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재난 울진 산불 사흘째 이어져
-유례없는 건조한 날씨에 산불 위협 계속될 것
울진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울진 두천리 북면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순간 풍속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강원 삼척까지 번진 대형산불에 정부는 역대 4번째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울진 산불은 전개 속도가 빨랐다. 30여 시간만에 1만㏊가 넘는 산림피해가 발생했다. 2000년 동해안 산불보다 불의 진행 속도가 빨랐다. 같은날 10여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전국이 불길에 휩싸였다,
울진삼척 산불은 기후위기 재난이다. 울진과 삼척에는 이번 겨울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다. 겨울 건조는 이제 한반도 겨울의 일상이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에 적설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울진만 하더라도 과거 10년 전에 비해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울진군 북면을 비롯하여 인근 금강송면 그리고 산림이 붙어 있는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과 가곡면에도 눈이 내리지 않았다.
현장에서 지켜본 울진 산불 상황은 처참했다. 강풍으로 인해 불은 삽시간에 번졌다. 강원 삼척 원덕읍 노경리에서는 타오르는 불길 사이로 송전탑이 아슬아슬하게 서있었다. 연기가 울진 응봉산 동사면을 따라서 남북으로 길게 길게 펼쳐졌다. 사이사이로 산불 진화 헬기들이 쉼 없이 오갔다. 진화 헬기가 50여대가 북면 두천리 상당리 덕구리 등을 중심으로 물을 날랐지만 진화가 쉽지 않았다. 울진 북면을 중심으로 울진의 산림지역은 담수지가 부족하다. 때문에 헬기가 좀 더 효과적으로 물을 뿌리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7번 국도 주변은 이미 새까맣게 타버린 모습이었다. 아직 산불이 번지지 않은 마을 주민들도 언제 덮칠지 모르는 불길에 두려움에 떨었다. 항공진화 및 지상진화 등 정부의 진화 역량에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악전고투의 양상이다.
이번 산불이 더욱 위험했던 이유는 금강소나무 군락지때문이다. 울진삼척봉화의 3개 시군이 연접하고 있는 산림지역은 국내 최대 금강소나무 군락이다. 흉고직경 지름 60cm이상의 대경목이 즐비한 이 지역에 불이 붙으면 소나무의 화마가 하늘을 날아다닌다. 소나무의 특성상 불이 났을 경우 솔잎이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처럼 큰 소나무숲은 산불에 취약할 뿐만 아니라 불길이 시작되면 대형 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3월 1일 기준으로 227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작년 같은 기간 126건, 2020년 71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형산불도 2건이나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경남 합천군 율곡면에서 시작해 고령군 쌍림면까지 확산한 산불로 축구장 950개와 맞먹는 규모의 숲이 사라졌다.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 산불동원령은 ‘산불 3단계’로 발령됐다. 지난 16일에는 경북 영덕군 영덕읍 화천리 한 야산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산림 400여ha가 불타고, 산림당국은 ‘산불 대응 3단계’를, 소방당국이 ‘동원령 1호’를 발령하기도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강수량은 6.1㎜로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양을 기록한다. 평년(‘91~’10) 52.0mm과 비교해도 한참 못미친다. 유례없는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온도가 1.5℃ 증가하면 산불 기상지수는 8.6% 상승하고 2.0℃가 증가하면 13.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산불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호주와 미국의 대형산불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겨울과 봄철 건조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형 산불의 위협은 계속 될 것이다. 정부의 산불 진화 역량으로 감당하기 버거운 기상 상황이 펼쳐 지고 있다. 산불의 진화 체계와 장비를 고도화해도 대자연의 경고인 기후위기의 힘을 감당하기는 쉽지가 않다. 국가적 재난인 산불대응은 이제 기후위기 적응 차원의 대책으로 개선해야 한다. 진화와 더불어 예방 대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대형산불의 일상화를 막기 위해 국가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2022년 3월 6일
녹색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