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지구와 나’를 살리는 기후 글쓰기 워크숍

2025.08.01 | 기후위기대응

불볕더위가 한참 기승을 부릴 7월의 수요일, 두 차례에 걸쳐 <‘지구와 나’를 살리는 기후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이대역 근처 ‘계절의 목소리’에서 작가 최정화 님이 이끔이로 함께 해주셨는데요. 회차별로 어떤 활동을 진행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후기로 만나보아요.

첫번째 만남 7/23 (수)

워크숍 당일 저녁 7시, 참여자분들이 하나 둘 계절의 목소리로 들어오셨어요.

더위에 흐르던 땀을 잠시 식히며 숨을 고르고, 테이블마다 마련된 요깃거리를 드시며 여유를 가져봅니다.

오밀조밀 모인 얼굴들에는 어쩐지 어색한 기류보다 설렘이 가득해 보입니다. 지구와 나를 ‘살리는’ 글쓰기라서 그런걸까요? 참여자들의 표정도 생생히 살아나는 기분입니다.

워크숍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녹색연합의 2024년 활동을 돌아보는 영상을 함께 시청했어요.

이어 기후에너지팀 황인철 활동가로부터 녹색연합이 기후·에너지 분야에서 어떤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지도 들었습니다.

돈워리클럽에 대한 소개도 빠질 수 없죠!
*돈워리클럽이란? “기후 걱정만 하지 말고,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모인 ‘기후 시민 커뮤니티’예요.

그 뒤로 자기소개를 진행했어요. 소통하기 위해선 먼저 서로의 말에 귀기울여야 하니까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진과 키워드를 가지고 ‘나’의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화면에 사진과 키워드가 등장할 때마다 모든 분들이 궁금증 섞인 탄성을 터뜨립니다. 화분, 택배기사, 고양이, 텃밭, 풍경 등으로 표현된 자기소개. 한 장의 사진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요?

참여자들은 폭염에 대한 걱정과 적응을, 택배를 주문하는 이중생활에 대한 죄책감을, 두려움과 무력감을 넘어서는 실천을, 늘 발밑에 죽음의 존재가 머문다는 찝찝함을 꺼내며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순간을 포착했던 이미지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어요.

이제 글쓰기 준비운동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최정화 작가님이 기후위기 시대에 글쓰기가 갖는 의미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몇 편의 글을 보여 주셨고, 그 글을 읽으면서 글의 온도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읽기만 해도 화르륵 타오르는 강렬한 빨간 온도의 글부터 읽을수록 차분해지는 하얀 온도의 글까지…. 주제는 동일하게 기후였지만 저마다 다른 온도의 글이 놓여 있었습니다. 놀라운 점은 독자마다 글의 온도를 다르게 느꼈던 점이었어요. 최정화 작가님은 ‘읽는 감각은 누구에게나 상대적’임을 일깨워 주며 앞으로 쓰게 될 글의 온도를 어떻게 설정할 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심할 수 있도록 다정한 조언을 건네주었답니다.

무작정 글을 쓰려면 부담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도움닫기를 할 수 있는 질문 템플릿을 준비했어요. 양식을 채워 발표를 했는데, 참여자분들의 강점과 특색을 끌어내는 작가님의 센스가 돋보이던 순간이었습니다.

빈칸을 채우는 참여자분들은 저마다의 향을 뿜는 것 같습니다. 기후 이야기를 아무와도 나누지 않는 분, 애인과 나누는 분,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내 삶이 사치스럽다 여기는 분…. 다양한 색을 지닌 분들이 자리에 모여 자신의 문장을 꺼내놓고, 문장에서 비롯한 내밀한 이야기를 어떤 형식과 온도로 풀어내면 좋을지 의견을 나눴습니다.

두번째 만남 7/30 (수)

일주일이 지나고 두번째 모임이 찾아왔습니다.

한 주 전에 뵈었다고 분위기가 한층 더 따뜻하고 친근해진 건 제 기분 탓일까요? 더운 날이었는데도 미소를 머금은 참여자들의 얼굴을 보니 그간 준비했던 글감을 충분히 굴려오신 모양입니다.

먼저 참여자가 써보고 싶은 글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후위기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고 싶은 사람,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글을 쓰고 싶은 사람, 유머가 담긴 글을 쓰고 싶은 사람… 등등 모인 참여자 수만큼 특색있는 글감들이 쏟아졌어요.

글쓰기 워크숍의 이끔이 역할을 맡은 최정화 작가님은 모두의 이야기를 들은 후 각자에게 어울리는 명언 책갈피를 선물하셨어요. 지난 주 1회차 모임에서 나눴던 참여자들의 글감을 오래 곱씹어야만 나올 수 있는 선물이라 모두 무척 기뻐하셨어요.

이제 마지막 준비 단계입니다. 다섯 편의 에세이를 읽으며, 칭찬과 조언을 하나씩 적으며 글의 온도를 유지하는 연습을 합니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의 장단점을 찾을 수 있다면, 내 글의 장단점도 찾아내기 비교적 쉬워질 테니까요. 다들 열중해서 글을 읽고 칭찬과 조언을 나누며, 하나의 글 속에서 적당한 온도를 찾아가는 준비까지 모두 완료! 이제 1시간 동안 직접 나만의 글을 쓸 차례예요.

1시간이 이렇게 빠른 속도라니.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 사이사이 작가님께선 글의 방향과 강점, 보완점 등을 같이 고민해주셨어요. 덕분에 참여자 모두가 함께 쓰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며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었답니다. 잔잔한 배경음악, 사각사각 연필 소리, 키보드 자판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그 시간은 오롯이 글에 몰두하는 눈빛들로 반짝였지요.

모든 분들의 발표를 듣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프로그램을 마칠 시간이 다가와 두 분의 글만 낭독으로 들어볼 수 있었어요.

미정 님은 역대급 폭염이었던 2018년 여름 밤 매일같이 찾아오던 딸아이의 친구의 속사정을 풀어내며 눈시울을 적시는 뜨거운 이야기를, 강인 님은 비둘기를 혐오하는 사람을 만난 에피소드를 통해 새의 멋진 특성을 사람들과 연결지어 새 사랑단을 조직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적어주셨어요. 두 분의 글만 읽었는데도 확연히 다른 온도가 느껴져서 다른 분들의 글들이 모두 궁금해졌답니다.

2회차로 끝나는 워크숍에 대한 아쉬움과 한 편의 글을 써냈다는 만족감이 두루 서린 표정. 나 혼자만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는 안도감이 만들어낸 열두 분의 얼굴은 워크숍이 끝난 지금까지도 우리 곁을 환하게 비추는 듯합니다. 아마 워크숍에 참여하셨던 모든 분들이 그렇게 서로에게 잔잔한 응원이 되어주고 계시지 않을까요? 글로 서로를 살리는 시간이었다고, 어쩌면 위로는 그렇게 전해지는 거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 기후에너지팀 오송이

정리 : 기후에너지팀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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