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남고 싶습니다” 14차 기후변화당사국회 ③

2008.12.15 | 기후위기대응

“우리는 살아남고 싶습니다”
14차 기후변화당사국회 ③

지구가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지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극의 얼음이 점점 녹아내린다는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린다는 것은 얼음 위에서 먹이를 먹고 쉬는 북극곰과 물개 등 북극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이 살 공간이 없어진다는 것, 곧 ‘멸종’을 의미합니다.

지구온난화가 미치는 피해는 북극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물들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피해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지구가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가뭄, 홍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보다 강해졌고, 보다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사막은 빠른 속도로 커져가고 남태평양의 작은 섬들은 올라오는 바닷물에 하루가 다르게 잠겨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가장 크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국가들의 대부분은 재앙을 막을 힘도, 기술도 없다는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킨 책임의 80% 이상은 현재 선진국(developed countries)들에게 있습니다. 선진국들이 경제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시킨 많은 이산화탄소가 현재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후변화총회에서 역시 선진국들이 일으킨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개도국(developing countries)의 적응(adaptation)대책마련에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적응’이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이 된다 하더라도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로 인한 기후변화는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적응’ 대책의 핵심은 개도국의 적응대책 수립을 위한 ‘재정(fund) 마련’과 선진국들의 개도국에 대한 ‘기술이전(technology transfer)’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은 2030년에는 지구의 온도가 더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개도국들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피해와 변화에 대응하는데 최소한 1300억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으며, 유엔개발계획(UNDP: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은 그보다 많은 매년 86억 달러씩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현재는 국가 간 탄소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2%를 개도국의 적응대책 수립에 지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피해를 입고 있는 개도국들의 적응대책마련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이에 국제 NGO인 WWF(World Wildlife Fund)는 지역 보험 시스템과 연계된 적응 기금 마련 시스템 구축, 교토 의정서 내 적응 펀드(Adaptation Fund)의 활용, 시범 프로젝트(pilot project)의 운용 등 적응대책 수립을 위한 다양한 메커니즘과 프로그램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제공한 국가가 돈을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하며 가장 지구온난화에 취약한 국가 및 지역부터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해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를 되도록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 생산 기술부터 태풍, 가뭄 등 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개도국이 단시간에 이러한 기술을 모두 확보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적응대책 수립의 하나로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기술 이전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이전에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지적 재산권’입니다. 기술 이전을 하더라도 핵심 기술을 가르쳐 줄 수 없다거나 사용하려면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기술 이전이 이루어지더라도 개도국에 막대한 추가 부담이 지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는 것입니다. 지적재산권이 기술을 개발한 개인, 기업의 노력을 보상해주는 장치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선진국의 도의적 책임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문제의 시급성이 보다 중요합니다. 때문에 기업 등의 지적재산권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선진국의 정부가 대신 보상해주거나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단, 그것이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핵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로 가라앉고 있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 투발루의 수상의 연설이 오늘(12월 11일) 있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이 적응 대책 수립의 시급함과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렬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연설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우리는 살아남고 싶습니다. 우리는 투발루가 하나의 국가로서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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