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록 감축 경로’ 포함은 위헌… 국회 공론화위원회는 헌법 가치 지켜야”
기후위기비상행동, 국회 앞 기자회견… 감축 경로 문항에 ‘볼록 감축 경로’ 포함 중단과 헌법 가치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문항 설계 요구
헌법재판소의 탄소중립기본법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진행되는 국회 공론화위원회가 정작 위헌 소지가 높은 ‘볼록 감축 경로’를 설문 문항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시민사회는 물론 미래세대와 과학계, 법조계의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16일(월)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탄소중립기본법 국회 공론화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논의 중인 ‘볼록 감축 경로’를 340명의 시민대표단에게 제시할 설문 문항에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 비판했다. 참고로 ‘볼록 감축 경로’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초기에는 감축을 지연시키면서 후반부에 급격하게 감축하는 방안이며,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회피하거나 지연시키고자 하는 산업계의 요구가 반영된 안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의 권경락 집행위원은 “2월달 의제숙의단 워크샵에서도 설문 문항에 소위 ‘볼록 감축 경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산업계의 의견이 일부 있었으나, 투표를 통해 압도적인 다수 의견으로 볼록 경로를 제외시킨 바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근거 없이 공론화위원회가 의제숙의단의 ‘숙의 결과’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의제숙의단 논의에서 볼록 감축 경로를 배제한 이유는 해당 경로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진전의 원칙을 지켜야 하는 파리협정의 규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참고로 우리 정부는 작년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한 바 있다. 우리나라 2035 NDC의 감축 목표는 2018년 대비 최소 53%에서 최대 61%로 설정된 바 있는데, 최소 기준인 53%는 2050년까지 매년 일정한 양을 줄이는 ‘선형 감축 경로’에 해당한다. 만약 이번 공론화에서 ‘볼록 감축 경로’가 선택되어 개정안에 포함된다면 이는 우리나라 정부가 이미 제출한 감축 목표 대비 후퇴한 것이어서,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정한 이전 목표보다 강화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진전의 원칙(Progression Principle)’을 위반하는 셈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헌법 위반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며, 공론화위원회가 ‘볼록 감축 경로’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의제숙의단의 결정 사항을 존중하여 해당 경로를 시민대표단에게 제시할 설문 문항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발언자로 참여한 청년단체 빅웨이브의 김민 대표는 “장기 감축 경로는 청년과 미래세대가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 즉 기본권 관점에서 수립되어야 한다”며, “기후위기 대응의 속도에 따라 미래세대의 기후 피해 규모가 달라진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기본법 제3조 1항 세대 간 형평성 원칙에 부합해야 하며, 이를 고려한다면 후기에 감축 부담이 집중된 이른바 ‘위로 볼록’한 경로는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청소년기후행동의 김보림 활동가는 “위헌 가능성이 있는 선택지는 애초에 공론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라며, “이미 헌법재판소 결정의 규범적 기준이 방향성으로 제시된 상황에서 열어놓고 논의하자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아니라 헌재 결정을 무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기본법개정 운동본부의 이병주 변호사는 “미래에 부담을 전가하는 볼록 감축경로는 헌재 결정에 반하는 탄소중립기본법의 명백한 개악이 될 것”이라며, “헌법적 기준을 따를 것이냐 말 것이냐는 다수결에 부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의 김추령 기후에너지환경위원은 “미래 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은 헌법재판소가 우리에게 내준 시험 범위가 아니”라고 지적하며, “위로 볼록한 경로 문항이 들어간다면, 이것은 문항 오류로 재시험을 쳐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만약 설문 문항에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위배되는 ‘볼록 감축 경로’가 포함된다면, 이번 공론화는 내용도 절차도 최악의 사례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회 공론화위원회에 강력한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문]
헌법 위반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
공론화위원회는 ‘볼록 감축 경로’ 포함 시도 중단하라!
헌법재판소의 준엄한 명령이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 중장기 감축 경로를 결정하는 국회 공론화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에 명백하게 위배되는 내용들이 버젓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회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3월 5일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감축 경로와 관련한 의제를 논의하면서, 340명 시민대표단에게 물어볼 설문 문항에 감축 부담이 후반부에 집중되는 소위 ‘볼록 경로’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알려졌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헌법을 위반하는 안은 시민들에게 물어 볼 선택지가 될 수 없기에, 공론화위원회는 지금 당장 ‘볼록 감축 경로’를 포함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볼록 감축 경로’가 왜 헌법 위반인지는 명확하다. 헌법재판소는 2050년까지 우리나라의 감축 목표를 정할 때, 첫 번째,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근거해야 한다”, 두 번째 “전지구적 감축노력에 공정하게 기여해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지금은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줄이겠다”는 소위 ‘볼록 경로’는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3가지 기준에 모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시민들이 골라야 할 선택지에서 배제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볼록 감축 경로’는 국제 기준도 명백하게 위반한다. 한국 정부는 작년에 2035년의 우리나라 감축목표를 이미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한 바 있다. 이 때 정부가 제출한 감축 목표는 2035년까지 최소 53%부터 최대 61%의 범위인데, 최소 기준을 따르더라도 선형 감축 경로에 해당한다. 만약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볼록 감축 경로’가 선택된다면 이는 정부가 국제 사회에 제출한 감축 목표보다 후퇴하는 것이어서, 파리협정이 정한 ‘진전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게 된다.

이번 공론화위원회 논의 사항은 절차적 민주주의도 훼손했다. 이번 공론화에서 30여명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의제숙의단의 역할이 매우 컸다. 의제숙의단은 지난 2월 말 2박 3일의 워크샵에서 깊은 논의 끝에 ▲감축 목표, ▲감축 경로, ▲이행 방안 등 3개의 의제를 도출한 바 있다. 그리고 각각 의제에 대한 설문 문항을 만들어 위원회에 제출했다. 특히 논의 과정에서 감축 경로 의제에 ‘볼록 경로’를 포함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충분한 토론을 하고 투표를 통해 압도적인 반대 의견을 확인한 바 있다. 따라서 공론화위원회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의제숙의단의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감축 경로 문항에 ‘볼록 경로’를 포함시키자는 공론화위원회의 논의는 국회 내에서도 강한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 주 개최된 국회 기후특위에서 다수의 의원들이 ‘볼록 경로’를 포함시키는 방안에 대한 우려와 문제제기를 공론화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공론화위원회에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물론 유엔이 정한 ‘진전의 원칙’에 어긋나는 ‘볼록 경로’는 반드시 선택 문항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만약 공론화위원회가 산업계나 야당 눈치를 보며 소위 ‘기계적 중립성’에 기반해 ‘볼록 경로’를 포함시킨다면, 이번 공론화는 내용도 절차도 모두 실패한 역대 최악의 사례로 기억될 수 밖에 없다. 공론화위원회는 의제숙의단의 결정을 존중하라. 그리고 시민대표단에게 기후 정의와 헌법적 가치에 입각한 설문 문항을 제시하라. 이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행하는 마지노선이다.
2026.3.16.
기후위기비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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