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군대는 기후위기 대응의 사각지대인가

2022.08.04 | 기후위기대응

  • 한국군 온실가스 배출량, 전체 공공부문 배출량보다 많아
  • 군사부문,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기후 정책의 사각지대
  • 전 세계 각국의 군 배출량, 유엔기후변화협약 상 보고 의무 없어 큰 허점 
  • 직접배출만이 아닌 군수산업 등 간접배출을 고려한 군사부문 배출의 전체규모 파악 필요
  • 군대도 기후정책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어, 군비 축소 등 적극적인 평화정책이 곧 기후위기 대응으로 연결

최근 국제사회는 전 세계의 군사부문에서 상당한 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국방성 펜타곤의 경우, 단일기관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스웨덴, 덴마크보다 미군이 한 해 동안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연구도 나온 바 있다. 그렇다면 전 세계 군비지출 10위에 달하는 한국의 군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얼마나 될까? 녹색연합은 이번에 국방부가 연구용역을 통해 한국의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산하였음을 확인하였고, 그 배출량이 공공부문 전체 배출량보다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군사부문은 온실가스 관리와 감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문제점을 확인했다.  

군사부문 배출량

2021년 수행한 한국 국방부의 연구용역 결과,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기준 약 388만 톤CO2-eq으로 확인되었다. 한국군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배출량 388만 톤CO2-eq은, ‘공공부문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 (이하 공공부문목표관리제)’ 대상인 전국 783개 기관의 2020년 전체 배출량 370만 톤CO2-eq 보다 많은 양이다(출처:환경부, 2021 환경백서, 72쪽). 2011년부터 도입된 ‘공공부문 목표관리제’의 대상기관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공공기관, 지방공사 공단, 국공립대학, 국립대학병원/치과병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이번에 확인된 한국군 배출량은 국방부의 <군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탄소중립 정책 추진방안 (이하 군온실가스 배출량 용역)>연구용역에 대해 녹색연합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것이다. 국방부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비공개하는 대신, 2020년 배출량 수치만을 공개하였다. 

[자료1: 환경부, 2021 환경백서, 72쪽 ] 공공부문 기준배출량 및 배출량

관리의 사각지대

전체 공공부문을 넘어서는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함에도 군사분야는 온실가스 관리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아 기후위기 대응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공공부문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의 대상기관에 군사부문은 아예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지침은 ‘국가 안보, 국방과 직결되는 시설’일 경우 목표관리 대상시설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고시 <공공부문 온실가스 목표관리 운영 등에 관한 지침> 제9조) – ‘공공부문 목표관리제’ 대상기관에 국방부가 포함되어 있으나, 국방부가 보고하는 온실가스 배출시설에는 국방부 본관, 국립서울현충원 청사 등 건물 및 차량 배출량, 국방전산정보원 차량 배출량 등만 통계 대상 시설로 하고 있고, 각 군의 국방 군사 목적 시설은 통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2020년 국방부 질의 답변)

‘공공부문 목표관리제’의 대상이 아니더라도, 군 자체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노력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번에 국방부가 진행한 ‘군온실가스 배출량 용역’ 이전까지는 온실가스 관리의 기본인 배출량 자체를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 온실가스 관리를 위한 기초인 배출량 통계조차 2021년에야 이루어졌다는 것은, 군의 관련 정책 추진이 얼마나 뒤쳐졌는지를 말해준다. 또한 국방부는 이번에 공개된 배출량도 “표본조사에 기반을 두어 산출된 것으로 실제 배출량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전체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배출량의 산정범위, 산정방법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 한국의 국방비 비중(세계 10위, GDP 대비 2.8%) 등을 고려할 때, 이번 배출량 수치는 실제보다 적게 추산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기후위기가 날로 심각해 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군사분야 배출량의 정확한 통계조차 생산하지 않고 있는 문제를 보여준다.

