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일제의 벌목으로 사라진 백두대간 원시림, 조선총독부와 도쿄제국대학의 수탈 역사 확인

2026.03.01 | 고산침엽수, 환경일반

대한민국에는 원시림이 없다. 일제강점기 수탈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제 조선총독부와 도쿄제국대학교가 협조하여 백두대간 곳곳에서 원시림을 벌목했다. 1913년부터 30년 이상 백두대간 일대에서 금강소나무 원시림을 체계적으로 수탈했다. 녹색연합은 도쿄제국대학교 부속 조선연습림에서 원시림을 수탈한 기록을 입수하여 공개한다. ‘적송 도쿄제국대학교 조선강원도연습림’이라는 보고서 원본을 확인했다. 보고서는 일제가 원시림을 수탈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벌목을 자행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원시림을 벌목한 증거가 확인된 현장은 금강산과 설악산 중간지대부터 낙동정맥인 삼척 응봉산, 봉화 태백산 일대다. 일제는 산림 연구 또는 임업개발이라는 외피를 쓰고 원시림을 베어갔다. 일본 본토의 목재 수급을 위해 한반도 백두대간의 원시림을 수탈한 것이다.

일제는 1918년부터 강원도 고성군 수동면 일대에 도쿄제국대학부속 조선강원도연습림을 지정하여 식민지 산림 수탈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일제에 의해 산림 벌목의 현장이 확인된 것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봉화 태백산과 삼척 응봉산 덕풍계곡 등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확인된 문서는 일제의 대표적인 국립대학인 도쿄대학교에서 직접 작성한 보고서다. 벌목한 위치를 비롯하여 나무를 어디에 저장하여 일본 어디로 운반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다. 특히 어떤 나무를 매년 얼마나 벌목하여 어디로 실어 나갔는지 상세하게 담겨 있다.

‘적송’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발간자가 ‘도쿄제국대학교 조선강원도연습림’으로 되어 있다. 쇼와 6년(1931년) 3월 1일 발행으로, 작성자는 조선총독부 직원이자 도쿄제국대학교 농학부 교수였던 미야자키 켄조 (宮崎兼三)였다. 보고서는 당시의 일본 인쇄 양식이 그대로 담겨 있다.

도쿄대학교 조선연습림 보고서에는 백두대간 금강산에서 설악산 중간지대인 고성재~삼재령 사이의 남강 일원에서 원시림을 수탈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먼저 ‘벌목한 나무는 적송 즉 금강소나무로 ‘조선 시대부터 왕실에서 보호하는 황장목’이라는 사실부터 밝히고 있다. 일제는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소나무인 금강소나무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해안 수계에 집중된 사실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람하고 아름드리 소나무가 바로 금강산 바로 아래에 있는 고성군 수동면 일대였다.

조선강원도연습림은 백두대간 금강산과 설악산의 중간지대다. 백두대간 금강산~설악산 중간 산줄기에서 동해안 지역으로 빠지는 남강 일대다. 행정구역으로는 강원도 고성군 수동면 사천리 고진동 오소동 등을 중심으로한 지역이다.

도쿄대학교 강원도연습림은 31,176헥타르가량 면적을 지정했다. 이곳은 본래 조선 시대 왕실의 특별보호구역이었던 황장봉산이었다. 그러다가 1910년 국권침탈과 동시에 조선총독부의 국유림으로 편입되었다. 그리고 1912년에 도쿄제국대학이 조선총독부로부터 조선강원도연습림으로 차용 승인을 얻었다. 이듬해인 1913년 4월부터 고성군 고성면 동리에 조선연습림 사무소를 설치하고 직원을 배치시켜 원시림의 수탈에 나섰다.

사천리를 비롯하여 남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 산림지역을 수탈한 것이다. 지금은 이 일대가 비무장지대와 민북지역으로 되어 있다. 이곳은 원래부터 생태계가 아주 탁월하여 지금도 우리 정부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백두대간보호구역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그리고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번에 밝혀진 문서와 함께 강원도 고성군 수동면 일대가 도쿄제국대학 농과대학 조선강원도연습림이라는 사실은 조선총독부의 지도에서도 확인된다. 조선총독부가 1918년 발간한 근대조선 지도(1:50,000)의 고성군 지도를 보면 지금의 고성군 수동면 일대를 ‘농과대학연습림’이라 표기하고 있다. 조선총독부가 1918년 이전부터 백두대간의 원시림을 벌목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다.

조선강원도연습림의 적송 축적량을 약 160만 석(石)이라 밝히고 있다. 1930년 기준 매년 벌채량은 약 4만 석으로 기록하고 있다. 4만 석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30년생 소나무 (표준 규격) 10만 본 가량 되며 대경목은 약 22,000본 가량 된다. 매년 원시림 2만 본 이상을 벌목한 것이다. 이렇게 벌목한 나무를 고성 남강 하류의 장전항과 원산항을 통해서 일본으로 운송했다. 구체적으로 ‘적송재 중 재질과 형태가 가장 우량한 강원도 동해안 지방산은 대부분 내지(일본 본토), 그중에서도 특히 오사카, 나고야 및 하카타(후쿠오카)로 직접 이송된다.’는 사실도 밝히고 있다.

