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이제는 국회가 답하라 : 국회 기후상설위원회 설치, 헌법불합치 탄소중립법 개정 논의 시작하라 기자회견

2024.09.05 | 기후위기대응

<기자회견 개요> 

◎ 일시 및 장소: 9월 4일(수) 오후 1시 30분,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

◎ 순서 (사회: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 제22대 국회 과제 및 면담요청 경과_이헌석 (기후정치위, 에너지정의행동)

   ○ 829 기후소송 결과 및 국회 책임 이행 촉구_ 김정덕 (정치하는 엄마들)

   ○ 국회규탄 발언 1_김아현 (기후정치위, 대학생기후행동)

   ○ 국회규탄 발언 2_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 기자회견문 발표

   ○ 김은희 (기후정치위, 여성환경연대)

○ 정진영(기후정치위,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이제는 국회가 답하라

기후상설위원회 설치를 통해서 헌법불합치 탄소중립법 개정 논의 시작하라

지난 8월 29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단은 명확했다. 국회가 만든 탄소중립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탄소중립계획 상 비현실적인 수단과 소극적인 목표설정이 문제이지만 이는 국회가 탄소중립법을 만들 때 과소보호금지의 원칙과 법률유보의 원칙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결정을 보면서 소위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국회는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충분성과 효과성에 주목하기 보다는 오히려 정부의 행정 편의를 고려하여 법률을 제정하고 개정해왔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로 판단한 부분 역시, 법이 아닌 시행령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부분이다. 오죽하면 한국의 법치주의가 ‘시행령 법치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겠나.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4월 총선 이전부터 제22대 국회가 2030년까지의 기후위기 대응에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을 담당할 국회가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5월에는 22대 국회가 기후국회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제들을 제안했지만 국회는 공전에 공전을 거듭했다. 당파적 갈등에 휘말리는 국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사상 최고의 무더위 하에서 쩍쩍 갈라졌다. 그리고 다시 8월에 최소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라도 기후상설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자는 제안을 하기 위해 국회의장 면담을 요청했다. 다시 묵묵부답이 이어지다 언론을 통해서 국회의장 직속의 자문기구가 구성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국회의장이 원내 교섭단체들을 설득해서 실질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어야지 실효성도 없는 생색내기용 기구를 만드는 것 자체가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행태다. 

그리고 시민들이 직접 제기한 소송의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뒷걸음질치고 국회는 앞마당 싸움에 골몰할 때 시민들만이 미래를 위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국회가 만든 탄소중립법에 하자가 있다는 헌법불합치 판결이다. 판결 직후 국회는 바로 불완전한 입법과정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하지만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더 없이 뻔뻔하고 한심한 행태다. 이에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다시 정당들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국회가 무능하고 제 일을 하고 있지 못하다면 이들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정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정당들에 제안한다. 헌법 불합치된 탄소중립법의 개정 시한은 2026년 2월이지만 가급적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독일은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5개월 만에 정부와 국회가 협력하여 기존 감축목표를 강화하는 법 개정을 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조속히 국회 내에 기후상설위원회를 설치하고 탄소중립법 개정을 위한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 여기에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이끌었던 기후소송인단을 비롯한 다양한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필요하며, 공개적이고 책임있는 토론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개정된 탄소중립법은 단순히 감축목표의 강화 뿐만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기후위기의 책임이 어떻게 나눠져야 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담겨야 한다. 지난 국회가 헌법불합치 법률을 만드는 부실한 국회였다면 제22대 국회는 그 보다 나은 방향을 만들 수 있는 국회인가? 지난 4월, 국민들에게 표를 요구하면서 약속했던 정당들은 국회를 통해서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촉구한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더 이상 현재의 정치에 기후위기 대응이 발목 잡히지 않도록 직접적인 정치행동을 포함하여 다양한 실천들을 준비하고 이행할 것이다. 

2024년 9월 4일

기후위기비상행동

O 발언 1. 김정덕(정치하는엄마들)

아기기후소송 청구인 보호자이자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위헌소송 청구인으로 함께 한 정치하는엄마들 김정덕입니다.

지난 8월 29일 대한민국의 헌법재판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에 대해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했습니다. 

2020년 청소년들의 첫 기후소송 이후 4년 동안, 시민들은 목소리 내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심화되는 기후위기 속에서도 시민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 땅에 태어난 누구나 자유롭고 평화롭게,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음을 힘겹게 이끌어낸 큰 변화의 물결을 국회와 정부가 거스를 순 없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소송이 이기고 있는 가운데 나온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이어질 정부정책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위기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 현실은 암담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탄소감축 목표의 75%를 임기 뒤로 미루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1%로 줄였습니다. 직접 감축 대신 해외조림, 탄소포집 저장·활용 등 불확실한 방식의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입니다. 갈수록 끓어오르는 지구의 예측 불가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외면하며 환경정책의 기조를 바꾸길 거부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급합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지금의 노력이 부족할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질 것은 자명합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감축 경로를 계획하여 심각한 위험상황으로 치닫는 기후위기를 막아야 합니다. 임기가 정해진 대통령, 국회의원들이 가진 입법체계의 구조적 한계로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대응책을 추구해야 할 기후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과 같은 기후위기 영향에 더 크게 노출될 이들이 투표나 입법 등 민주적인 정치과정에 참여가 제약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중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계획에 대해 입법자에게 더욱 구체적인 의무와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국회에 기후위기 국회상설상임위 설치하여 헌법불합치 탄소중립법 개정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기후재난을 대비하고 생존을 보장하는 ‘현실적인 정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정치하는엄마들은 정부와 국회의 대응을 촉구하고 견제할 것입니다.

