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수용 여부를 묻는 공론화가 아니다
공론화위원회는 위헌적인 ‘볼록감축경로’를 당장 제외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행해야하는 공론화 과정에서 위헌적인 선택지가 검토되고 있다. 국회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가 최근 감축경로 의제에 대해 시민대표단에게 물어볼 설문 문항에 소위 ‘볼록 경로’를 포함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이번 기후특위 공론화의 목적과 취지 자체를 망각한 일이다. 공론화위원회는 ‘볼록감축경로’를 선택지에 포함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이 공론화의 목적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부합하는’ 기후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임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한다.
볼록경로란 감축 부담이 후반부에 집중되는 형태의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가리킨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탄소중립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향후 2031-49년의 감축 목표를 정할 때 필요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첫 번째,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근거해야 한다”, 두 번째, “전지구적 감축노력에 공정하게 기여해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의 감축노력을 게을리 하면서 미래로 책임을 미루는 소위 ‘볼록 경로’는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당연히 시민들에게 제시할 선택지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또한 ‘볼록 감축 경로’는 국제 기준도 위반한다. 한국 정부는 작년 유엔에 제출한 2035년 NDC는 최소 53%부터 최대 61%를 감축하는 것이다. 53%라는 최소 감축목표를 따르더라도 그것은 2030년에서 2050년까지 선형 경로에 해당한다. 따라서 볼록경로는 이미 한국이 유엔에 제출한 2035NDC에도 못미치는 것이고, 이는 파리협정이 정한 ‘진전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러한 공론화위원회의 시도는 민주주의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공론화의 의제를 선정하기 위해서 2월 말 2박3일간 30여 명의 의제숙의단이 오랜 기간 토론과 논의를 거쳤다. 그 결과 감축목표, 감축경로, 이행방안이라는 3개의 의제에 합의했다. 쟁점이 되었던 ‘볼록 경로’의 포함여부는 오랜 토론 끝에 표결을 통해서 압도적인 반대 의견을 확인하였다. 의제숙의단의 결정마저 무시한채 공론화위원회가 볼록경로를 포함시킬 어떤 근거나 명분도 없다.
과연 공론화위원회는 볼록경로의 포함을 어떤 근거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 볼록경로를 시민들에게 선택지로 제시하는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따를지 여부를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도 저버리는 것이다. 340명의 시민대표단에게,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국제사회의 원칙을 수용할지 말지를 물을 것인가? 헌재 결정을 위배하는 선택지를 시민에게 물어서는 안된다. 시험범위와 시험과목을 벗어난 시험문제가 출제된다면, 이는 시험의 정당성 자체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그간 공론화위원회 과정을 보면, 과연 ‘헌법재판소 결정 이행’이라는 애초의 취지와 목적이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라는 명칭에서도, ‘헌재 결정 이행’이라는 방향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 공론화는 백지상태에서 기후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번 공론화의 목적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부합하는’ 기후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3월말에서 4월초 개최되는 시민대표단의 토론회 명칭과 발표내용, 토론회 구성에서부터 이 점이 명확히 반영되어야 한다.
의제숙의단 워크샵과 국회 기후특위 등에서 확인되는 것은, 산업계와 국민의힘 의원이 끊임없이 헌법재판소 결정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가능성과 경제계 부담을 운운하며,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맞는 감축목표보다 위헌적인 볼록감축경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러한 산업계와 일부 정치인의 목소리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녹색연합은 공론화위원회에 강력하게 촉구한다. 볼록감축경로를 선택 문항에서 제외해야 한다. 이 공론화가 ‘헌법재판소 결정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시민토론회의 명칭과 구성에 정확히 반영해야 한다. 위헌적인 선택지를 시민에게 제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번 공론화의 실패를 증명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6.03.18
녹색연합
문의) 기후에너지팀 황인철 전문위원 (070-7438-8511, hic7478@greenkore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