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이하 탄중위)가 오늘 ‘탄소중립 녹색성장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재구성된 탄중위의 첫 활동이었다. 그러나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이번 추진전략은 문재인 정부의 기후 부정의 정책을 모두 계승하는 한편 도리어 더 악화시키고 있다.
큰 틀에서는 윤석열 정부 탄중위는 기술만능에 입각한 탄소중립을 고수하고, 여전히 기후위기를 유발한 성장중심 자본주의 체제인 녹색성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때보다 시장 중심의 온실가스 감축을 더 강한 기치로 내걸며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충분한 한국의 감축 목표를 상향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자세히 톺아보면 새 정부 탄중위가 내놓은 추진전략이 지난 정부 탄중위의 전략과 가지는 실체적 차이는 ‘원전 만능론’이 더 악화되었다는 점 뿐이다. 새 정부의 숙원 사업이었던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와 수명 만료된 원전의 계속 운전, 기술적·경제적 상용화 가능성이 불투명한 소형원자로(SMR)에 대한 기술 지원 등이 나열되었다.
이는 그 자체로 사고 위험과 다량의 핵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위험한 수단인 핵발전을 기후위기 주요 대응책으로 삼는 어리석은 관점이다. 김상협 위원장이 취임한 지 2달 만에 내놓은 이번 추진 전략은 그 준비 기간으로만 봐도 지난 정부 탄소중립 전략보다 졸속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까닭에 윤석열 정부가 공표해왔던 정책 과제를 모두 나열하고, 지난 탄중위의 전략을 일부 수정보완한 수준의 졸속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탄중위의 독립성과 실력이 더 악화된 것이다.
탄중위의 위원 구성에 있어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탄중위 구성 당시에도 기후위기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이번 탄중위 구성은 절대 다수가 전문가와 산업계 인사로 채워져 있다. 노동, 농민, 빈민 등의 목소리를 반영할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탄중위원장은 탄소중립을 위한 방안으로 핵발전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인사다. 탄중위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구인지, 핵산업 진흥을 위한 기구인지, 먼저 그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한다.
나아가 지난 9월 24일 광화문 일대에 모인 3만 5천 여명의 시민들이 증명하듯 이 시대 시민들은 기후위기 대응·적응 과정에서의 기후정의를 어느 때보다 갈급하게 요구하고 있다. 노동·농민·여성·장애·빈곤·동물권 등과 관련해 어떠한 진전도 없는 이번 추진전략은 윤석열 정부의 기후정책 파산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가는 길은, ‘탈원전 정쟁’이라는 허수아비와 싸우다 정의로운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하는 길이다. 핵발전은 절대 기후위기의 해법이 될 수 없다. 지금 구성된 탄소중립위와 탄소중립추진전략으로는 기후위기 대응도, 기후정의 실현도 모두 불가능하다는 점을 밝히는 바이다.
2022년 10월 26일
기후위기비상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