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기후정의 길찾기 세미나 – IPCC 6차 보고서 속 숨은 그림 찾기

2023.05.09 | 기후위기, 기후위기대응

(왼쪽부터) 민정희, 조천호, 황인철

지난 4월 25일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의 ‘기후정의 길찾기 세미나’가 진행되었습니다. 4월의 주제는 ‘IPCC 6차 보고서 속 숨은 그림 찾기’ 였는데요. 이번 세미나에서는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님이 사회를 보고, 전 국립과학기상원장이자 대기과학자인 조천호 선생님과 ICE 네트워크 사무총장인 민정희 선생님의 발제가 있었습니다.

기후정의 길찾기 세미나가 기획된 배경은 ‘기후정의’가 담론과 개념의 차원을 넘어서 구체적인 운동의제로 나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내 다양한 공론화와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녹색연합은 기후정의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세미나를 진행하여 활동가와 시민들의 이해를 증진하고 토론을 활성화하고자 세미나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IPCC 6차 종합보고서를 다루었습니다. 지난 3월 20일 IPCC 6차 종합보고서가 최종 확정되었는데요. 그러나 향후 10년의 기후행동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의미 정도만 사회적으로 회자되고 있을 뿐, 보고서 내 유의미한 부분이 심도 있게 다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이에 녹색연합은 IPCC 6차 종합보고서의 주요한 내용을 조천호, 민정희 두 관련 전문가들의 해설을 통해 심도 있게 다뤄보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천호 전 국립과학기상원장

조천호 선생님은 ‘IPCC 6차 종합보고서 속 그래프를 통해 본 주요 의미’ 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조 선생님은 매일 들어오는 에너지 만큼 다시 우주로 나가는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데, 온실가스가 이 에너지를 붙잡고 있고, 1초에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 5개 분량의 에너지, 하루에 약 42만개 정도의 에너지가 지구로 유입되어 축적되고 있다는 이야기로 발제를 시작했는데요. 그래도 지구가 끓지 않는 이유는 91%정도를 바다가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한계치가 다가오고 있다고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온도 상승은 오직 인간 활동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결과라고 말했는데, 1.5도 상승을 막으려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는 결론을 2018년 IPCC 특별 보고서에서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조천호 선생님의 발제 내용

조 선생님은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배출한 모든 이산화탄소의 약 80%가 1960년대 이후에 배출되었다고 이야기하며, 오늘날 살아있는 사람들이 이 위기를 초래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세대 간 불평등으로 나타나는데, 우리는 재생에너지 기술이 발달해 화석연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환경친화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가정하는 SSP1-2.6 시나리오 안에서 온도 상승을 멈춰야 희망이 있고, 그 이상 온도가 상승하면 위기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천호 선생님의 발제 내용

또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화석연료 산업을 당장 멈춰야지만 1.5도 상승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기후회복력력이 증진된 사회로 이행한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로 갈 수 있을 것이고, 회복력이 저하된 정책 결정을 한다면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선택하게 될 기후 정책들이 중요한데, 앞으로 남은 10년이 미래지속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앞으로 10년이 마지막 기회이고 그 10년동안 계속 늦추기만 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갈 수 있다고 하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민정희 ICE 네트워크 사무총장

민정희 선생님은 ‘IPCC 6차 종합보고서에 담긴 탈성장과 정의로운 전환’ 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민 선생님은 발제에 앞서 사회와 정치, 경제 체제를 모두 바꿔야 한다고 운을 띄웠는데요. IPCC 6차 보고서에는 탈성장이 본문에 15회, 참고문헌에 12회로 총 27회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탈성장 지지자들은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한 규모와 비율로 탈동조화(이른바 녹색성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라는 보고서의 내용을 소개하였습니다. 5차 보고서까지는 탈성장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는 점과 비교할 때, 6차 보고서의 내용은 큰 변화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보고서에서는 탈성장을 언급하며 ‘탈성장은 GDP와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의 의도적인 감소를 목표로 하며 (…) GDP 성장보다는 재분배에 우선순위를 두어 SDG(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달성을 목표로 한다. 탈성장을 통해 잠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SDG에는 보편적 기본소득, 완전 고용 보장을 위한 일자리 공유, 소득 및 자원 에너지 추출로 과세 부담 전환’ 등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기후탄력성과 개발은 서로 상반되는 위치에 놓여 있다, 기후 탄력적인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양성과 이질성, 행복과 평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또 기후위기가 식민주의, 젠더 등의 요인에 의해 차등적으로 적용된다고도 이야기했는데요. 보고서에서도 “높은 취약성과 관련하여 개발사업이 풀어야 하는 난제들은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지속하는 식민주의와 같은 불공평함의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핵심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맥락에서 기후목표를 추구하려면 (…) 전체론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국가 내부 및 국가 간의 형평성과 정의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역량이 낮은 빈곤 국가 및 지역사회의 우선순위는 완화보다는 빈곤의 감소, 기본제도와 교육의 제공, 보건 향상에 있을 수 있다’, ‘불공평한 사회는 에너지와 자원을 덜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 고소득국가에서 불평등의 해소는 배출감소에 도움이 된다” 라고 전합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

두 선생님의 해설을 통해 어렵게 느껴졌던 IPCC 6차 보고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보고서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후위기가 세대를 비롯한 여러 조건 앞에 불평등하게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10년 동안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IPCC도 탈성장의 담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IPCC보고서에도 많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향후 전 세계 기후정책에 많은 근거가 되고 영향을 미치게 될 IPCC보고서에 대해 시민사회도 그 내용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후운동은 정부와 언론에서 흔히 인용하는 내용만이 아니라, IPCC보고서의 ‘숨은’ 내용까지 파악하고 운동에 활용하는 시도가 필요할 것입니다.

글/사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장성열(070-7438-8522/sbddg.sic@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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