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녹색연합의 입장과 요구

2023.03.13 | 기후위기대응

▣ 들어가며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22년 4월 6차 평가보고서(제3실무그룹 작성)를 통해 1.5℃ 지구온난화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2020년에서 2025년 사이에 온실가스 배출 정점에 도달하고 줄어들기 시작하지 않으면 1.5℃ 목표의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지금 당장 전세계가 기후행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그 중에서도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1위인 한국의 책임과 역할이 더욱 막중해지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기후정책의 면면을 들여보면 기후위기 대응의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수립 중인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입니다. 법정 수립 기한인 3월 25일이 2주 남짓 남은 상황에서 관련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고 공청회는 수립 기한을 불과 3일 앞둔 3월22일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수 많은 기후위기 당사자들의 참여와 소통은 배제한채 지난 2월 16일 주요 경제단체와의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산업계와의 소통만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비민주적이고 졸속적으로 수립되고 있다는 걸 말해줍니다.

이에 기후환경 시민사회단체들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과 관련한 입장과 요구 사항을 아래와 같이 제시합니다. 이에 대한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의 입장과 의견을 동시에 질의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이고 책임있는 답변을 희망합니다.

#별첨1: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입장과 요구

2023년 3월 9일
녹색연합


#별첨: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입장과 요구

  1. 절차상의 문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15조에 따르면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각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하지만 현재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전체 민간위원 32명 중 교수, 전문가가 24명으로 구성되어 있음. 경제단체 및 기업 대표는 다수 참여하고 있으나 기본법에서 규정하는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등을 대표하는 인원의 참여는 거의 전무한 상황임. 이는 매우 비민주적이고 편향된 구성임은 물론 법률 위반의 소지마저 있음.
-탄소중립기본법 제7조와 시행령 5조에 따르면, 국가전략과 국가기본계획의 수립에 있어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전문가, 국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할 것을 규정하고 있음. 2023.3.25.까지 국가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으나, 탄녹위는 법정기한을 3일 앞둔 3.22에 공청회를 실시한다는 계획임. 탄녹위는 2.16. 주요경제단체와의 간담회 외에는 현재까지 사회각계각층의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은 거의 진행되고 있지 않는 등 비민주적인 것은 물론 특정 그룹에 편향된 상태로 기본계획 수립이 진행되고 있음.

-이에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하는 바임.
현재의 비민주적이고 편향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해체 및 전면 재구성

  1.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관련

-현재 한국정부의 2030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2018년 대비 40%감축임. 하지만 이는 순배출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36.4%에 불과함. 최근에 나온 IPCC 6차 보고서에 따르면 1.5도 제한(50% 확률)을 위해서 전 세계는 2019년 대비 43% 감축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음. 한국의 현재 2030NDC는 2019년 순배출량 대비 34.0% 감축에 불과함. 따라서 현재 한국의 2030NDC는 1.5도 탄소예산에 기반한 과학적 근거 없이 설정한 목표로서, 기후위기를 막는데 매우 불충분한 목표임.

-이에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하는 바임.
1.5도 탄소예산을 고려한 2030 NDC 상향 (재수립)

  1. 연도별 감축목표 관련

-이번 탄녹기본계획에서는 연도별 감축목표를 수립하도록 되어 있음. 2030년 까지의 누적 배출량은 연도별 감축량의 총합으로 구성됨. 현 정부에서 감축을 제대로 하지 않고 감축 부담을 2027년 이후로 미루려고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음. 초기 연도별 감축률을 낮게 설정하고 2030년이 가까운 시기에 급격히 줄이는 방식으로 계획이 수립된다면, 사실상 감축의무이행을 지연시킴으로써 누적배출량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옴(볼록한 감축곡선). 따라서 계획연도 초반에 과감한 감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음. (오목한 감축곡선)

-이에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하는 바임.
누적배출량과 탄소예산을 고려한 향후 20년 연도별 감축목표 수립 (2023~44년), 계획연도 초반(현 정부 임기 내) 과감한 감축 시행


