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의식주 ② 의복편 – “모피 코트지고, 티팬티 뜬다”

2009.08.04 | 기후위기대응

기후변화와 의식주 ② 의복편 – “모피 코트지고, 티팬티 뜬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환경운동가들은 바빠진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줄어드는 일이 있다. 바로 동물보호를 위한 모피코트 반대운동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모피코트’를 입고 나서기에 민망한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도 살판났다. 한겨울을 나기위해 누구나 한 벌 씩 갖고 있던 두꺼운 오리털 점퍼의 인기도 저물고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옷차림을 어떻게 바꿀까? 기상청에 따르면 1920년 대 이후 우리나라의 겨울은 한 달이 줄어들고, 여름은 20일이나 늘었다. 봄가을도 짧아지고, 경계도 사라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패션업계는 기후변화에 맞춰 봄가을 제품은 적게 생산하고, 여름에 다양한 제품을 더 많이 만들고 있다. 디자이너들도 기후변화를 유심히 관찰해서 옷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요즘은 기상 변덕이 너무 심해져서 딱히 봄옷, 여름옷 구분 없이 그날그날 날씨에 맞춰서 옷을 입어야 할 때가 많다. 올해 3월에는 갑자기 찾아온 이상고온에 봄도 오기 전에 반팔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활보하기도 했다. 지하철에서 에어컨을 틀 정도로 무더운 날씨였으니 말해 무엇 할까.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옷을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입는 옷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패스트 패션’이 유행하고 있다. 패션도 마치 ‘햄버거’처럼 유행에 따라 저렴하고 빠르게 소비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싼값에 여러 벌 구입해 한철 입고 바로 버리는 것이다. 옷값이 한 끼 밥값 정도밖에 안되니 충동구매하기에 딱 좋다. ‘패스트 패션’은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하고 쓰레기를 많이 만들기 때문에 지구에 좋지 않다.

<티셔츠 경제학>이라는 책을 쓴 피에트라 리볼리는 어느 날 마트에서 5달러 99센트를 주고 티셔츠를 한 장 산다. 그리고는 5년 동안 그 티셔츠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었는지를 추적해서 기록하기 시작했다. 티셔츠의 원재료는 미국 텍사스 목화농장에서 중국의 섬유공장으로 옮겨지고, 중국에서 메이드인차이나 상표를 달고 생산된 티셔츠는 다시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판매된다. 마지막으로 미국인들에게 버려진 티셔츠가 아프리카의 구제 옷 시장에서 다시 판매된다. 우리가 먹을거리의 세계적인 이동을 이야기 하지만 우리가 입는 옷도 얼마나 멀고 험한 여행을 하는지 모른다.

이런 패스트 패션에 ‘착한 옷’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금 경기도미술관에서는 ‘윤리적인 패션전-착하게 입자’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화려한 패션쇼와는 다르게 친환경 소재, 재활용, 공정 무역을 기반으로 옷을 만들어서 사람들 앞에 선보인다. 전 세계적으로도 ‘윤리적인 옷’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베를린에서도 환경 친화적 의류와 패션 소품을 선보이는 ‘그린 쇼룸’이 열리고,  파리에서는 매년 ‘에티컬 패션쇼’가 열린다. 파리에서 열리는 ‘에티컬 패션쇼’에는 전 세계 100여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 현지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공정무역, 살충제 화학․염색제 사용을 하지 않고 천연재료를 이용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옷에도 추억과 기억이 담겨 있어서 오래도록 입으면 입을수록 편해지는 옷이 있다. 디자이너들은 이처럼 사람들이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옷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디자이너들의 생각이 지구를 구한다.

옷을 살 때도 전자제품을 선택하는 것처럼 신중해야 한다. 옷은 매번 빨아 입고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전자제품처럼 제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보다 사용과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더 많다. 주름이 지지 않는 옷은 다림질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고, 매번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는 옷은 지구 환경에 좋지 않다. 영국의 막스앤스펜서는 옷을 판매할 때 ‘기후를 생각하세요'(Think Climate)‘라는 라벨을 붙인다. 상품 라벨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세탁물 온도를 30℃로 낮추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 영국 국민 모두가 뜨거운 물이 아니라  30℃ 세탁물을 사용하면 막스앤스펜서 점포에서 1년 동안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보다 더 많은 양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시대, 유행 돌풍을 몰고 올 패션은 ‘티팬티’와 ‘내복’이다. 약간 민망하긴 하지만 티팬티는 여름에 시원하고, 만드는 재료도 적게 들고, 세탁할 때 물과 세제도 적게 들면서 금방 마른다. 겨울철 내복은 난방비를 아껴준다. 여름철 넥타이와 정장을 입기보다 노타이 차림으로 편하게 입자는 쿨비즈 캠페인도 확산되고 있다. 이제 옷 하나를 입어도 기후변화를 생각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변화시대 멋쟁이의 기준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입을 수 있는, ‘기후’에 좋은 옷을 선택하는 것이다. 옷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세탁하는데 물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지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자, 장마도 그쳤는데, 옷장 한번 뒤져보고 기후변화 시대를 준비하는 멋쟁이가 돼 보자.

이유진 (녹색연합 기후에너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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