또한 국방부가 이번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작성한 연구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국방녹색성장 추진계획 수립, 육군 탄소관리모델 개발 등이 실시되었으나 현재는 추진이 다소 미진한 상태”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군 당국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없었음을 말해준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허점

군배출량이 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군사부문 배출량을 각국의 배출량 집계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2015년 파리협정 체제에서는 군사부문 배출량 보고를 ‘의무사항’이 아니라 각국의 ‘자발적 선택사항’으로 남겨두었다. 이것은 파리협정의 큰 허점이라고 평가된다. 높은 군비를 지출하는 국가들에게 보고의무를 회피하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보고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 중 카테고리 ‘1A5 미분류부문’ 항목에 군사용 목적의 연료 소비량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국방비 20위 권의 국가 중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8개국은 1A5미분류 항목 자체를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다.(자료1 참조. 출처: militaryemissions.org)

국제사회 평가

그나마 각국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보고하는 카테고리 ‘1A5 미분류부문’ 항목의 내용도 매우 불충분하다고 평가받는다. 해외 민간기구인 CEOBS(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와 CONCRETE IMPACTS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방비 20위권의 국가들에 대해서, UNFCCC에 군사부문 관련 보고와 데이타 공개(1A5미분류 항목)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자료2 참조) 한국에 대해서 ‘배출보고의 등급’은 ‘매우 현저히 축소보고됨(very significant under-reporting)’으로 평가했고, ‘데이타 접근성 점수’는 ‘부족함(poor)’으로 평가했다. (자료3 참조) 

한국의 ‘1A5 미분류부문’ 배출량은 2018년 기준 311.5만 톤CO2-eq이다. 하지만 이 수치가 군사부문의 배출량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1A5 미분류부문 항목에는, 간접배출량(전력, 열)이 제외되어 있고, 일부 군사용배출량은 미분류가 아닌 다른 항목에 포함되어 있으며, 고정형(시설)/이동형(운송수단)별 배출량 분류도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자료4 참조). 따라서 UNFCCC에 제출하는 1A5미분류 항목의 데이타 만으로는 군사용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하게 보고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자료2: CEOBS, A Framework for Military Greenhouse Gas Emissions Reporting, 2022]
세계 군사비 지출 20대 국가의 군사비, UNFCCC에 1A5항목으로 보고한 배출량, 그리고 평가

[자료3: CEOBS, CONCRETE IMPACTS, militaryemissions.org ]
한국의 UNFCCC 군사부문 배출량 보고실태에 대한 해외민간단체의 평가 

[자료4: 국가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국가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1990-2018)]
미분류 부문(1A5) 관련 파트

군사부문 배출량의 범위

온실가스 배출량은 직접배출량과 간접배출량으로 구분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scope1(해당 기관 경계 내 연료연소로 인한 직접 배출), scope2(해당기관이 구입한 열, 전력 등의 사용으로 인한 간접 배출), scope3(일련의 조달과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로 구분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느 범위까지 산정하느냐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영국과 유럽의 군사배출량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간접배출량이 직접배출량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자료3 참조). 나아가 군대 배출량은 scope1,2,3만이 아니라, 전쟁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scope3+)까지 고려해야, 군대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CEOBS, A Framework for Military Greenhouse Gas Emissions Reporting, 2022 참조). 이는 군사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매우 광범위하고,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클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군의 사례를 살펴보자면, 2019년 진행된 브라운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2017년 미 국방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900만 톤CO2-eq이다. 한편 2001년부터 2017년까지 미 군수산업은 약 26억 톤 CO2-eq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며, 이는 매년 평균 1억 5300만 톤CO2-eq에 달한다. 따라서 미국의 군사부문에 군수산업 관련 배출량을 포함하게 되면, 2017년 기준 2억1200만 톤CO2-eq에 육박하며, 국방부만의 배출량 5,900만 톤CO2-eq의 약 3.5배에 달한다. (Brown Univ. Pentagon Fuel Use, Climate Change, and the Costs of War, 2019)