O 발언2. 김아현(대학생기후행동 전국대표)

안녕하세요, 대학생기후행동 전국대표 김아현입니다.

저는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위기 속, 22대 국회에 제대로 된 기후정치를 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발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8월 29일, 헌법재판소가 2020년부터 진행된 4차례 기후소송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국회가 만든 ‘탄소중립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임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했지만, 지난 과정들 속에서 각기계층의 사람들에 요구를 외면했던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스럽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기후위기 문제는 모두의 문제인데, 이제서야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양가의 감정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생들은 이미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며, 국회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대학생기후행동에서 2023년 하반기 1000여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97%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하며, 현재 정당들의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노력이 충분한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충분하다를 4 점 만점으로 했을 때 평균 1.04 점으로 응답하였습니다.

이외 설문조사를 통해 21대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대학생들은 이야기했습니다. 친원전을 이야기하는 국민의 힘이나, 과반이상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아무것도 하지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정치’가 필요하다고 선거 때 이야기하였습니다.

하지만 22대 국회,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임기가 시작된지 97일째지만 유의미한 정책 하나 입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서 국회의장에게 기후상설위원회를 구성 등에 대한 의견을 여쭙고자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22대가 기후국회, 기후정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직면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곧 있을 9월 정기국회에서부터 탄소중립법 개정과 기후상설위원회 개설 등 국회의 적극적인 기후정치를 보여주십시오. 대학생들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갈 당사자로서 끝까지 이 문제를 지켜보고 행동하겠습니다.

O 발언3. 김은정(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

임기가 시작하고 세달이 지나서야 22대 국회가 엊그제 문을 열었습니다. 역대급 폭염에 사망자가 이어졌던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면서 여기저기서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탄식이 터져나오고 있는 요즘. 어느때보다 위기 대응의 시급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를 제도로, 정책으로 받아야 하는 정부나 국회는 여전히 질척거립니다.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할 만큼 한가롭지 못함에도 국회의 시간은 여전히 진흙탕 싸움판 속에 있습니다. 

비상행동이 지난 총선시기 ‘기후국회’를 촉구하며 22대 과제로 제안했던 핵심요구들을 다시 복기해 봅니다. 탈핵  탈석탄을 통한 공공재생에너지 추진과, 토건개발주의 정책 중단, 그리고 기후생태헌법 등 새로운 국가 틀을 마련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위와같은 핵심과제들을 순조롭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설적인 기후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기후특위를 설치했지만 그 시작은 국회 임기 절반인 2년 반이나 지나서였고 이 마저도 한시적이고 심사권도 없는 말그대로 ‘맹탕’ 특위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22대 원내 진입 당선자들이, 기후특위 상설화와 법률 심사권, 예결산심의권을 달라고, 여야를 초월해 한 목소리를 냈고 바로 어제 개원과 함께 특위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또 국회의장은 이에 부응하려는 듯 지난달 29일 기후위기 비상 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기후위기 의제를 22대 국회의 주요한 임무로 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상설화’는 22대 국회에만 한정되는 특위로 매우 한계적입니다. 특위가 아닌 상임위원회로 22대 국회뿐 아니라 이후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이런 까닭에 비상행동은 무엇보다 개원과 동시에 기후상설위 구성을 시급히 논의하기 위해 국회의장 면담을 요청하였으나 이렇다 할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듣게된 국회의 기후위기 비상 자문위 소식은 또 한번 기후대응에 대한 진의를 의심케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이 출범시켰다는 자문위에는 기후운동 당사자의 자리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 재난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이들이 대변하고 자문할 수 있을까요? 기후위기에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는 노동자, 농민, 여성,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받아안아야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으로 가는 법제정이 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진행되고 잇는 특위 상설화 논의와 비상자문위 출범은 이 또한 매우 정치적 행위에 다름 아닌 것으로 비쳐질 뿐입니다.

지난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국회가 만든 탄소중립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지요. 국회는 안이한 법제정을 당장 그만두고 2050년까지의 감축목표가 포함된 탄소중립법 개정을 빠르게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국회는 지금이라도 그 책무성을 깊이 통감하여 기후위기시대 요구에 걸맞는 법제도를 만들어야합니다. 또 이를 추진함에 있어 시민사회와 보다 긴밀하게 소통하며 정치적 판단이 아닌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내고, 자본의 이익에 기대지 않는 기후정의에 입각한 법제도가 만들어져야 하며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국회 기후상설위원히를 당장 구성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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