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국방부, 장항습지 지뢰사고 지자체로 떠넘겨

2021.10.14 | DMZ

지뢰제거와 관리 본인들 영역이라며 정보공개도 않던 국방부
일방적 통보 하나로 지뢰사고 책임 전가
현행법상 민간인에게 지뢰관련 시설물 설치, 관리할 일체의 권한 없어

지난 6월 경기도 고양시 한강하구에서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장항습지에서 지뢰폭발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정화활동을 하던 활동가는 한쪽 다리를 잃었다. 그런데 국방부가 사고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에게 떠넘겨 공분을 사고 있다. 고양시 환경정책과 전 과장과 팀장, 주무관 등 공무원 3명,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장과 팀장, 당시 환경정화 작업을 담당했던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등 6명). 지뢰 위험지역 표지판을 부착해 관리해달라고 군이 통보했으나 그것을 지자체와 민간기관이 관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정작 지뢰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국방부는 쏙 빠졌다. 다리를 절단한 피해자와 당시 현장에서 사고를 수습했던 국민에게 사죄와 위로는 못할 망정 자신들의 잘못을 뒤집어 씌우고 있다. 정부의 지뢰문제에 대한 인식과 정책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20년간 지뢰제거 및 지뢰지대 관리, 피해자 지원 등의 지뢰 문제는 전부 국방부가 담당해왔다. 224억원의 혈세를 들여 지뢰를 제거했으나 해제된 지뢰지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뢰지대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해마다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군사보안이라는 명목으로 관련 정보는 대부분 비공개 처리되었다. 현행 법상 민간이나 지자체가 관여할 수 있는 규정이나 근거는 전무하다. 국방부가 무엇에 근거하여 지뢰표지판 설치와 관리를 지자체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는지 의문이다. 지뢰지대인지 아닌지 구분도 되지 않는 지역들이 언제부터 국방부의 통보 하나로 지자체와 민간의 책임이 되었으며 이것은 어느 나라 법에 있는 것인가. 

더욱 황당무개한 것은 사고 당시의 국방부의 기만적인 행동이다. 당일 사고는 6월 4일 오전 9시 45분에 발생했다. 관련 기사는 이미 오후 3시경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그런데 국방부는 오후 5시 42분에 현장 활동가에게 ‘지뢰사고 위험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이때는 이미 한쪽 다리 절단 수술이 마무리가 되는 시간이었다. 자신들의 잘못을 면피하기 위한 기만적인 행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사진 : 사고 당일 오후 5시 42분에 발송된 문자

  이 지역은 2020년 이미 인근(김포대교 하단 한강)에서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했으며 전체 탐지를 요청했으나 9사단은 일부 구간만 탐지하였다. 군이 지뢰제거 작업을 수 차례 수행하고도 여전히 지뢰지대로 남아 있는 곳은 전국에 산재하다. 또한 지뢰지대가 식별 가능하도록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유사지역에서 장항습지와 같은 사고는 언제건 일어날 수 있다. 국방부가 지자체와 민간에게 ‘통보’하나로 지뢰사고에 대한 책임을 면하려는 국방부는 지뢰제거를 할 자격도 가질 수 없다.

한국전쟁이 끝난지 70여년이다. 지금도 수많은 지뢰 피해자들이 팔과 다리의절단, 실명 등 신체의 일부를 훼손당하고 끔찍하게 살아가고 있다. 국방부는 ‘위로금’ 이라는 명목으로 당시의 임금을 적용하여 푼돈을 던졌다. 이것이 지뢰 사고로 평생을 어둠 속에서 살아온 국민을 대하는 국방부의 자세다.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21세기에 지뢰사고의 책임을 민간에 전가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세계적인 망신이자 소가 웃을 일이다.

여기에 한 술 더떠 국방부는 자신들이 총괄하는 ‘지뢰 등 제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런 국방부에 지뢰제거를 맡기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분명한 직무유기다. 우리에겐 대안이 존재한다. 지난 8월 설훈 의원 등 12명은 「국가지뢰대응기본법(안)」을 발의했다.  지뢰 문제의 해결을 위한 위원회의 위원장을 국무총리로하고, 행정안부장관이 국가지뢰행동센터의 장이 되어 범부처협력·국제협력·민관협력을 통해 지뢰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9, 2020년 유엔 기조연설에서 ‘국제기준 IMAS(International Mine Action Standards)을 준수하여 지뢰 제거에 나서겠다’고 언급한 내용을 이행하고 지뢰사고로부터 국민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지뢰제거가 국방부의 영역이며 지뢰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개인의 책임으로 여기는 것이야말로 말로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지뢰는 세월이 지나도 묻혀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는 지뢰 한 발 당 국민 한 명의 목숨임을 각인하고  지뢰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하나, 정부는 국민안전 차원에서 지뢰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국제지뢰행동지침에 따라 지뢰지대 제거하라!!

하나, 국민생명과 안전 방치하는 행안부는 각성하라!!

하나, 범정부 차원의 대응책 즉각 마련하라!!

2021년 10월 14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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