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후변화 교육 워크숍’을 다녀와서

2008.06.30 | 기후위기대응

2008년 녹색연합은 대안기술센터, 아베다와 함께 ‘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섯 곳의 대안학교를 선정하여 태양광, 풍력, 자전거 발전기를 설치하고, 에너지⋅기후변화 교육에 활용할 계획이다. 3월, 산청에서의 1차 워크숍에 이어 ‘에너지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 워크숍이 부안의 생명평화마중물에서 6월 14~15일에 열렸다. 녹색연합은 앞으로 선정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풍력, 자전거 발전기 만들기 워크샵과 초등학생을 위한 에너지 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2003년 방폐장 유치 반대운동으로 떠들썩했던 부안이 에너지 자립을 통한 자원 순환형 농촌 공동체로의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생명평화마중물이 자리 잡은 부안의 등룡마을 또한 태양광 발전, 지열 발전, 바이오 에너지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한 지역 에너지 전환 실험을 진행 중이다. 바로 ‘그’ 곳에서 ‘숲과 바람과 태양의 학교’ 에너지 기후변화 교육 워크숍이 1박 2일의 일정으로 열렸다.

지난 14일 오전, 전국에서 등룡마을로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번 교육 워크숍은 간단한 제작 프로그램과 교육 사례를 중심으로 한 강의들로 꾸려졌다. 먼저 첫 순서로 녹색연합의 에너지·기후변화팀 김명기 활동가의 태양열 오븐 조리기 제작 실습이 진행되었다. 원리와 쓰임에 대한 짧은 강의에 이어 제조법을 배웠다. 조를 나누어 조리기의 사면체를 제단하고 호일을 붙인 후 각자의 귀퉁이를 맞추어 하나의 태양열 오븐 조리기를 완성하였다. 태양에너지 조리기를 통해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적용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참가자들의 열의가 뜨거웠다. 내일의 ‘달걀 요리’를 기대하며 조리기를 마당에 설치하였다.

‘앎’과 ‘삶’이 하나 되어

점심 후 첫 강의는 의왕시에 자리한 ‘길 학교’ 이화숙 선생님께서 대안학교이기에 가능했던 1년간의 에너지 기후변화 교육 사례 소개로 시작되었다. 단순한 지식 전달에 머무르기 쉬운 교육의 한계를 넘어, 지식과 실천이 보다 긴밀하게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지구 온난화의 상황을 교육에 반영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풀어나가는 노력이 돋보였다. 또한 교과서적 수업에서 탈피한 실천위주 수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빈 그릇 운동 참여, 학교자전거 여행, 에너지 역할극 수업 등이 소개 되었다. 변화의 동기는 의식 속에 내재화 되어야 지속가능하기에 아직은 많이 기다려 주신다는 이화숙 선생님, 학생들의 더디지만 작은 변화로서의 교육 효과를 기대해 본다.

즐겁게! 놀이를 통한 에너지 교육

이어 ‘에너지 전환’에서 어린이 에너지 교육을 담당 하셨던 곽임정란 선생님의 강의가 이어졌다. 아이들과 가볍게 놀이를 하듯, 그러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기후변화 관련 교육 프로그램들을 소개해 주셨다. 단순한 에너지 절약 구호 외침이 아닌, 게임, 짧은 글 짓기, 재생가능에너지 체험학습, 시민발전소 둘러보기 등 자연스런 경험과 체험을 통해 즐겁게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 이었다. 아이들이 무기력한 에너지 소비자가 아닌, 자립적으로 생산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곽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름으로 세우는 시민발전소를 제안하기도 하셨다.

어떤 마음과 어떤 방식으로 교육할 것인가

오후 강의의 마지막은 빛 고을 광주에서 올라오신 환경운동연합의 김광훈 국장님께서 어떤 마음과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교육을 할 것인가에 대한 시범 강의로 이끌어 주셨다. “에너지 교육하는 사람이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가르칠 수 없지 않은가”라며 에너지 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실천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국장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삶으로 말하는 에너지 절약이었기에 강의는 더욱 설득력이 있었으며 유머러스하게 풀어가는 과정 또한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연간 발생되는 음식 쓰레기량, 플러그를 뽑지 않아 낭비되는 대기전력량 등 일상에서 소홀히 여기기 쉬운 부분에서의 작은 생활 습관 교정이 결국에는 에너지 절약의 첫발걸음임을 학생들이 자각하여 스스로 절약의지를 갖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셨다. 나아가 에너지 절약만 교육할 것 아니라 에너지에 더하여 먹을거리, 물, 재활용 문제 등을 연관지어야 할 것임도 강조 되었다.

오후 내내 이어진 릴레이 강의를 마치고 저녁시간은 참가자들의 의견을 좇아 소감 나눔 및 토론의 시간으로 꾸려졌다. 각자의 지역, 다양한 자리에서 끌어안고 있는 에너지 기후변화 교육과 관련한 고민과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바람을 나누었다. 부족했던 소통의 장 마련과, 축적된 자료의 공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또한 배우고 나눈 내용들을 앞으로 각자의 이야기로 풀어나가야 하기에 곱씹고 소화시켜 자신의 색깔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 참석자들의 진지한 토론은 밤늦도록 계속 되었다.

새날이 밝았다. 이화숙 선생님께서 일본, 미국,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등 세계 곳곳의 다양한 에너지 기후변화 교육 사례들을 소개 해 주셨다. 그 중, 일본의 한 유치원 지붕에 설치된 시민공동발전소는 학생 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에너지 문제 인식과 함께 에너지 전환에 참여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에너지 교육이 지역사회로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마지막 시간에는 대전충남 녹색연합의 유병연 국장님께서 실제 모형 풍력발전기의 다양한 응용사례에 대해 강의해 주셨다. 교육 기구들이 많이 부족한 실정에서 아이들의 흥미와 지적 호기심을 자극 할 수 있는 교구 개발의 필요성에 참가자들 또한 공감하며 간단한 제작 실습을 하였다. 유국장님께서 준비해 오신 교구를 직접 자르고 맞추며 끼어 넣어 만든 바람개비가 태양의 힘으로 돌 때 참가자들은 어린 아이처럼 즐거워하였다.

숲과 태양의 학교 사업에 선정된 학교 선생님들과 학교에서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마련했던 본뜻과는 달리 선정된 학교들의 참석이 저조하여 아쉬움이 남지만, 귀한 뜻을 품고 먼 곳까지 달려와 주신 참가자들과 함께 여러 교육 사례를 접하며 함께 고민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모든 배움이 그러하겠지만, 에너지 기후변화 교육이야 말로 앎을 삶으로 온전히 번역할 때 그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부안을 떠났다.

● 정리 :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 활동가 최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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