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28년만에 언급한 기후위기의 원인, 하지만 기후위기 해결은 또다시 실패

2023.12.14 | 기후위기대응

제28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8)가 폐막했다. 그러나 가장 주요한 의제라고 평가되는 화석연료의 퇴출에 있어 실질적인 진전을 이끌어 내지 못했고, 아울러 핵발전과 저탄소 기술이 합의문에 주요하게 다뤄지는 등 기후정의에 부합하지 못한 실패한 협상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예년의 당사국 총회와 마찬가지로 “진통 끝에 또는 극적으로 합의했다”는 공허한 수식어들만 가득했다.  이번 COP 28의 “극적 합의”의 수식어를 차지한 건 “화석연료로부터의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이라는 합의문 문구이다.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지구온도 상승 1.5도 제한 목표의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out)이 국제사회의 중론이나, 관련 내용은 합의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COP28의 개최국인 아랍 에미리트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강력한 반발의 결과였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일각에선 ‘화석연료’가 최종 합의에 명문화된 것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지금 당장의 기후행동이 시급한 상황에서 아무런 실효성도 없는 명문화 성과가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되묻고 싶다. 

선언적인 목표만 있고 내용은 없다. ‘재생에너지 3배 증가, 에너지 효율 2배 증가’에 대한 서약에 118개국이 참여했고, 이것이 합의문에도 명문화되었지만 각 국가 별로 실질적인 이행 기준도 없는 상황이라 사실상 각국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또한 합의문에는 핵발전과 탄소포집 활용 및 저장(CCUS) 등 저탄소 기술 가속화, 저감장치 없는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잘못된 방향이다. 기후위기를 피하려다 또 다른 재앙을 맞이하는 격이다. 핵발전은 수 많은 사고 위험성과 처리 방안이 매우 불확실한 핵폐기물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결코 기후위기의 대안이 아니다. 아울러 아직 상용화되지도 않고 검증도 되지 않은 저탄소 기술에 의존하는 것은 화석연료의 조속한 퇴출 속도를 오히려 지연시킬 뿐이다. 석탄 발전의 조속한 퇴출이 아니라 저감장치 없는 석탄발전의 단계적인 감축이 합의문에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확실한 저탄소 기술 등을 빙자해 어찌되었든 석탄발전은 계속 운영하겠다는 불순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COP28 회의장에서 한국 정부의 부끄러운 행태도 한몫했다. 한국 정부는 12월 6일 기후환경단체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가 선정한 ‘오늘의 화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후협상의 진전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나라로 호주 가스전 사업 등 화석연료 확대, 손실과 피해 기금 불참 등의 이유에서였다. 전세계 핵발전 용량을 3배 확대하는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에 동참하고, 여러 나라에 한국식 CF(무탄소) 연합을 비롯해 핵발전 확대 제안을 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였다. 한술 더 떠 한국 정부는 핵발전 확대에 대한 내용을 합의문에 반영하는 것에 기여했다며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이는 산유국들이 화석연료 퇴출을 막는 것 만큼이나, 기후협상의 진전을 방해하고 있다는 걸 어리석게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까지 COP은 28번째 실패했다. 2,400명이 넘는 석유, 가스, 석탄 관련 로비스트들이 COP28 협상장에서 활개를 쳤고, 산유국들이 노골적으로 기후 협상을 지연시켰다. COP이 기후위기의 가해주체들의 공허한 말잔치와 그린워싱의 장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정도 수준으로는 2030년까지 각국의 NDC 달성이 실패할 확률이 굉장히 높고, 2035년 NDC 또한 마찬가지다. 주요국의 이해득실에 좌지우지되는 COP의 불평등한 구조가 바뀌고 기후위기 최일선의 당사자들이 협상장 전면에 나서야 한다. 이들이 바로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이다. 이들을 끊임없이 배제하고 화석연료 산업에 고개 숙인 COP을 23년 올해의 화석상으로 선정하자. 바뀌지 않고 실패를 거듭하는 COP의 행태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12월 14일
녹색연합


*문의_기후에너지팀 박수홍(070-7438-8510/clear0709@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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