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평등하지 않다”

2019.07.22 | 기후위기대응

“기후변화는 세계적 차원의 문제로 환경, 사회, 경제, 정치, 재화 분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중요한 도전 과제입니다.”(25항)

“오늘날 우리는 참된 생태론적 접근은 언제나 사회적 접근이 된다는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한 접근은 정의의 문제를 환경에 관한 논의에 결부시켜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모두에 귀를 기울이게 해야 합니다.” (49항)

–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 중

 

필자는 지난 여름, 피난을 가야 했다. 두 달 가까이 계속된 폭염을 버티기 위해서, 에어컨이 없는 사무실과 집을 떠나 시원한 곳을 찾아 전전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잠 못 이루던 작년 여름을 기억할 것이다. 2018년 8월 전국 기상관측소 95곳 중 57곳에서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4526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그중 48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도 벌써부터 해외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심상치 않다. 유럽은 6월부터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며 인명피해를 낳고 있다. ‘불지옥’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북극권에 위치한 알래스카도 평년의 2배가 넘는 섭씨 30도를 넘어서고 있다. 에어컨, 선풍기의 재고가 바닥이 나는가 하면, 열사병에 걸린 바다표범 6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영국 언론사 가디언은 ‘기후변화’대신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중립적인 단어표현으로는 현실의 심각성을 드러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말 그대로 지구는 위기 상황이다. 세계적인 폭염은 재난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인간이 뿜어낸 온실가스에 있다. 국제사회는 심각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 파리협약에 합의했다.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상승을 2도 훨씬 아래로 억제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유엔환경기구는 최근 파리협약에 따라 각국이 약속한 의무를 다 지켜도 지구 온도가 3도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더군다나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파리협약을 탈퇴했다. 한국은 어떤가. 유럽의 민간기구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57개국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한국은 기후변화대응지수 55위를 기록했다. 꼴찌에서 3번째다. 더군다나 현재 한국정부는 온실가스의 가장 큰 주범인 석탄발전소 7기를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아직 세계는 위기를 위기로, 재난을 재난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기후위기는 평등하지 않다. 소위 선진국들이 산업발전을 통해 배출시킨 온실가스의 피해는 가난한 나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폭염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재난으로 닥친다. 폭염으로 쓰러지는 이들은 시원한 에어컨이 달린 사무실과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이들이 아니다. 땡볕에서 일하는 농민과 폭염에도 일을 멈출수 없는 노동자, 바람도 통하지 않는 쪽방촌의 어르신들이다. 작년부터 한국은 폭염을 법적인 재난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현재의 법과 제도는 폭염이 와도 일을 멈출 권한을 노동자에게 주지 않고, 이들을 보호할 의무도 기업에 지우지 않고 있다. 기후위기는 사회적 불평등을 가중시킨다. 기후는 변하고 있지만, 이 사회는 아직 변하고 있지 않다. 유엔인권이사회의 필립 앨스턴 ‘극빈과 인권’ 특별조사관은 “세계가 기후 아파르트헤이트(차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한다.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길은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과 함께 간다. 위기와 재난 앞에 취약한 이들을 먼저 생각할 때, 정의가 가능하다. 올해 7~8월, 녹색연합은 폭염 시민모니터링을 통해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폭염의 실상을 기록하고 대안을 찾아갈 예정이다.

녹색연합 황인철 정책팀장

 

*위의 글은 가톨릭신문-녹색연합 공동기획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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