[출처: 플랜1.5, 2022, <2030NDC 달성을 위한 기후정책 제안>]

4. 산업계 감축책임 강화

-현 정부는 여러 차례 현재 2030 NDC가 산업계 의견수렴 없이 수립되었고, 산업계 부담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힌바 있음. 기본계획의 논의과정에서 산업부문 감축목표를 14.5%에서 5%로 축소하고 해외감축을 대폭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
-하지만 국가 온실가스 전체 배출에서 산업계의 책임은 매우 큼. 11개 그룹이 국내 전체 배출량의 64%를 차지하며, 2021년 기준 한전 외 다배출 기업들의 배출량을 살펴보면 2018년 대비 크게 증가하였음(포스코 7.3%, 현대제철 26.5%, 삼성전자 34.5% 등).
-이미 현재의 2030NDC에서 설정한 부문별 감축목표를 살펴보면, 산업계 목표는 가장 낮은 수준임. (산업 14.5%, 전환 44.5%, 건물 32.8%, 수송 37.8% 등)
-그럼에도 산업계는 경제단체 및 산업협회를 통해서 시급한 기후정책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에 방해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임.
-산업계는 기후위기 유발 책임이 막중하므로,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현재 2030NDC에서 설정한 산업계의 감축책임을 후퇴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 필요함.

-이에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하는 바임.
현재 2030NDC의 산업부문 감축 목표의 상향 (후퇴 불가)
인센티브/지원 중심이 아닌 강한 정책적 규제 필요

[출처: 녹색연합 (경향신문 그래픽)]

5.정의로운 전환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필요한 산업전환은, ‘기후정의’의 원칙에 입각해서 진행되어야 함.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과 피해가 지역별, 계층별, 세대별에 따라 상이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기후위기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며, 전환의 책임을 공평하게 분담할 필요가 있음.
-정의로운 전환은, 탈탄소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농민, 지역사회, 소상공인의 민주적 참여와 좋은 일자리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원칙임. 이는 단순히 ‘취약한 계층’에 대한 지원 차원에 국한해서는 안되고, 당사자들이 전환의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되어야 함.
-하지만 현 정부는 친기업 기조를 토대로, 노동계에 대해 매우 적대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음. 또한 농민, 중소상공인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은 거의 없는 상황임. 이는 현재 탄녹위의 구성과 논의과정에서도 이들의 참여와 의견수렴을 배제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
-IPCC 6차 보고서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개념은 저탄소전환에서 평등을 실천하기 위해 사회운동, 노동조합,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는 국제적 중심사안이 되었다”고 말하며 “고소득국가에서 불평등의 해소는 배출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음. 이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불평등 극복과 정의로운 전환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것임.

-이에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하는 바임.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 중소상공인 등의 기후정책 수립과정에 민주적 참여권리 보장
전환 과정에서의 ‘좋은 일자리’(good job) 보장과 국가와 공공이 책임지는 ‘기후일자리’ 확대

6.에너지 관련

-현 정부는 그동안 핵발전을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음. 지난 1월 확정된 10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핵발전은 늘리고 재생에너지는 축소할 예정임.
-하지만 핵발전은 핵사고 위험성과 방사능 폐기물을 고려할 때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에너지원임. IPCC 6차 보고서(WGIII)에 따르면 핵발전은 태양/풍력에너지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나 비용 면에서 뒤쳐지는 옵션으로 나타남. 핵발전이 기후위기 해결책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없음.
-파리협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비롯한 OECD국가는 2030년 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해야 함. 하지만 현 정부는 2030 탈석탄을 위한 로드맵을 비롯하여 화석연료의 빠른 퇴출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고 있지 않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함께 에너지수요와 소비 감축을 위한 정책이 필요함. 발전원의 교체만으로는 효과적인 탄소감축을 이룰 수 없음. 특히 수요감축정책은 에너지다소비계층/지역/기업을 대상으로 할 때 효과와 함께 공평성을 확보할 수 있음.
-현재 정부는 에너지전환을 효율성과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시장체계에 따라 진행하려고 함. 이는 민간자본의 수익확대를 위해 시민의 필수재인 에너지의 공공성을 해칠 우려가 큼. 에너지전환에 있어서 공공성 확보가 중요한 기준으로 검토되고, 이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방안이 마련되어야 함.

