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밀양 산불은 기후위기 재난의 증거, 정부는 적응 대책에 적극 나서야

2022.06.02 | 기후위기대응

경남 밀양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산불 3단계’와 산불국가위기경보 ‘심각, ‘전국 소방동원령 1호’가 유지되고 있다. 오늘(6/2) 오전 6시 기준 649㏊, 축구장 911여 개에 달하는 면적이 산불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인명이나 가옥 피해는 없지만 밀양시와 시민들은 산불재난으로 충격으로 빠져 있다. 더 큰 피해 없이 신속한 완전 진화를 기대한다.

이번 밀양산불은 유례없는 여름철 대형산불이다. 정부가 지난 1986년부터 산불을 기록한 이래 6월에 대형산불이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제(6/1) 밀양의 기온은 31도를 웃돌았다. 고온건조한 대기에 여름철 산불재난은 정부도 시민들도 처음 마주하는 상황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과 호주 산불처럼 고온건조한 기상에서 발생한 산불이 한국에서 시작된 것이다.

올해 5월 밀양 강수량은 평년 106.7㎜에 훨씬 못 미치는 3.3㎜다. 평년 대비 3% 수준에 불과하다.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다. 또 지난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 동안 비가 내린 양이 174mm, 예년에 비하면 46%에 그친다. 극심한 건조에 여름철 대형 산불이 잇따르는 것이다.

그동안 한시적인 산불 대응을 해 온 정부 정책에 새로운 새로운 과제가 제기되고 있다. 밀양 산불 3일차 현재 산림청의 산림항공헬기는 가동율이 50% 미만이다. 헬기를 운영하는 항공법의 기준에서 사용일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산불진화에 투입할 헬기가 물리적으로 정책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시도와 시군의 임차헬기도 바닥이 났다. 산불비상 대책기간에 민간헬기를 계약한 기간이 만료되었기 때문이다. 또 시군의 산불진화 인력도 5월31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더 이상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산불재난 대응 시스템은 봄철에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이제 산불은 겨울부터 봄을 거쳐서 여름까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16일 영덕 산불 이래 이번 밀양 산불까지 올 들어 대형산불 10개가 이어졌다. 한겨울 영하 10도의 영덕 산불부터 초유의 울진삼척  산불을 거쳐서 여름으로 접어든 밀양 산불까지 연중 산불이라는 재난을 맞이하고 있다.

잇따른 대형산불은 기후위기의 증거에 다름아니다.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후위기는 에너지전환을 통한 탄소 대응이라는 ‘감축’과 재해재난과 생물다양성 대응이라는 ‘적응’으로 집약된다. 정부는 산불을 비롯한 기후위기 재해재난에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봄철만이 아닌 연중 기후위기 재난 차원에서 산불을 대비해야 한다. 산불 예방과 진화에 관한 법을 만들고, 상시 산불에 대비할 수 있는 본격적인 조직과 시스템도 현실화 해야 할 것이다. 산불이 터졌다 하면 마음 졸이며 피해를 걱정하는 마을과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도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지구적 위기다. 국경도 없고 정부와 시민도 예외가 없다. 위기를 위기답게 받아들이고 적응에 나서야 한다. 기후위기 적응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생존을 위한 일이다.

2022년 6월 2일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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