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4,500km 코리아둘레길 – 찻길에 말뚝 박고 걷는길 둔갑, 안전사고는 이용자 몫으로

2016.10.05 | DMZ

2년 안에 4,500km 코리아둘레길 조성

찻길에 말뚝 박고 걷는길 둔갑, 안전사고는 이용자 몫으로

– 2008년~2012년 조성된 길만 전국에 약 400여곳 이용자 없어 폐허

– 관리 예산과 관리자 없는 ‘코리아둘레길’은 혈세 낭비

정부는 지난 6월 17일 열린 ‘문화관광산업 경쟁력 강화회의’에서 DMZ와 동해안, 남해안과 서해안을 연결해 총 4500km의 길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민간 중심으로 진행하겠다면서, ‘2018년까지 완성’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2019년부터 ‘임시개통’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산티아고의 세 배에 달하는 최장거리, 세계 최고의 길을 고작 2년 안에 만들겠다는 발상이, 전국의 강과 산을 파헤쳐 온 정부답다. ‘연간 550만 외국인 방문, 7,200억 원의 경제효과’라는 근거도 없는 상상속의 허수를 내놓고 있다. 이는 만들어진 길이 유지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지, 알지도 못하고 한 번도 관심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리산둘레길’과 ‘제주올레길’은 도보여행길 중에서도 이용자가 가장 많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지리산길은 300km를 조성하는데 꼬박 4년이 걸렸다. 2004년 기본계획부터 준비단계까지 합하면 무려 7년이 걸린 셈이다. 또한, 그 길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매년 수억 원의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으며, 곳곳에 방문자안내센터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제주올레길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정부에서는 걷는길 열풍을 타고 정부 주도의 길을 조성했다. 공모를 진행해 국비와 지방비를 (5:5)로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조성 이후에 어떻게, 누가 길을 관리할지는 팽개쳐두고 조성하기에만 급했다. 그 결과 단 2008년~2012년 단 몇 년 사이에 전국에 건설된 길은 약 400개소에 달했다. 과도한 데크길로 고작 1km를 조성하는데 10억이 들어간 곳도 허다했다. 보행자 길이 아예 없는 국도 옆 갓길에 말뚝을 박아 도보길로 분리하기도 했다. 수백 억 원의 예산을 들여 아무도 찾지 않는 길을 조성한 것이다. 이용자가 없는 길, 관리자가 없는 길은 잡초가 무성해 걸을 수 없거나 아예 길이 유실된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걷는길 조성의 생색은 정부가 내고, 조성 이후 관리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예산이 없는 지자체가 이용자도 없는 길 관리를 위해 사람과 인력을 투자할 리 없을뿐더러, 걷는 길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근거법이 없어, 민원이 발생하면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해결하기에 급급할 뿐이다. 아래 표는 2008년~2012년 사이 전국에 조성된 길이다. 이 중에는 직접 조성한 길, 길 위에 이름만 붙인 길도 포함되어 있다. 산림청을 제외한 대부분의 길들은 제대로 된 관리예산이 마련돼 있지 않다. 우리 국민들은 고사하고,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지자체조차 이 중에 알고 있는 길이 몇 개나 될지 의문이다.

 

4500km 코리아둘레길, 2년만에 조성? 대부분 차도 옆 아스팔트

현재 평화누리길의 경기도 구간인 파주~연천 12코스가 조성되어 있는 상태다. 농로나 산으로 길을 연결할 수 없는 곳은 아스팔트 옆에 좁은 자전거길을 내고, 거기에 도보길을 중복시켰다. 아예 차도 옆을 지난 곳도 있다. 앞으로 조성해야 할 철원구간은 더 심각하다. 일부 철원평야 구간을 제외하고는 차도 말고는 연결할 길이 없기 때문에 차도옆 갓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실제, 철원 구간은 차도 옆 길 조성을 위한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결국 길을 조성하지 않고 ‘연결’만 하겠다는 것은 거짓말이거나 차와 자전거, 사람이 뒤엉키는 길을 만들어 걸으라는 거다.

코리아둘레길1

코리아둘레길2-1

코리아둘레길3-1

 

연천군의 10구간의 시작점인 황포돛단배, 절경 중의 하나라고 소개하고 있는 이곳은 이용자가 없어 폐업한 지 오래되었으나 폐기물조차 수거하지 않고 있어 흉물스럽다. 특히, 강 쪽으로 가는 길은 아예 차단되어 있어 황포돛단배라는 시점의 이름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도보이용자에게 이정표 역할과 차량 통행을 금지하기 위해 설치된 표시석은 뽑혀서 널부러져 있다. 도로 위에는 자동차 타이어 자국이 선명하지만, 방치된 지 1년이 넘었다.

코리아둘레길4

코리아둘레길5

 

해파랑길은 부산부터 강원도 고성까지 동해안 전체를 아우르는 길이다. 관리자가 없다보니 이용자들이 홈페이지에 길이 없어졌으니 폐쇄공지를 해달라는 민원을 올리거나 자전거와 도보길이 중복되어 위험하다는 민원을 올려 길을 상태를 알리는 수준이다. 홈페이지에 아예 민원이 없어 파악되지 않는 길도 있다. 지난 9월 27일 조사한 해파랑길 45구간은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정표는 공사장을 가리키고 있다.

 

관리계획 없는 길, 조성될 수 없도록 해야

전국에는 이미 1만 7천km가 넘는 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중에 버려진 길이 허다하다. 국민 혈세가 고스란히 버려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앉아서 지도에 줄을 긋는 방식으로 길을 구상해서는 안된다. 길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 필요하다. 조금만 손보지 않으면 잡초가 무성해 지거나, 장마와 홍수 등에 길이 유실되기 일쑤다. 지자체에서는 제초작업, 도로와 이정표 보수 등 담당 부서가 달라 모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전담관리자 없기 때문에 길이 어떤 상태인지 조차 알 수 없다. 물리적 공간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길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필요하다. 길이 처음 만들어지고 난후, 반짝 이용자가 있을 뿐, 고작 1년도 못되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런 길은 흉물로 방치되고 또다시 새로운 길을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는 지자체의 잘못이 아니다.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정부 주도의 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리산 둘레길과 제주올레길 등에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관리를 통한 쾌적한 환경 조성과 컨텐츠 개발이다. 이를 위해서 관리만을 전담하는 민간조직이 만들어졌다. 매년 다양한 행사를 기획홍보하고, 전담 관리자가 직접 길을 걸으며 더 나은 길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여기에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것이 관리예산과 명확한 전담관리자다. 관리예산과 주체가 분명하지 않은 길은 애초부터 만들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관련법을 정비하고 전국에 애물단지가 되어 방치된 길에 대한 대책을 먼저 내 놓아야 한다. 정부가 주장하듯이 정말로 민간 주도형으로, 사람들이 걷는길, 지역을 살리는 길을 만들 거라면, ‘언제까지’라는 기한을 둘 이유가 없다. 조금씩 운영해 나가면서, 이용자들의 민원을 듣고, 해소하며 연결해 나가도 늦지 않는다. 2018년까지 4500km를 동시 다발로 이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2016년 10월 4일

국회의원 도종환 의원실 / 녹색연합

 

문의 : 배제선(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070-7438-8501, thunder@greenkorea.org)

홍수진(도종환 의원실 보좌관, 02-784-25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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