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엑스포 무산으로 명분 잃은 가덕도신공항 계획 즉각 폐기하라.

2023.12.07 | 기후위기대응

지난 11월 29일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2030세계박람회 개최 선정도시로 총165개국 중 119표를 얻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낙점되었다. 부산은 29표를 얻어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의 근거는 말끔하게 사라졌다. 국회의 여야 의원들이 가덕도신공항법을 통과시켰을 때에도 가장 큰 명분은 ‘부산 엑스포의 성공적인 유치를 위해서’였다. 명분이 사라진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 기만에 다름없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밀어붙이려고 혈안이다. ‘국토균형발전’, ‘지역 인프라 확대’를 이유를 내세운 가덕도신공항은 실은 정치권의 표심 경쟁 수단에 불과했다.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은 이제 엑스포와 신공항이라는 신기루에서 벗어나 국민 갈등과 지역민의 상처를 봉합하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은 애초부터 안전/환경/경제 모든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가덕도신공항은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 비용편익분석(B/C)에서 0.51~0.58 로 경제성 없음이 드러났고, 건설비는 애초 계획에서 천정부지로 상승 중이다. 최소 15조 이상의 혈세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에 대해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경제성도 명분도 없는 가덕도신공항은 역대 최대 규모의 예타 면제 사업으로 기록되었다.

특히 가덕도신공항은 안전성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환경의 극심한 피해가 예상된다. 가덕도신공항은 공기 단축을 위해 매립식 활주로 방식을 채택했는데, 연약지반으로 인해 땅이 불규칙하게 내려앉을 수 있는 우려가 높다. 또한 가덕도는 외해(육지에서 먼 곳) 공항으로 바람, 파도, 안개, 태풍에 취약해 이미 2016년 영남권 신공항 건설 입지 타당성 조사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바 있다. 김해공항에 비해 주변 지형(연대봉, 459m)에 따른 측풍난류로 결항 및 사고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결정적으로 신공항 입지 8km 이내에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가 위치해 생태계 파괴는 물론, 조류 충돌로 인한 비행 사고 위험이 높다.

가덕도신공항을 둘러싼 지적과 우려는 지극히 상식에 기초하고 있다. 경제성이 없으며, 지형·환경적 특성상 공항 시설과 적합하지 않은 입지이며, 생태계 파괴 및 탄소의 과다배출로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킨다는 것은 결코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가덕도신공항은 추진할 수도, 추진해서도 안 될 사업이었다. 각종 논란과 국민 갈등을 외면하고 눈가리고 아웅해온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의 뻔뻔한 태도는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 부산엑스포를 내세워 명분없는 가덕도신공항을 밀어붙여왔다. 그마저도 엑스포 유치에 처참히 실패한 정부는 지금이라도 가덕도신공항 백지화를 선언하고, 입법과 재정 등 절차적 특혜를 둘러싼 ‘카르텔’을 혁파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2023년 12월 7일
한국환경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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