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탄소감축 발목잡는 산업계 규탄” 기후위기비상행동 직접행동으로 탄소중립위원회-산업계 간담회 무산

2021.09.29 | 기후위기대응

  • 2030 감축목표 논의하는 산업계 간담회에서 직접행동 진행
  • 회의장 입구 가로막고 1시간 여 진행, 결국 회의 무산

300여개 환경·시민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 활동가들이 9월28일 오후 4시, 탄소중립위원회-산업계 간담회가 열리는 서울상공회의소 회의장 입구를 가로막고 ‘탄소감축 발목잡는 산업계 규탄’ 직접행동을 벌였다.

비상행동은 ‘2050 탄소중립 및 2030 NDC 관련 탄소중립위원회-산업계 간담회’가 열린 서울 대한 상공회의소 회의장 앞에서 “국내 상위 20개 기업들이 탄소배출의 60%를 차지하고 있고,이들 대기업의 급격한 탄소 감축 없이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은 불가능하다”며,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은 그린워싱을 멈추고 기후위기 대응 발목잡기를 중단할 것”과 “탄소중립위원회가 정의로운 2030 감축목표를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활동가들은 “기후위기보다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산업계를 규탄한다”는 의미로 ‘기후 악당’ 문구가 적힌 모형지폐를 바닥에 뿌리고, “기후악당 출입금지”를 외치며 회의장 입구를 1시간 동안 가로막았다.

이 날 대한상공회의소 1층 EC 컨퍼런스 홀에서 개최된 ‘2050 탄소중립 및 2030 NDC 관련 탄소중립위원회-산업계 간담회’는 주요 경제단체, 주요 배출업종 기업, 탄중위 경제분과 위원, 관계부처가 모여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나누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비상행동의 이날 기습 행동으로 인해 간담회는 취소되었다.

‘기후위기에 대한 산업계의 무책임함’을 지적한 이날 행동과 관련하여, 비상행동의 황인철 공동집행위원장은 “산업계는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수립되자마자 목표가 너무 ‘급진적’이라며 반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기업들의 탄소중립 선언이 그저 녹색포장(그린워싱)에 불과함을 명백히 보여준다. 정부 또한 대기업의 눈치 보기를 중단하고 기후정의에 입각한 탄소감축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언문>

2030 탄소감축 발목잡는 산업계를 규탄한다 

기후위기 대응 방해하는 산업계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오늘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요 경제단체, 주요 배출업종 기업, 탄중위 경제분과 위원, 관계부처가 모여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상향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한 간담회가 진행된다. 8월 31일 국회에서 통과된 탄소중립 녹색성장 법안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최소 35%를 감축목표로 설정하고, 정부는 2030년까지 40% 감축이라는 NDC 상향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런 목표는 기후위기를 막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대기업을 위시한 산업계는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기후정의에 부합하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을 요구하고, 기후위기의 책임자이면서 온실가스 감축의 발목을 잡는 산업계를 규탄하기 위해 이자리에 모였다. 

최근 산업계는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국회에서 통과된 탄소중립기본법의 2030 감축목표에 대해, 지나치게 무리한 계획이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8월 5일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산업부문의 감축목표가 지나치게 높다며,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8월 31일, 탄소중립법안에서 설정한 “35% 이상 감축”이라는 2030 목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오히려 기업들에 대한 각종 세제와 금융지원,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 지원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오늘 탄소중립위원회와 산업계간의 간담회에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종 임원들이 참석한다. 철강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 한전의 5개 발전자회사,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쌍용양회 등 각종 시멘트 업종, S-Oil 등 정유업체, 엘지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기업들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 상위 20대 기업에 포진되어있다. 이들 상위 20개 기업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60%를 차지하며, 배출량 1위인 포스코의 경우 무려 11%를 차지한다. 이들이야말로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일으킨 장본인이며, 이들 대기업의 급격한 탄소 감축 없이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은 불가능하다. 

많은 기업들이 작년 11월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자마자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겠다며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감축목표가 수립되자마자 목표가 너무 ‘급진적’이라며 반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기업들의 탄소중립 선언이 그저 녹색포장(그린워싱)에 불과함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들 기업이 생각한 탄소중립은 그저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홍보하며 수십억원의 광고를 하거나, 직원들에게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수준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 기업에게 기후위기는 위기가 아닌 또다른 이윤 창출의 기회일 뿐이다.

그간 인류의 미래와 맞바꿔 온실가스를 공짜로 배출하며 이윤을 창출해오던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막중한 배출책임을 숨긴채 오히려 기후위기의 피해자임을 자처하는 행태는 참으로 기만적이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과정에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달라는 요구에 못이겨, 경제5단체, 주요 다배출기업들만을 대상으로 마련된 오늘의 간담회는 의견수렴을 빙자한 산업계 눈치보기에 불과하다. 농민, 노동자, 청년, 빈민 등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무관심하면서, 기업들의 엄살에 쩔쩔매며 자본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정부관료와 탄소중립위원회의 행태가, 결국 기후위기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눈을 가리고 진행되었던 그간의 수많은 산업계와 정부의 결탁으로 인해 기후위기는 계속해서 심화되어 왔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평균온도 1.1도 상승만으로도 우리는 지금 유례없는 기후재난을 목격하고 있고 이로 인한 피해는 온실가스 배출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1.5도 온도상승을 막기위해 IPCC에서 제시하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절반 이상 감축은 타협의 대상이 아닌 과학의 명령이며, 기후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기후정의다. 

더 많은 기업의 이윤보다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다.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은 그린워싱을 멈추고 기후위기 대응 발목잡기를 중단하라.

성장과 이윤을 위해 2030 탄소감축 발목잡는 산업계를 규탄한다.

정부는 대기업 눈치 보기를 중단하고 기후재난으로부터 안전할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라. 

탄소중립위원회는 기업의 이윤이 아닌 시민의 생명을 위한 정의로운 2030 감축목표를 수립하라.

2021년 9월 28일

기후위기비상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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