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사용해 본 적 있는가? AI를 이용한 검색과 미디어 제작이 일상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순간에도 엄청난 전력이 사용되고,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자주 간과된다.
디지털 기술 뿐만 아니라 전기와 에너지는 삶을 편리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면에는 빠르게 늘어나는 데이터센터와 전력 소비, 탄소 배출, 자원 남용 등 문제가 자리한다. 단순히 전력 사용을 늘리는 게 기후위기 해결이나 지속 가능한 삶에 도움이 될까?
일상이 편리해지면서 가속화되는 전력 소비, 무한정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전력 수요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어떤 에너지를 쓰느냐만이 아니라, 그만큼 얼마나, 어떻게 쓰느냐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지난 10월 11일 녹색연합은 이러한 질문을 갖고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과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를 만났다.
이제는 필요한 전력수요 관리
– 전력수요는 왜 계속 늘어날까요? 그리고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권경락: “인구와 경제 규모가 커지고, 산업 구조가 변화하면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전력 수요를 예측하는데, 과도하게 추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경제 전망이 좋다는 이유로 그만큼 전기가 더 필요하다는 전력 계획을 세우죠. 수요가 늘면 발전소와 송전탑을 더 지어야 하고, 기존 발전소를 멈추기 어려워요. 송전 과정에서는 지역 간 갈등으로 ‘제2, 제3의 밀양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희생을 통해 만들어진 전기가 수도권에 몰리면서 불공평한 소비 구조가 악화되는 거죠.”
김병권: “여기에 인공지능 개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가 늘고 있습니다. 한국에 이미 약 150개의 데이터센터가 있는데, 2029년까지 732개가 더 필요하다는 예측이 나왔죠. 이에 따라 50GW의 추가 전력이 필요할 거라는 분석도 나왔어요. 이러한 계산은 다소 과도한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은 사실입니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도 AI 경쟁으로 인해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있어요. 각 기업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죠.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증가로 온실가스 배출이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이러한 문제는 국내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정부의 전력 계획에는 이러한 부담을 파악하거나, 줄이고 관리할 대책이 나와 있지 않아요.”
–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 되지 않을까요? 왜 전력 수요를 따로 관리해야 하나요?
김병권: “이미 160년 전 등장한 ‘제본스의 역설’을 보면, 기술 발전으로 효율이 높아져도 가격이 낮아져 오히려 사용량이 늘어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죠. 에너지 효율이 개선된 TV나 스마트폰을 더 크고 밝은 화면으로 사용하면서 오히려 전력 소비가 더 늘었어요. 따라서 에너지 효율만 개선하는 게 아니라, 수요 관리도 필수적입니다.”
많이 쓴다고 우리가 더 행복할까?
한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매년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쓰고 있다. 2023년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OECD 5위, 전기 소비량은 G7과 비교해도 3위에 달한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에너지 소비가 더 나은 삶을 의미할까? 2024년 UN 세계 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의 행복지수는 52위이다. 권경락 활동가는 이를 언급하며 한국의 에너지 소비량과 행복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김병권 연구위원도 “많은 에너지 소비가 소득이나 삶의 질로 직결되지 않는다”며, 과도한 전력 소비가 기후위기 대응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더라도 부품과 소재를 제조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한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시민들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유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의 전력 수요 정책은 과연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 한국 정부는 전력수요를 얼마나 늘리고 있나요? 과다하게 추정한다는 비판도 있던데요.
권경락: “정부는 2년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워 향후 15년간의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발전소 공급 계획을 세워요. 그런데 현 정부는 이전 계획에 비해 전력 수요 증가 폭을 제10차에서 15%, 제11차에서 10%로 크게 늘렸어요(전 정부는 2~3%). 이는 발전소가 더 필요하다는 논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 추정의 근거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이에 외부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정부가 공사 기간이 긴 핵발전소 추가 건설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 세계적으로 전력수요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요?
김병권 : “OECD 주요 국가들은 안정적이거나 미세하게라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요. 다만 한국은 계속 늘고 있죠.”
권경락 : “인구가 증가하는 중국과 인도에서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계 평균은 약 2%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 사태 당시에는 전력 증가율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죠. 장기적으로 주요국의 수요가 안정화되는 건, 미국과 EU에서는 인구나 경제 변동이 크지 않아 예측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전력 수요 역시 안정화되고 있고요. 특히 EU는 제조업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경제 구조가 바뀐 영향이 있을 걸로 생각해요.”
김병권 : “아울러 전기요금이 높다면, 필요한 에너지나 전기를 효율화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교통, 건물, 산업 분야에서 이러한 노력이 정책으로 시행된다면 경제와 인구 수준이 동일해도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전력수요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가정이나 건물을 통해서 줄일 수 있는 전력 수요는 한계가 있기에 산업 부문의 대책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데이터센터 등 고전력 소비 시설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장 신설 계획 등을 토대로 수동적으로 수요를 맞추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전력 수요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 해외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을 어떻게 관리하나요?
김병권 : “대표적으로 아일랜드는 총 전력의 17%가 다국적 기업들의 데이터센터에 쓰여요. 이는 2030년까지 32%로 늘어날 전망이라, 아일랜드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력 예측량 공개, 지역 전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주민과 지역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할 것, 비상 전력망을 갖출 것 등입니다. 우리나라도 데이터센터 유치 전, 경제성과 지역사회의 영향 등을 고려해 공론화 작업이 필요해요.”
권경락: “EU 역시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에너지 효율과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보고를 의무화하며 추가 규제를 준비 중이죠.”
– 늘어나는 전력 수요 관리를 위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김병권 : “기후위기를 챗gpt에게 물어보지 말아 주세요. 또 불필요한 동영상이나 이미지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자제해 주시면 기후위기에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겁니다.”
권경락 : “일상에서 냉장고, TV를 안 쓸 수는 없듯이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우리의 세금이 정부의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절감 같은 사업에 더 많이 투자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 지금 필요한 기후 에너지 인터뷰 시리즈
1. 전기가 무척 중요한데 정부가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중심으로)
2. 원전을 지속하는 것은 불평등한 구조를 유지하는 것 (조천호 대기과학자)
3. 세상에 싼 원전은 없다, 그렇게 보일 뿐 (김대경 컨설턴트)
– “재생에너지↑ 원전↓ 에너지소비↓” 에너지전환캠페인 둘러보기 : wecangreen.org/energy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글. 기후에너지팀 변인희(070-7438-8527), 협력 송성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