-이에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하는 바임.
핵발전 확대 정책 폐기
2030탈석탄을 비롯한 탈화석연료 로드맵 제시
에너지다소비계층과 다소비산업을 대상으로한 수요감축 정책 마련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계획 마련
시장중심 체계에서 벗어난 에너지 공공성 강화방안 마련


[출처: IPCC 6차 보고서(WGIII)]

7.탄소다배출/생태파괴 개발사업 현안

-2030NDC 이행을 위해 탄소중립 기본계획이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당장 해야할 감축행동을 시행하는 토대가 되어야 할 것임. 이를 위해서는 이미 진행되거나 추진 중인 탄소다배출 발전사업 및 토건개발 프로젝트의 중단과 백지화가 필요함.
-탈석탄이라는 국제적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 신규석탄발전소 건설은 지금이라도 빠르게 중단해야하며, 필요하면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서라도 건설 중단을 추진해야 함.
-또한 기후위기 대응에 부합하지 않는 신공항 사업, 탄소흡수원이나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보호지역의 개발사업을 철회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함.

-이에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하는 바임.
신규석탄발전소(삼척), 신공항(가덕도, 새만금, 제주도), 보호지역 개발(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철회
국민청원으로 심의 중인 탈석탄법(신규석탄발전중단법) 제정 추진

8.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국가 책임 강화

-탄소중립기본계획에서는 ‘감축’과 함께 ‘적응’ 정책 역시 수립하도록 되어 있음.
-기후재난이 가속화되는 시기에 시민들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확고한 공공적 보호망과 안정적인 사회기본서비스 보장이 필요함.
-특히 에너지, 먹거리, 이동, 보건의료, 주거 등의 필수부문을 시장과 수익성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공공서비스 제공 수단을 마련해야 함.

-이에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하는 바임.
기후위기 시대 확고한 공공적 보호망과 기본적 생활수단 보장
에너지, 먹거리, 이동, 보건의료, 주거 등의 보편적 공공서비스 강화

9.녹색성장(성장중심주의)의 문제

-현재의 기본법은 법안 제정 과정에서의 매우 정파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탄소중립’과 함께 ‘녹색성장’이 법안 명칭과 내용에 포함됨. 이는 과거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녹색성장을 다시 차용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본연의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됨.
-환경보호/탄소감축과 경제성장을 병행한다는 녹색성장의 기본 전제는, 현재의 지구행성한계를 고려할 때 성립되기 어려움.
-IPCC 6차보고서(WGIII)도, 디커플링(경제성장과 탄소배출의 비동기화)가 개별국가 차원을 넘어 전 세계적 차원에서 달성가능한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며, “1.5도 또는 2도로 제한하기 위해 남아있는 탄소예산 소진을 피하고, 기후붕괴를 막기위해서는, 절대적 디커플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자본주의 성장시스템을 넘어서는 사회경제시스템으로의 전환계획을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수립해야함.

-이에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하는 바임.
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의 폐기 또는 전면개정. (‘녹색성장‘을 삭제한 기후위기 대응 기본법안 제정)
국정목표의 전면적 재구성: GDP에서 탈피하여 기후생태/평등/삶의질 중심의 지표 전면 도입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불평등한 사회경제시스템의 전환계획 수립
화석연료에 기반한 현재 한국의 다배출 산업구조전환 시나리오 수립

*문의: 기후에너지팀 황인철 팀장(070-7438-8511/hic7478@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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