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시민사회,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를 앞두고 폐기 촉구 기자회견 개최
– 엉터리 수요전망, 핵발전과 송전탑 건설 부추기는 11차 전기본 전면 폐기하라!
– 과도한 전력수요, 핵발전 확대 계획, 탈석탄 및 재생에너지 확대 지연 비판- 대형 발전원이 집중된 11차 전기본, 전국적으로 주민 희생 요구하는 초고압 송전탑 필연적으로 초래할 것
– 당일 공청회에서는 전력계획 백지화 요구에 대해 미란다 원칙 고지 없이 강제 연행 진행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백지화 네트워크’는 오늘(26일) 오전 9시, 정부세종청사 12동 앞에서 ‘엉터리 수요전망, 핵발전과 송전탑 건설 부추기는 11차 전기본 전면 폐기’를 촉구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은 당일 10시,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앞두고 열렸다.
첫 발언자인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3만 명이 참여한 907기후정의행진에서 시민들은 “이윤이 아니라 시민의 삶과 기후를 함께 지키는 에너지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했지만 11차 전기본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줄 모르는 윤석열 정부의 퇴행은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을 지체시키며, 위기를 가속화한다”고 비판했다.
남어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은 11차 전기본에 대해 “너무나도 폭력적이고, 위험하고, 불평등한 계획”이라면서 “밀양에서 송전탑 때문에 2명의 주민이 목숨을 끊었다. 20년 간 400여명이 입건되고 62명이 재판을 받았”음에도 변화한 상황이 없는 것을 지적하며 “엉터리 전기본”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다음으로 정진영 경남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온실가스를 내뿜어 폐쇄해야 할 석탄화력발전소의 20%가 암모니아 혼소를 통해 2040년까지 명맥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과, 이전 계획과 마찬가지로 노후 석탄 28기를 LNG로 전환하면서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배출할 것이라는 점을 강력히 비판하며, “탄소중립을 먼 미래의 일로 만드는 11차 전기본은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강언주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오는 9월 28일 고리 3호기 핵발전소의 설계수명이 종료된다고 언급하며,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노후 핵발전소들이 줄줄이 수명이 다하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핵폭주 정책으로 수명 연장을 강행하며 지역에 위험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포화 상태에 이른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없이, 대도시와 자본의 전기 사용을 위해 지역에 희생을 강요하는 11차 전기본은 지역을 에너지 식민지화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지금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11차 전기본 전면 폐기를 요구하면서 탈핵과 탈석탄, 공공성에 기반한 재생에너지 확대, 과감한 에너지수요 및 소비 감축을 통한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 날 공청회 현장에서는 공청회 참가자들의 전력계획 백지화 요구들이 있었으나 전원 연행되어 17명이 세종 남부서와 북부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연행과정에서 미란다 원칙 고지 없이 수갑을 뒤로 채운 채 강제 연행이 이뤄졌다.
<성명서>
[성명] 엉터리 수요전망, 핵발전과 송전탑 건설 부추기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면 폐기하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실무안을 공개하고,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이 제11차 전기본의 문제점을 수없이 지적해왔지만, 정부는 이러한 목소리를 무시하고 9월 26일 공청회를 통해 기존안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백지화 네트워크’는 엉터리 수요전망, 핵발전과 송전탑 건설을 확대시키는 11차 전기본을 반대하며, 전면 철회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
이번 11차 전기본의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경제성장, 산업구조 전망 등을 전제로 ‘38년 전력수요가 작년 대비 31%가 늘어난 128.9GW가 될 것이며, 또한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추가 수요를 16.7GW로 잡았다. 문제는 발전소 추가 건설을 정당화하는 전력 수요에 대한 구체적인 산정 근거가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장밋빛 전망에 따른 전력공급 확대 요구는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언제든지 축소 또는 취소될 수 있으며, 이러한 엉터리 수요전망에 따른 뒷감당은 국민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또한 탄소규제 강화에 따른 요금상승 요인이나 인구 감소 추세가 적정하게 반영되었는지도 시민사회 및 전문가 차원의 투명한 검증이 필요하나, 이러한 자료들은 모두 산업부의 캐비닛에만 들어 있을 뿐, 들여다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정부가 강조하는 ‘과학적 접근’이 사실이라면 떳떳하게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정부가 제시한 수요관리 목표 16.3GW도 매우 부족하다. 하지만 이 부족한 목표조차도 과연 실현가능한 목표인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10차 전기본을 수립해오는 지난 20년동안 정부는 수없이 수요관리 목표를 제시해왔지만 단 한 번도 이를 달성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뻥튀기된 전력수요 전망은 핵발전과 화석발전의 유지 및 확대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전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전소를 더 늘려야 한다는 논리는 특히 핵발전에 집중되는데, 이번 전기본에서는 ‘무탄소 전원’으로 포장된 핵발전이 5.1GW 추가될 예정이다.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고 폐기물 처리가 어려운 핵발전을 줄이는 것은 이미 글로벌 추세로 자리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더구나 R&D가 아직 끝나지도 않은 SMR을 2035년부터 설치하겠다는 발상은 무책임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주문을 내린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정부와 국회가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이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명시하면서, 동시에 감축 목표를 정할 때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근거해서 한국의 배출 책임과 역량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1차 전기본에 따르면, 2030년 기준으로도 전체 발전량 중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47%에 달한다. 현재 정부의 11차 전기본은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부합하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우리는 이미 핵발전, 화석연료발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라는 대안을 가지고 있다.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감축 잠재량과 비용 측면에서 전통적인 전원 대비 월등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기본에서는 이런 훌륭한 대안은 뒷전으로 제쳐두었다. 정부는 COP28에서 국제사회와 약속한 ‘재생에너지 3배 확대’를 이번 전기본을 통해서 지켰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을 뜯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2022년 기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32.5GW이며, 이를 3배로 확대할 경우, 2030년 설비용량은 97.5GW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2030년 목표는 72GW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 약속한 ‘재생에너지 3배 설치’는 실질적으로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통과되어 시행 중인 ‘분산에너지법’의 입법취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 법의 도입 취지는 지역에서 계속 핵발전, 화석연료발전을 끊임없이 짓고, 송전탑을 건설해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나르라는 것이 아니다. 지역 중심의 분산화된 에너지 자립 체계를 구축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네트워크를 만들라는 것이다. 현재 11차 전기본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10년 전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지역과 공동체를 파괴했던 밀양송전탑 사태의 비극은 또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년 동안 정부는 소수의 전문가와 관료 중심으로 밀실에서 전기본을 만들고 끊임없이 발전소와 송전탑을 건설해왔다. 이제 이런 방식은 지속할 수 없다. 시민사회와 이해당사자가 투명하게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절차와 프로세스를 수립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전력수요 억제와 재생에너지 확대 중심의 새로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다.
2024. 09. 26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백지화 네트워크
(기후위기비상행동,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 탈석탄법제정을위한시민사회연대, 탈핵시민행동)
문의. 변인희 기후에너지팀 활동가(070-7438-8527, bihee91@greenkorea.org)
황인철 기후에너지팀장 (070-7438-8511, hic7478@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