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에 어긋난 국가기후환경회의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 |
지난 11월 23일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중장기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했다. 자동차 연료가격 조정, 국가 전원믹스 개선 등과 관련된 8개의 대표과제와 21개의 일반과제에 대한 정책제안이 제시되었다. 현재 수립 중인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2050년 중반까지 석탄발전소 운영)보다 당겨진 탈석탄 시점 설정, 내연기관차 퇴출 계획, 환경비용이 반영된 전기요금 개편, 유류세 가격 조정에 대한 제안이 포함되었다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녹색연합은 탈석탄의 시점이 파리협정 1.5도 경로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점과 석탄발전 폐쇄의 공백을 메우는 수단으로 핵발전이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8대 대표과제 중 하나로서 석탄발전의 단계적인 감축을 제시하며 ‘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한다’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목표로는 얼마전 대통령이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파리협정의 1.5도 제한 목표는 그 경로로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가까이 감축하는 것과 2050년 순배출 제로 달성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2030년 석탄발전 퇴출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2045년까지 석탄발전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현 기후위기의 시급성을 무시한 너무나 무책임한 목표이다. 한편 국가기후환경회의는 탈석탄 시점과 관련하여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하여 2040년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제안하는 탈석탄 시점이 2045년인지 2040년 이전인지 알 수 없게하고, 혼란을 줄 뿐이다. 이는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기후위기대응이라는 명확한 원칙에 입각하여 정책제안을 논의해왔는지 의구심을 갖게하는 대목이다. 세계 각국은 1.5도 목표를 위해서 탈석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이미 오스트리아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기했고, 2021년 포르투갈, 2022년 프랑스가 그 뒤를 이을 예정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수반되었겠지만 정부의 정책 집행의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작용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2030 탈석탄 시점 설정과 건설 중인 7기의 신규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전면 취소를 제안해야 한다.
2045년 탈석탄 시점을 제시하며 ‘전체 전원 믹스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되,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하여 구성한다’는 내용도 정책제안에 포함되어 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최적 전원 믹스는 핵발전을 통한 보완이 아니라 수요관리와 재생에너지 확대 및 활용방안을 통해서 실현되어야 한다. 핵발전은 절대로 기후위기 대응정책의 논의에서 거론 되지 말아야 한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핵발전의 위험성 때문에 이미 핵발전을 보유한 선진국들은 탈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발전으로 인한 사고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우리는 이미 후쿠시마를 통해 절감하고 있다. 핵발전소는 정상 가동 중에도 방사능으로 인한 주민건강피해를 유발하고,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핵폐기물과 오염수는 해결할 방법도 없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핵발전을 두둔할 때가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책으로서 핵발전은 불가하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사회·경제구조에 대한 과감한 체질개선 없이는 탄소경제라는 성장의 덫에 빠져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적극 동의한다. 하지만 과감하고 담대한 전환에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기후정의의 원칙이다. 석탄발전과 핵발전은 기후정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엄청난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 핵사고와 방사능의 위험을 특정 지역과 미래 세대에게 전가하기 때문이다. 안전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한 석탄발전과 핵발전으로는 절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 녹색연합은 국가기후환경회의의 보다 안전하고 정의로운 정책제안을 촉구한다.
2020년 11월 25일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