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923 기후정의 행진, 멈출 수 없습니다.

2023.09.14 | 기후위기대응

▲ 2022년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 ⓒ 924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


기후변화라는 징후는 경고를 넘어섰다.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는 듯, 직접 행동이라도 하는 듯 재난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환경단체만의 주장이 아니다. 권위 있는 과학자 집단들도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로 이하로 제어하지 못하면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지 오래다.

문제는 대응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책임 있는 기구와 국가들의 안일함이다. 이들이 한가한 처방이나 내놓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건, 온실가스 농도가 나날이 상승하며, 이미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후 1도 올랐다는 현실이 증명해 준다. 산불, 산사태, 폭염과 태풍의 강도와 빈도가 심해지고 약한 곳을 강타하고 있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 모양새다. 며칠 전 채택된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서도 화석연료 중단 목표를 구체적으로 담지 않았다고 한다.

탄소포집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석탄발전소를 국가별 상황에 따라 퇴출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겠다는 정도만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기후위기의 큰 원인인 화석연료 연소를 줄이기 위한 석유와 가스를 어떻게 단계적으로 폐지해 갈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기업들에게도 기후문제는 그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파는 돌파구에 불과하거나, ‘그린워싱’을 위한 홍보문구로 활용되어왔다. ‘탄소 중립 석유(SK에너지)’를 출시했다며 소비자를 대놓고 기만하는 그린워싱도 횡행했다. 논란이 되자 환경부는 고작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그린워싱을 막는 대안이라고 내놓았다.

그러나 어디 그것뿐일까.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붙인 그린파워(남부발전), 블루파워(포스코)라는 이름들. 온실가스인 메탄이 주원료이지만 ‘천연’이란 이름을 붙여 자연에너지란 깨끗한 느낌으로 오인되는 천연가스. 그렇게 화석연료와 원료를 기반으로 에너지와 산업을 지탱해 온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 10위권에 드는 기후 ‘악당’에 들어가 있다. 그렇게 배출한 온실가스와 함께 풍요롭고 윤택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현실이 어쩌면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다. 

기후정의를 외치는 이유, 기후 불평등

▲ 2022년 9월 24일 기후위기 행진에 참여한 어린이들. 우리들의 미래를 지켜달라고 호소한다. ⓒ 924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

이른바 지구 북반구에 위치한 나라들, 주요 20개국(G20)에 속하는 나라에서 배출한 탄소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국제적 차원에서 불평등이 관통하는 방식은 기후 문제에서도 같은 공식을 보여준다. 온실가스 배출과 더불어 얻는 풍요는 남반구 국가들의 자원 채굴과 착취에 기반한 것이며,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피해는 북반구 국가들의 자원채굴과 착취로 삶터가 망가진 남반구 국가들의 궁핍에 더해 재난까지 가세시키는 방식이다.

온실가스의 80%는 선진국에서 배출하는데, 그 피해는 온실가스 배출 책임의 3%에 불과한 남반구 10억 명이 겪고 있으니, 북반구 국가가 남반구 국가와 그 피해를 입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진 ‘생태 부채’를 갚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요구이다. 원인은 북반구에서, 피해는 남반구에서. 오염 책임자와 오염 피해자 간의 불평등과 가혹함.

물론 이는 국가간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 나라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회 경제적 차이에 따라 기후재난의 피해도 달라진다. 지역의 취약한 인프라와 주거 공간의 허술함, 빈곤 정도에 따라 동일한 태풍과 폭우, 폭염으로 인한 영향과 피해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긴 장마, 폭염, 강추위로 인해 고통받는 조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사회적 약자군에 속하는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이 적지만,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사람들이다.

불평등하게 채굴되고 파괴되는 현장이 기후위기를 유발한 현장의 모습이고,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도 피해자에게 가중되는 불평등한 현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원인자와 피해자 간의 책임의 크기, 고통과 피해의 크기가 다르다면, 이 셈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큰 선진국

▲ 2022년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시민들. 기후위기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바닷속 산호와 고산침엽수 등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녹색연합

우리나라 환경법에도 명시되어 있고, 국제적 약속이기도 한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북반구의 국가들은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 적어도 2030년까지는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여야 한다. 2050년 탄소 중립이란 것도 2050년에 갑자기 탄소배출을 급격히 줄이는 것으로는 의미도 효과도,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온실가스의 급격한 하강 곡선이 필요하다고 수없이 강조했지만,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곡선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윤석열 정부도 탄소중립녹색성장을 이야기하지만, 모순적이긴 매한가지이다. 온실가스를 내뿜는 삼척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지금도 건설 중이며, 화석연료 산업도 여전히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오히려 현 정부의 ‘탄소 중립’은 핵발전을 확대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확증을 갖게 할 뿐이다.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핵발전소를 추가로 지으려는 절차를 속행하며, 핵발전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대놓고 이야기한다. 기후재난을 방사능으로 막을 수 있는 듯 핵발전으로의 회귀 정책. 위험을 다른 위험으로 대체하려는 격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국내에서 핵발전을 더욱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게 후쿠시마 오염수는 핵발전 사고 위험이나 핵발전을 통해 배출되는 방사능처럼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면, 핵발전과 화석연료와 같이 위험과 공존해야 하는 방식이 아니라 깨끗하고 안전한 것이어야 한다.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며, 이 역시 특정 지역이 다른 지역에 에너지를 의존하는 방식이 아닌 지역별로 에너지자립을 꾀할 수 있도록 지역별 재생에너지 자립 목표를 세우고 빠르게 바꿔나가는 방식이어야 한다. 모두에게 안전하고 공평한 에너지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수송분야도 자동차 중심의 도로, 자동차 중심의 이동이 아니라, 특히 단거리 이동수단으로 최다 온실가스를 내뿜는 항공 수요를 촉발시키는 공항이 아니라,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공공교통을 강화해야 한다. 

기후정의 행진을 멈출 수 없는 이유

2019년 9월 수천 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서울 대학로에서 종로까지 행진했다. 다이 인 (Die-in) 퍼포먼스에 참여한 시민들은 서로의 절박함을 확인했다. 서로가 있음에 안도했고, 함께 이 위기를 돌파하자고 다독이며 연대감을 나누었다. 코로나를 거쳐 지난해 다시 모인 9월 기후정의행진 참여자 수는 3만 명으로 늘어났다.

기후위기 현실에서 당사자들이 배제된 채 기업의 이익과 정치권의 정략으로 이용당하고 훼손되는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강고하게 연대하고, 기후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쟁취해야 하는지, 무엇을 혁파해야하는지를 묻고 확인했다. 이제 그 힘을 더욱 고양시키기 위해 오는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이 또다시 준비되고 있다. 이 위기를 돌파하는 힘. 그 힘은 우리에게 있다고 믿으며 나아가고자 한다. 

기후재난으로 죽지 않을 권리,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핵발전과 화석연료로 부터 공공 재생에너지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철도 민영화를 중단하고 공공교통을 확충하여 모두의 이동권을 위해,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신공항 건설과 국립공원 개발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온실가스에 대한 책임이 있는 대기업을 비롯한 오염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행진하고자 한다. 우리가 위기를 넘는 힘임을 확인하며, 9월 23일(토) 오후 2시, 서울 세종대로에서 힘있게 외쳐보길 기대한다! 

▲ 2023년 기후정의행진 포스터 ⓒ 923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

글 : 임성희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장 (070-7438-8512, mayday@greenkorea.org)

오마이뉴스 임성희의 환경리포트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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