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목표도 수단도 정의롭지 못한 ‘탄소중립 녹색성장법’ 심의를 당장 중단하라

2021.08.19 | 기후위기대응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탄소중립 녹색성장법’ 졸속 의결에 부쳐

오늘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기휘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안’을 의결했다.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2018년 대비 35% 감축) 명시’와 ‘녹색성장을 위한 산업 육성지원’이 법안의 주요한 내용이다. 그동안 7명의 의원이 발의한 탄소중립 관련 입법안들이 병합되어 환경부가 제시한 통합안으로 논의되어 왔다. 통합법안은 2030년 감축 목표가 포함되어있지 않고, 녹색성장이 강조된 법안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2030년 감축목표 (2018년 대비 35% 감축)만을 추가한 채 법안을 졸속처리했다. 야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한 것이다. 

 이번 심의 과정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안일한 기후위기 인식 수준이 여실히 드러냈다. 몇 차례 진행된 법안심사 과정에서 환노위원들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넣을지 말지를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그 중간 경로로서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을 45% 이상 해야 한다는 것이, 1.5도 지구기온상승 제한을 위해 유엔IPCC가 제시한 경로다. 그동안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수준을 감안할 때, 이것은 한국의 정의롭고 공정한 책임분담을 위한 최소한의 감축량이다. 

2050년 탄소중립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기후위기 극복과 1.5도 상승제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어느 특정 연도에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향후 배출하는 전체 온실가스 총량이 지구 온도 상승을 좌우하는 관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경로로서 2030년 목표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러한 과학의 목소리를 외면한채 수준 낮은 행보를 이어왔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0년 대비 최소한 절반 이상 줄인다는 규범적 목표를 전제로 하고, 그 외에 여러 사안들의 논의를 진행했어야 한다. 하지만 ‘녹색성장’이 중심이 아닌 ‘기후정의’를 어떤 수준으로 법안내용에 적시할지, 실행력을 담보한 실질적인 전담기구의 위상은 어떠해야하는지 등은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환노위에서 통과된 법안에는 2030년 목표는 2018년 대비 35% 감축에 불과하고, 2050년 탄소중립은 ‘국가가 달성해야 할 의무’가 아닌 ‘목표’로만 규정했다. 또한 시대에 뒤떨어진 ‘녹색성장’이 법안 제목과 내용에 버젓이 들어가게 되었다. 

기후위기 대응과 이를 위한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은 전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미리 현실가능성을 논하고, 타협가능성을 논할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치공학적 사고에 익숙한 한국 기성정치인들에게 기후위기는 하나의 정쟁 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180석 이상 차지한 집권여당의 힘자랑으로 상임위 심사가 일단락 되고 만것이다. 기존 ‘저탄소 녹색성장법’ 기본법의 과오를 반복할 시간이 없다. 국제사회가 합의한 1.5도 목표와 달성 경로에 대해 정부여당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이번 국회가 실질적인 기후위기 대응법을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아직 국회 법사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후위기 해결이 불가능한 법안을 밀어붙이는 무리수를 당장 중단하라. 또한 법안의 내용에 ‘녹색성장’을 고집하는 국민의힘도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현재의 기후위기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의 목표와 수단은 모두 ‘정의로워야’ 한다. 지금 법안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국제사회의 공정한 분담 원칙에 어긋난다. 또한 ‘녹색성장’ 이라는 수단은 기후위기 유발의 가장 큰 책임자인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줄 뿐이다. ‘탄소중립 녹생성장법’ 심의를 철회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제대로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기후위기 시대, 국회가 해야할 최소한의 책무다. 

2021년 8월 19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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