벌목한 나무가 당시 내지(일본) 소나무에 뒤지지 않은 목질(품질)이라는 점도 결론에 밝히고 있다. 보고서를 발간했던 시점인 1931년 전후 한해에 원시림 대경목 20,000본 가량을 벌목했다. 이후 일제가 전시동원체제로 접어든 1937년 이후부터는 훨씬 많은 적송(금강소나무)를 벌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에도 과거엔 울창한 원시림이 존재했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 태곳적 신비를 고이 간직한 숲이 있었다. 특히 금강소나무가 빼곡했다고 알려져 있다. 강원도 고성부터 경북 울진과 봉화에 이르는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으로 이어진 산줄기에는 금강소나무의 원시림이 곳곳에 분포했다. 이런 금강소나무는 직경이 2m에 키가 35m에 이르는 원시림의 자태를 뽐냈다.

한반도의 원시림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일제는 군사적·산업적 목적으로 조선의 원시림을 마구 베어 갔다. 조선총독부의 지원 아래 곳곳에서 체계적인 벌목이 이뤄졌다. 원시림의 주종은 일본이 삼나무라면 우린 소나무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금강소나무 원시림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사라졌다.

태백산 지역인 경북 봉화군 소천면 고선리 구마동계곡에서는 1930년 전후부터 일제의 임업주재소가 설치돼 금강소나무 원시림을 베어 갔다. 일제는 중일전쟁이 본격화한 1937년 전후부터 경북 봉화군 소천면 고선리 일대의 태백산에서도 원시림을 벌목했다. 조선총독부 공기업인 ‘조선임업개발’을 통해서 지름 2m 가까이 되는 원시림 금강소나무를 10년 이상 베어갔다. 전쟁을 수행하는 군수물자로 금강소나무가 필요하여 조직적으로 벌목한 것이다. 지금도 봉화 소천면 고선리 구마동계곡에 태백산 벌목을 수행한 조선임업개발주식회사 사무소의 터가 그대로 남아 있다. 2007년에 남부지방산림청에서 이 터에 ‘금강소나무 벌목 기억의 비석’을 설치했다.

1941년 이후에는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응봉산 덕풍계곡에 산림철도를 부설하여 금강소나무 원시림을 수탈했다. 지금도 덕풍계곡에는 산림철도 노반 흔적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다.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대의 5000㏊가 산림지역에 산림철도 노반과 궤도를 설치하여 체계적으로 금강소나무를 벌목했다. 베어낸 나무는 산림철도로 동해안 삼척시 원덕항까지 반출했다. 그리고 선박에 적재하여 일본 본토로 실어 나갔다. 당시 벌목용 궤도의 노반은 지금도 계곡에 5㎞ 이상 남아 있다. 또한 궤도로 사용된 레일도 계곡 곳곳에 박혀 있던 것을 동부지방산림청과 풍곡리 주민들이 수거해 따로 보관하고 있다.

이번에 밝혀진 원시림 수탈의 기록은 일제강점기의 근대화가 실상은 수탈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일제의 식민지 근대화가 수탈로 점절된 역사였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자료 중 하나다. 일제는 대표적인 국립대학교를 통해 한반도의 백두대간에서 산림 연구와 실습을 하는 것처럼 모양을 갖추었다. 그러나 실상은 철저한 수탈이었다.

백두대간은 한반도 생태축으로 우리 자연과 산림의 터전이다. 이곳에서 일제강점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기록하고 정리하는 노력은 중요하다. 백두대간 문화역사 차원에서 기록을 정확하게 남겨야 할 것이다. 일제강점기 사라진 우리의 생태산림 자원과 문화역사 자원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원시림은 태곳적부터 이어져 오며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고 보전된 숲을 말한다. 현재 남한에 이런 숲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국립공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생태경관보전지역 등 보호구역을 잘 보호하고 관리하면 원시림에 가까운 생물다양성의 보고가 될 수 있다. 앞으로 30~40년 동안 더욱 철저하게 보존 중심으로 보호구역 관리를 해 나간다면 일제에 의해서 사라진 원시림과 같은 산림생태계를 다시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1. 원시림을 벌목하여 일본으로 운송하기 위해 야적한 곳이다.

2. 연습림에서 원시림을 벌목하여 남강을 통해서 동해안으로 운송하는 모습  

3. 봉화 태백산의 원시림 벌목을 기록한 비석

4. 낙동정맥 삼척 덕풍계곡의 산림철도 궤도

202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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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솜 자연생태팀장 (070-7438-8533, leeds@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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