이번에 확인된 한국군의 배출량은 scope1,2,3 중 어느 범위까지 계산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 전체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군사부문의 기후위기 영향을 정확히 측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scope1,2,3(필요할경우 3+)까지 고려한 배출량을 계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료5: CEOBS, The military’s contribution to climate change, 2021]
유럽과 영국의 군사부문 직접배출량과 간접배출량 비교

[자료6: CEOBS, A Framework for Military Greenhouse Gas Emissions Reporting, 2022]
scope1,2,3,3+ 각각에 해당하는 배출원 

해외사례

유엔기후변화협약의 허점으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가  군대의 배출량을 정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몇몇 국가들은 기초적인 배출량 통계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배출측정가이드를 마련하는 경우가 있다. 

브라운대학은 미 국방부의 2017년 기준 배출량이 약 5,900만 톤CO2-eq라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그 후 공개된 미 국방부의 보고서를 통해서, 미군이 정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고 있었음이 확인되었다(자료7 참조).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은 2010년부터 관련 법령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과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2019년 미군이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은 5,500만 톤CO2-eq이며, 이 중 2,100만 톤CO2-eq(38%)이 군시설에서 배출되었고, 3,400만 톤CO2-eq(62%)이 작전 장비에서 나왔다. 특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화석연료 연소, 특히 항공연료(jet fuel)로 밝혀졌다. 

한편 미국 환경청(EPA)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가 대기오염 배출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에 군사 부문까지 포함한다. 또한, 자국 내 배출량과 해외파병에 따른 배출량을 구분하고 있다(송기봉 등, 군사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관한 연구, 2017 참조). 

[자료7: Department of Defence, Report on Greenhouse Gas Emission Level, 2021]
미군의 시설 및 작전 관련 배출원과 배출비중

의견

이번에 공개된 한국군의 온실가스 배출량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한국은 그동안 군사부문의 배출량 통계조차 제대로 작성하고 있지 않고, 투명한 공개와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둘째, 군사부문의 배출량이 전체 공공부문의 배출량을 넘어설 만큼 상당한 양이라는 점이다. 셋째, 군사부문이 온실가스 관리와 감축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넷째, 유엔기후변화협약의 파리협정 체제는 각국에 군온실가스 보고의무를 부과하지 않아서, 기후위기 대응의 허점이 되고 있다.

국제적인 군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의무 체계를 만들고, 정확한 배출량 통계를 작성하고, 배출량 감축을 위한 국내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근본적인 해법도 필요하다. 바로 적극적인 평화 증진과 군비축소가 그것이다. SGR(Scientists for Global Responsibility)의 Stuart Parkinson박사는, 만약 군대의 탄소 감축이 ‘더 적은 연료로 더 많은 전투(More fight, Less fuel)를 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동기가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군용 탄소 배출의 실질적인 감소의 핵심은 막대한 군사 예산을 축소하는 것”이고, “이 예산들을 줄이는 열쇠는 군사적 긴장을 줄이는 것”이라고 밝힌다 (Dr. Stuart Parkinson, The Carbon boot-print of the military, 2020 참조) 2020년 기준 전 세계 군사비지출은 2,630조 원에 달한다.

녹색연합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사회 모든 부문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군사부문이라고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전체 공공부문보다 많은 배출을 하는 군사부문을 제외한채 운영되는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는 시작부터 실효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직접 간접 배출량(scope1,2,3,3+)을 모두 고려한 군사부문 배출량 통계를 만들어 투명하게 공개하고, 군사부문의 탄소배출을 관리 감축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그 정책은 다른 공공기관과 같이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은 세계 10위의 군사비 지출 국가이며, 해마다 군사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군사부문의 탄소배출 증가와 기후위기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군비 축소 등 평화를 증진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곧 탄소감축 및 기후위기 해결과 이어진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였다.

담당: 황인철 기후에너지팀 팀장 (hic7478@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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