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의식주 ① 먹을거리 편 – 밥상위의 대반란

2009.07.06 | 기후위기대응

멸종위기에 처한 ‘명태’
저는 동해바다에 마지막 남은 ‘명태’입니다. 1970년대 동해에서 명태가 1년에 6만 톤씩 잡혔던 일은 이제 까마득한 옛 추억입니다. 지난해엔 거의 잡히지 않았죠. 다른 명태들은 ‘도저히 더워서 못 살겠다’며 벌써 북쪽으로 이사를 갔고, 저는 바다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리기 위해 이렇게 남았답니다. 지난 30년 사이 동해바다 수온은 0.8도가 올랐어요. 물고기들은 수온에 매우 민감하답니다. 그래서 우리 같은 한류성어종인 ‘명태’와 ‘도루묵’이 사라진 자리를 ‘오징어’와 ‘멸치’가 채우고 있어요. 뭐 동해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지면 수입 동태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바다 속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어요. ‘갯녹음’이라고도 하는데, 수온상승과 환경변화로 해조류가 군락을 이루는 바다 숲이 사라지고 석회조류만 남는 거예요. 물고기의 산란장이 사라지고, 바위 표면이 백색으로 딱딱하게 변해가는 겁니다. 바다가 점점 죽어가는 것이지요. 최근에 동해바다에서 ‘백상아리’랑 마주쳤어요.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아열대성어종인 백상아리의 동해바다 출몰, 심상치 않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여름에 동해바다에서 해수욕하시더라도 ‘해파리 떼’랑 ‘백상아리’ 조심하시고, 동해바다에 다시 명태가 돌아올 수 있게, 지구의 온도 좀 낮춰 주시길. 이제 저도 제 살 길 찾아서 오호츠크 바다로 헤엄쳐 가야겠어요.

철없는 과일 ‘딸기’
저는 딸기입니다. 창피하게도 딸기가 나는 제철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납니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면 노지 재배를 하면 딸기의 제철은 5월부터 초여름까지라고 하네요.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하우스 재배가 일반화되면서 한겨울부터 딸기를 맛보고 계시잖아요. 저도 사시사철 생산되다 보니 제철이 언제인지 잊어버릴 정도랍니다. 사실 요즘 여러분이 먹는 ‘딸기’는 땅 힘과 자연의 힘으로 재배한 것이 아니라 ‘석유’가 키운 겁니다. 한겨울에 딸기 재배한다고 생각해보셔요. 비닐하우스 만들어야죠. 그뿐인가요? 연탄이든 석유든 난방하려면 화석연료 써야죠. 비료 줘야죠. 비닐하우스, 난방연료, 비료의 원재료가 다 석유랍니다. 뭐 철없는 과일이 저 하나뿐인가요? 수박, 참외, 메론, 딸기, 토마토 등. 제발 비닐하우스 속에 저희를 가둬두지 마시고, 석유냄새 안 나는 노지에서 햇빛 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해주셔요. 제철 과일을 먹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답니다.

대단한 유기농 ‘주스’
저는 모 대기업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야채과일 주스입니다. 농약을 쓰지 않고,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원료로 만들어졌지요. 그런데 원료가 다 어디서 생산된 것인 줄 아시나요?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저는 미국산 유기농 당근즙, 브라질산 유기농 오렌지과즙, 터키산 유기농 사과즙, 이탈리아산 유기농 토마토즙, 이스라엘산 레몬과즙으로 만들었습니다. 제가 주스로 만들어지기 위해 이동한 거리는 무려 47,626km입니다. 전 세계에서 비행기, 배, 기차, 트럭을 타고 이동해온 거리랍니다. 굉장하죠? 포장지엔 각종 유기농인증 도장으로 도배되어 있지만 제가 만들어지기까지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어마어마합니다. 물론 생산에서 가공에 이르기까지에도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지요. 또 냉장 보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속에 들어가기 전까지 저는 계속해서 에너지를 소비한답니다.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를 걱정한다면, 식품을 선택할 때 식품의 이동거리도 생각하셔요.  

전입신고 합니다 ‘주홍날개꽃 매미’
본의 아니게 전입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주홍날개꽃매미 입니다. 2006년도부터 한반도에 본격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기후조건이 제가 살던 아열대 기후대로 변해가면서 아예 여기에 눌러 앉았습니다. 저보고 병충해를 입힌다고 욕하시는데, 사실 이런 기후변화의 조건은 인간이 만들어놓고 저희들만 매도하시면 섭섭합니다. 어쨌든 저희는 올해 개체수가 30배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특히 경기도와 충청남북도를 중심으로 달콤한 과수나무 수액을 빨아 먹을 예정이오니, 미리 대비하시지요.

지구를 살리는 밥상 – 지역에서 생산한 유기농 채식식단
기후변화가 너무 심각해졌습니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그동안 화석연료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대기 중에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발생합니다. 그래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합니다. 우리가 먹는 식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에너지가 사용됩니다. 결국 해답은 우리들의 먹을거리에서 ‘석유’의 흔적을 지워내야 합니다. 석유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가능한 가까운 먹을거리를 소비해서 식품의 쓸데없는 이동거리를 줄여야 합니다. 또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육류식단을 조금씩 줄이고 채식식단을 늘여가야 합니다. 잊지 마셔요. 우리가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지구의 온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국장)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우리농 소식지 72호(2009년 7월)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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