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부, 또 하나의 산업 부처로 전락해선 안 된다

2025.07.02 | 기후위기대응, 환경일반

  • 기후에너지부 최우선 역할은 산업 진흥 아닌 기후위기 대응 지휘 본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대 대통령선거 당시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연계한 기후에너지 정책 지휘 본부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후에너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과 환경부의 기후 부문을 통합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 연설에서 ‘기후’라는 단어를 두 차례 언급하며 기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드러냈다. 기후에너지부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부처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여러 기후에너지단체는 부처 신설 계획을 환영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사회경제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기후위기 대응을 전담하고 있는 환경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기후, 환경, 에너지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다. 이 때문에 정책은 일관성이 부족하고, 정책 간 부처 간 충돌이 계속되었다. 더 빨라지고 커진 기후위기를 ‘지금 당장’ 해결하기 위해 기후에너지 신설뿐 아니라 정부 조직 개편과 운영 체계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우려도 따른다. 지난 6월 6일, 대통령실이 발표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의 최대 화제는 AI 3대 강국 등 성장 전략 및 미래 과제를 담당할 AI 미래기획수석 신설이었다. 그리고 기후환경에너지 비서관은 AI 미래기획수석 하에 배치되었다. 제21대 대선 더불어민주당의 중앙공약집에 따르면 3대 비전별 정책공약 중 ‘성장’ 범주에 AI 등 신산업 집중육성 등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이 포함되었다. 이재명 정부의 기후 정책의 방향성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중앙공약 자료집 갈무리 ⓒ 더불어민주당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신설되는 기후에너지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기후에너지부는 국가 기후위기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정책의 지휘 본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의 강력한 조정 권한을 부여하고,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켜 부처 간 조정력을 확보해야 한다. 대표적 규제 부처인 환경부가 권한을 가지고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던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

AD현재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에 불과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격상하여 독립성과 정책 조정력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역시 핵발전 운영 중지 명령이나 폐쇄 결정 등 대해 실질적 규제권을 행사해야 한다. 원안위는 그동안 핵발전 진흥을 중심으로 정치적 판단에 따라 움직여왔다. 인사권·예산권의 독립적 운영으로 정치·산업으로부터의 규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탈 화석연료와 에너지 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의 기술 발전과 확대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시장 효율만을 중시하며 자본의 흐름이 좌우해선 안 된다. 에너지는 사회적 필수재이며, 햇빛과 바람은 모두의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공공 재생에너지 강화를 중심으로 정의로운 전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 삼아 신규 원전 건설이나 수명 연장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차단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21대 대선 후보자 TV토론회에서 핵 발전의 위험성을 언급했듯이, 미래 세대에 책임감을 전가하는 위험한 핵 발전을 멈추기 위해 탈핵을 정책 기조로 확고히 해야 한다.

▲탈핵시민행동이 새 정부에 핵 발전 중심 에너지 정책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 탈핵시민행동

그렇다면 기후에너지부 신설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동안 기후 정책 담당 부처였던 환경부의 역할과 권한 강화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이후 기후적응, 생태기반 탄소흡수원 확충 등의 분야에서 환경부와 기후에너지부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생물다양성 위기가 기후위기와 동등한 수준의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범정부 생물다양성 지휘 본부 구축이 필요하다. 총괄 부처로 환경부가 역할을 맡아 기후에너지부, 농림부, 해수부 등의 정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정·검토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조직 개편의 실효를 담보하려면 부처 내 생물다양성 분야의 인력과 예산을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 물론 환경부가 환경파괴부, 산업부 2중대를 자처한 과오를 반성하고 청산하는 것은 기본이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를 조건부 허가한 환경부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녹색연합 활동

기후생태위기 문제 해결은 정부와 정치권에만 맡겨진 과제가 아니다. 시민의 참여를 확대해야 하고 시민사회와의 동반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 의사 결정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2019~2020년 프랑스에서 열린 시민기후의회(Convention Citoyenne pour le Climat)을 통해 150명의 시민이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권고한 사례처럼, 한국도 ‘기후시민회의’를 제도화하면 어떨까? 기후 정책의 정당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시민 역량을 정책에 녹여내는 혁신적 거버넌스 수단이 될 것이다. 시민 참여 확대를 위해서 국민 이해 제고와 참여 유도, 교육 확대를 병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재명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김성환 국회의원이 지명되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후에너지 문제에 대해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은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준비할 뿐 아니라 환경부 개혁이라는 과제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 초대 장관 후보자로 핵발전 진흥에 앞장선 관료 출신 기업인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마케팅 부문장 사장을 지명해 논란이다. 산자부 장관이 원전업 계를 대변하고 핵발전 진흥을 기조로 에너지 정책을 후퇴시키지 않을지 시민사회는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 조직 개편을 통해 기후 부문과 에너지 부문이 결합한다면 그 최우선 목표는 ‘관련 산업 진흥’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이어야 한다. 기후에너지부는 또 하나의 산업 부처로 전락해선 안 된다. 또한 그동안 산업 정책의 부수적인 부분에 불과했던 기후 정책을 정부 운영의 중심에 배치하고, 부문별 분산됐던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생태적 한계를 넘어선 성장과 개발 신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후위기와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녹색사회로의 전환’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가 되어야 한다.

그린프로젝트팀 박은정 활동가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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