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과 국립공원 침엽수 기후위기로 집단고사
생물다양성 위기의 본격 징후
녹색연합 10년간 현장 조사 결과 보고서로 발간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의 침엽수가 기후위기로 집단 고사에 내몰리고 있다.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는 멸종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분비나무는 기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집단 고사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전나무 역시 거목을 중심으로 기후 스트레스에 의한 고사 경향이 확인되고 있으며, 소나무는 금강소나무가 서식하는 보호구역에서 집단 고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녹색연합은 2026년 4월 5일 식목일에 「2026 백두대간 국립공원 기후위기 침엽수 보고서」를 발간·발표한다. 이 보고서는 지난 10년 동안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에서 기후위기로 인해 고사한 침엽수의 실태를 현장에서 모니터링하고 진단·분석한 결과다.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분비나무, 전나무, 금강소나무 등 주요 침엽수의 집단 고사 현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위기의 징후와 진행 양상을 체계적으로 분석·정리했다.
10년간의 조사 결과, 한반도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생물다양성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한라산과 지리산을 중심으로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는 빠른 속도로 집단 고사가 진행되며 멸종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한반도 비무장지대 이남의 아고산대 및 산림 지역에 서식하는 침엽수는 두 가지 뚜렷한 패턴을 보인다. 첫째, 위도상으로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집단 고사가 확산되고 있다. 둘째, 고도상으로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고사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동아시아를 비롯해 아시아, 유럽, 북미 등지에서 나타나는 침엽수 집단 고사 경향과도 일치한다. 다만 한반도의 백두대간 침엽수 서식지는 대륙의 최남단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온, 가뭄, 건조 등 기후위기의 영향을 더욱 직접적이고 강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일본, 북한의 경우 전나무속(Abies)과 가문비속(Picea)이 기후위기 영향 속에서도 병해와 결합된 초기 고사 단계이거나 서식지 이동이 일부 나타나는 양상을 보인다.
반면 한국은 한라산과 지리산 등 주요 서식지가 이미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침엽수는 북쪽으로 이동하거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지만, 백두대간의 아고산대는 서로 고립된 ‘섬’과 같은 구조를 이루고 있어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결과, 서식지를 옮기지 못한 채 현재 위치에서 집단 고사에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조건을 고려할 때, 앞으로 백두대간과 국립공원 아고산대에 서식하는 침엽수 대부분은 현재와 같은 양상 속에서 집단 고사를 겪으며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녹색연합은 2016년 「한반도 기후변화 영향 고사」 발표 이후 10년간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침엽수 고사 실태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왔다. 2016년 4월 5일에는 한반도의 침엽수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쇠퇴하고 있는 현장을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당시에는 지리산의 구상나무, 설악산의 분비나무, 울진·삼척 산림보호구역의 금강소나무 등 백두대간과 국립공원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조사 결과가 제시되었다. 이는 한반도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침엽수 쇠퇴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 첫 보고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26년 4월 현재,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는 멸종 단계에 접어들었고, 분비나무, 전나무, 금강소나무 역시 전국 곳곳에서 본격적인 집단 고사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전나무속 3종 모두가 기후위기 스트레스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이 가운데 구상나무는 이미 멸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될 정도로 집단 고사가 진행되고 있다. 분비나무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남쪽 서식지부터 고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남한의 대표적인 집단 서식지인 태백산, 발왕산, 오대산, 설악산 등 네 곳 모두에서 2020년 전후부터 뚜렷한 집단 고사 양상이 확인되고 있다. 가문비속의 가문비나무도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남한에서는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계방산, 설악산 등에 분포하지만, 이 가운데 집단 서식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지리산과 계방산 두 곳뿐이다. 나머지 지역은 개체 일부가 겨우 생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국내 아고산대 가문비 서식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지리산에서 나타나는 변화이다. 지리산의 천왕봉–중봉 구간과 반야봉 일대에서는, 구상나무 집단 고사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가문비나무 고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리산은 백두대간 최남단에 위치한 아고산대로,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의 최대 집단 서식지다. 그러나 2020년 전후를 기점으로 구상나무는 멸종 단계에 이를 정도의 집단 고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가문비나무 역시 대표 서식지인 천왕봉–중봉과 반야봉에서 급격한 고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피해가 지리산을 비롯한 남부지방 아고산대에 집중되는 이유는 이 지역이 두 수종의 동아시아 최남단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겨울철 기온 상승과 여름철 폭염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여기에 적설량 감소와 건조가 겹치면서 침엽수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더 큰 문제는 지리산의 지형적 한계다. 해발 약 1,950m에 이르는 이 지역에서는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할 수 없고, 북쪽으로 서식지를 옮길 연결 축도 사실상 단절되어 있다. 그 결과,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이동 경로를 확보하지 못한 채 서식지 자체에서 붕괴 압력을 받고 있다.
금강소나무의 집단 고사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8년 전후부터 울진·삼척·봉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집단 고사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이후는 태백산과 설악산에서도 금강소나무의 집단 고사가 나타나고 있다. 금강소나무는 국내 소나무 품종 가운데 가장 높은 고도에 서식한다.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의 핵심 보전지역에 분포한다. 2015년 울진 소광리에서 고사는 나타나기 시작한 후 최근에는 집단 고사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나무류는 이미 병해충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 경고가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위기 고사까지 더해지고 있다.
침엽수는 상록수로 사계절 수분과 영양이 공급되어야 한다. 그런데 2010년 전후부터 겨울철 고온과 건조가 이어지고 적설량이 줄어들면서 침엽수의 수분 공급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겨울철 적설량 감소와 증발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상록수인 침엽수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극심해 지고 있다. 2월에서 4월까지 늦겨울과 초봄에 발생하는 수분 스트레스로 인해 고사가 가속화 되는 것으로 보인다. 태풍에 의한 고산의 강풍도 허약해진 침엽수의 뿌리를 뒤흔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번 녹색연합의 「2026 기후위기 침엽수 보고서」는 한반도에서 나타나는 침엽수 집단 고사가 단순한 산림 쇠퇴를 넘어 생물다양성 위기의 시작 단계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에서 발생하는 침엽수 집단 고사를 기후위기 적응 차원의 생물다양성 문제로 인식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부처 간 엇박자의 대표 사례로 지적되는 ‘구상나무의 멸종위기종 지정’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구상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 레드리스트에서 ‘위기(EN, 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음에도, 종주국이자 관리 책임이 있는 정부는 7년째 이를 외면하고 있다. 또한 일부 부처는 ‘잔존 개체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생물다양성협약의 기본 취지와 정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현장 실태조사조차 지연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침엽수 고사는 단순한 수목의 쇠퇴를 넘어서는 문제다. 고사목 증가로 인해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탐방로 주변에서는 쓰러지거나 부러진 나무가 탐방객 안전을 위협하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의 현장 관리와 보전 체계 전반에 중요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작성되었다. 기후위기의 현실을 정부와 시민 모두가 직시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이에 보고서에는 기후위기 현장을 시민이 직접 관찰하고 기록하는 ‘시민과학’과 시민 참여 방안도 함께 제시되어 있다. 이는 변화하는 생태계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대응을 위해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문의: 자연생태팀 서재철 전문위원 (kioygh@greenkore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