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2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내기로 결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탄소중립기본법 내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을 목표’로 하는 제8조 제1항과 ‘대통령령으로 정한 40% 감축’의 시행령 제3조 제1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현 감축목표는 감축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과도하게 미루는 것이며, 이는 세대 간 형평성에 위배될 수 있다. 또한 국가가 미래세대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하지 않은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했고, 온실가스 감축 작용을 위한 입법적 조치도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위와 같은 의견을 현재 헌재에서 심판 중인 탄소중립기본법 위헌 소송과 관련하여 제출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4건의 기후소송이 헌재에 제기되었고, 2건의 소송취지가 탄소중립기본법 상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기후위기를 막기에 매우 불충분하고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이다. 인권위가 ‘탄소중립기본법=위헌’이라고 명확히 의견을 표명한 것은 현재 심사 중인 기후소송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기에 상당히 의미가 크다. 작년 12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기후위기는 인권의 문제이며, 정부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모든 사람의 인권을 보호·증진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의무로 인식하고, 기후위기를 인권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며 ‘기후위기와 인권에 관한 의견 표명’을 현 정부에 보낸 바 있다. 이는 인권의 가장 큰 위협요소인 기후위기 대응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국가기관의 공식 입장으로서 세간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결정도 매우 당연한 결과이고, 보다 진전되고 책임 있는 국가기관의 기후 대응 행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인권위의 헌재에 대한 의견 표명이 기후소송 심사에 실질적으로 작용될 수도 있고,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면 한국 기후정책의 수준을 최소한 1.5도 제한을 위한 국제사회 합의 기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길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기후정책 기조는 퇴보에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이하 탄소중립기본계획)의 수립 과정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고, 최근 인권위의 2차례 입장 표명의 내용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현재의 2030년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가 1.5도 목표 달성에 불충분함에도 탄소중립기본계획에서는 2030 NDC의 상향 조치는 없었다. 1.5도 제한 경로를 위해서는 2019년 대비 43% 감축이 필요하지만, 한국의 2030년 NDC는 2019년 대비 34%로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부문별 목표에서도 산업계의 감축 책임을 기존 14.5%에서 11.4%로 크게 후퇴시키며 산업계에 규제가 아닌 온갖 지원책으로만 가득채웠다. 특히 2023년~2030년 기간 중 전반기 감축부담을 최소화하고 후반기로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심각하다. 기후위기를 좌우하는 것이 누적 배출량인데, 사실상 현정부의 감축책임을 후대로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의 합의 기준인 1.5도 제한 경로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미래세대에 대한 노골적인 인권침해가 탄소중립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와 같은 정책은 기후위기 핵심 당사자들의 참여의 권리를 배제한 채 산업계 등 특정집단만을 고려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현 정부야말로 기후위기에 따른 인권침해를 자행하는 가해 주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지금이야말로 인권위의 최근 결정을 잇는 헌재의 판단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에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2019년 네덜란드, 2020년 아일랜드, 2021년 독일과 프랑스의 사법부가 자국정부의 책임있는 기후위기 대책 마련,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를 강조하는 판결을 기후인권의 관점에서 내놓은 바 있다. 2023년 대한민국 헌재의 전향적인 판단이 조속히 나오길 기대한다.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위헌을 선고하고 폭주하는 현정부의 기후정책 기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나아가 이번 정부에서 수립한 탄소중립기본계획에 대해서도 이것이 시민의 인권을 보장하기에 턱없이 불충분한 계획이라는 입장도 아울러 인권위가 밝히기를 바라는 바이다.
2023. 6. 14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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