형식은 생태계 보전과 경제적 효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적이라는 측면에서 실행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④ 산성비 문제 공동대응 : 지난해 9월에 처음으로 동북아 장거리 이동대기 오염물질에 관한 정부간 워크샵이 열리고, 올해부터 황사의 이동현황 및 산성비의 원인규명을 위한 한.중.일 3국 조사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한국의 민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몽골, 러시아까지 포함한 동북아대기행동네트워크(AANEA)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성장 추세와 이에 다른 에너지 소비 증가량을 고려한다면, 앞으로의 문제의 심각성은 훨씬 커진다. 중국 GNP의 증가를 연 7∼8% 수준으로 증가하면 2020년경의 석탄소비량은 현재의 3배인 연3억톤에 이르러 기술적 개선이 이루어지더라도 아항산가스의 증가는 60%로 늘어나 한반도 등 인접지역의 산성비 피해는 두배가량 높아질 전망이다. 따라서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을 측정하고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과학적,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고, 에너지 및 산업경제 체제를 개편하고 효율성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는 「월경성 대기오염 물질에 관한 지역협약」의 체결이 필요하며, 산성비의 피해를 가장 심각하게 받을 수밖에 없는 북한도 역시 문제해결을 위해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찾아야 한다. 이 부분의 지역협력은 남북한이 이해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정보의 공유가 효과적이며, 「동북아 지역 월경성 대기오염 물질 측정망」의 설치 및 운영을 북한과 함께 해나갈 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⑤ 해양 환경 협력 : 한반도의 해양환경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반폐쇄 해역인 황해는 생태적 자정능력이 높지 않은데 반해 3개국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산업·생활 폐수로 심각하게 오염되어가고 있고, 동해는 러시아핵폐기물의 투기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밀집해역으로 액체성 방사성폐기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74년부터 UNEP에서 해양오염방지를 위해 진행하고 있는 지역별 협력사업 중으로 선정되어 지난 91년에 구성된 북서태평양 해양보전계획(NOWPAP)은 남북한이 함께 가입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지역협력을 토대로 한 남북환경협력을 논의하는데 유용한 체제가 되고 있다. NOWPAP은 황해와 동해의 해양환경 공동 조사 및 정보의 공유 뿐만 아니라 해양환경관리를 위한 재정협력 방안도 제시되고 있고, 북한도 해양환경협력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⑥ 환경 기술지원 : 북한의 환경문제는 생산수준의 증가로 나타난 현상보다는 설비의 노후화와 비효율적 이용으로 악화 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특히 함흥이나 청진 등 공업도시의 심각한 대기오염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이는 1차 에너지원의 구성비가 크게 다르다는 측면도 있지만, GDP와 대기오염배출량의 상관관계의 남북한 차이도 그 예로 제시될 수 있다. 아황산가스의 경우 북한은 남한에 비해 같은 규모의 GDP에서 8.2배, 이산화탄소는 6.6배나 더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북한의 환경문제의 심각성은 경제적 심각성과 직접적인 상호 비례관계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은 환경개선을 위한 기술이전의 필요성을 강력히 피력하고 있으며, 기업부문에서의 역할도 이것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고급·첨단 기술보다는 중간기술이 더 유용하게 활용되고,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기술 부문의 남북환경협력은 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⑦ UNDP와 남북환경협력 : 이 내용은 부문과제가 될 수 없으나, 현 단계에서 남북환경협력을 위해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다자간 논의틀로는 가장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필요하다. UNDP가 주관하여 남북한, 중국, 몽골, 러시아 등 5개국을 당사국으로 지난 92년 10월부터 국제개발 계획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두만강 경제개발계획(TRADP)은 지난해 12월에 열린 6차 PMC(Project Management Committee)회의 이후 타당성 조사단계를 벗어나 개발 및 투자전략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단계에 들어가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한국 정부도 두만강 신탁기금에 기금을 출연하는 등 개발계획이 상당히 진척되어 가고 있다. 특히 두만강 개발계획을 위해 관련 지역의 수자원, 삼림 등에 관한 환경성 조사가 중국, 핀랜드 등의 기관이나 기업에 의해 94년에 진행된 바 있고, 지난해에는 동북아지역 최초의 정부간 환경협정이라고 할 수 있는 “두만강 경제개발 지역과 동북아시아의 환경원칙에 관한 양해각서”에 5개 당사국이 서명하였다. 특히 이 양해각서에 당사국의 환경영향평가, 환경완화 및 관리계획의 수립등을 명시함으로써 북한의 환경정책과 향후 대외협력에 적지않은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따라서 TRADP의 진행과정에 따라 실현성 있는 남북한 환경협력 의제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는 남북한의 협력틀을 만든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메콩강 개발과 함께 가장 크게 진행되고 있는 국제개발프로젝트인 두만강 경제개발이 환경파괴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과제이다. 특히 두만강 지역의 개발은 관련 지역 및 국가의 정치적 조건으로 지역주민이나 민간부문의 제안이나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이 전혀 없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한국의 민간환경단체의 관심이 필요하다.

5. 결 론

한반도를 생태공동체로 만들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한반도 절반의 아래쪽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오염으로 병들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절반의 윗쪽의 환경오염을 또한 걱정하고 있고 또 걱정해야 한다. 어쩌면 민간단체가 남북환경협력을 소리 높이고 있는 까닭은 남북간의 실질적인 만남을 갖기위해서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 내부의 의식을 깨우치고자 함이 더 큰 이유 일 수도 있다. 화해를 향해 나가고, 통일이 희망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서로 갈라져 있는 기간이라도 이 땅을 온전히 보전하고, 남북녘의 동포들이 모두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남북환경협력은 필요하다. 정부도 단순히 선언적인 문구 하나로 이 과제를 지나쳐버려서는 안된다. 민간부문이 꿈을 꾸고 소망을 외칠때, 정부는 제도적.재정적 기반을 마련해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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