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고산침엽수 떼죽음 전면화

2019.04.05 | 고산침엽수

기후변화 고산침엽수 떼죽음 전면화

지리산, 오대산, 태백산, 설악산 등 고산침엽수 집단고사

기후변화 아고산대 생태계 변화 위도는 남쪽부터, 고도는 높은 곳부터 본격화

한라산 구상나무 멸종 가속화, 멸종위기종 등록 시급

 

멸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떼죽음이 심각한 양상이다. 남한 최대 규모의 고산침엽수 군락인 한라산 구상나무 서식지가 90% 가까운 고사율을 보이고 있다. 지리산도 천왕봉 중봉과 반야봉 일대에서 구상나무 집단고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백두대간의 주요 아고산대 생태계인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의 분비나무 서식지도 집단고사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 구상나무 떼죽음 현장>

 

녹색연합은 지난 2016년 4월부터 올해 3월 중순까지 약 3년간에 걸쳐 아고산대 고산침엽수의 집단고사 실태를 모니터링 했다. 주요 국립공원과 백두대간 아고산대에 서식하는 고산침엽수인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등의 집단고사 실태를 확인한 것이다. 그 결과, 구상나무 군락에서 가장 심각한 떼죽음 양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상나무는 IUCN 레드리스트(국제멸종위기종목록)에서 ‘멸종위기’단계에 등재된 종으로,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서식하는 한국특산종이다. 한라산이 최대서식지이며, 지리산이 두 번째로 큰 서식지다. 두 곳에서 모두, 특히 밀도가 높은 집단군락지에서 빠른 떼죽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구상나무 적색목록 등급 >출처: IUCN Red List of Threatened Species

 

구상나무의 2013년 멸종 위기종(EN) 평가는 1998년 ‘위기 근접종(NT)’에서 15년 만에 2단계 상향 조정된 것이다. IUCN은 만약 구상나무 분포면적이 10㎢ 이하로 축소된다면 ‘절멸 위급(CR)’으로 분류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다만 우리나라는 구상나무의 개체 수가 절대적으로 적지는 않다는 이유로 환경부가 지정하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구상나무와 함께 대표적 고산침엽수인 분비나무도 태백산, 청옥두타산, 발왕산, 오대산-계방산, 설악산 등의 주요 군락지에서 집단고사가 가속화되고 있다. 구상나무와 마찬가지로 분비나무도 군락의 밀도가 높을수록 집단고사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남한에서 분비나무의 밀도가 가장 높은 발왕산, 오대산-계방산, 설악산 등에서도 해가 갈수록 고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분비나무는 뿌리뽑힘과 쓰러짐 현상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태백산국립공원, 발왕산 산림보호구역, 오대산국립공원 등이 심각한 양상이다.

<뿌리 뽑힘으로 쓰러진 태백산 분비나무>

녹색연합은 지난 2016년 5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한반도 남한지역의 아고산대 고산침엽수의 집단고사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남한의 아고산대 고산침엽수가 기후변화에 의해 집단고사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해발 1200m위쪽 지역의 고산침엽수의 쇠퇴가 뚜렷하다. 이는 아고산대 생태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것을 뜻한다.

한반도 남한지역의 대표적인 고산침엽수인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등의 집단고사가 뚜렷하다. 특히 구상나무는 본격적인 멸종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향후 10년 안에 구상나무의 집단 군락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리산국립공원 중봉-하봉 구상나무 집단고사 현장>

고산침엽수의 집단고사는 위도상으로 남쪽 지역부터 북쪽 지역까지 번지고 있다. 구상나무의 경우 최남단 서식지인 한라산에서 집단고사가 먼저 나타났고, 상황도 제일 심각하다. 다음으로 심각한 곳은 지리산이다. 분비나무의 경우 태백산, 발왕산, 오대산 등에서 집단고사가 뚜렷하다. 가문비나무도 최남단 서식지인 지리산부터 본격적인 고사가 나타났다.

또한 고도상으로는 높은 고도부터 낮은 고도로 집단고사 경향이 나타난다. 한라산과 지리산의 구상나무도 해발 고도가 높은 1800m부터 1700m와 1600m 순서로 집단고사가 이어지는 경향을 볼 수 있다. 분비나무도 높은 고도인 1700m부터 1600m를 거쳐서 1500m로 집단고사가 나타난다.

그리고 대규모 군락에서 더 뚜렷하게 집단고사가 나타난다. 남한의 고산침엽수 군락 중 규모가 크고 밀집도도 높은 구상나무 군락은 한라산과 지리산 천왕봉, 중봉, 반야봉에 있다. 이곳들이 대표적인 구상나무 집단고사 현장이기도 하다. 분비나무의 경우 오대산(=계방산)과 설악산, 발왕산 등에서 집단고사 현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구상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역시 군락이 큰 곳부터 집단고사가 일어난다.

한반도 남한지역 아고산대 고산침엽수의 집단 고사는 종 자체가 사라지는 멸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생태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한반도 산림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의 균형이 무너질 것은 분명하다. 생물 다양성의 보전은 인간의 생존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또한 자연계를 구성하는 모든 종은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 어느 한 종이 멸종하면 연결이 깨지면서 전체의 균형이 깨지게 되고, 다른 생태계 구성종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미 구상나무를 비롯한 아고산대 침엽수들이 집단적으로 고사하고 있다. 앞으로 침엽수들과 함께 살고 있던 산림생태계의 여러 생물들에게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아고산대 침엽수 보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변화 고산침엽수 집단고사 대응 방안

  1. 고산침엽수의 집단고사 현황을 조사하며, 구상나무는 멸종위기종 등록을 해야 한다.
  2. 고산침엽수에 대한 보전‧관리 및 복원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3. 생태 및 산림 관련 기관들이 제각각 진행하고 있는 연구 및 보전‧복원 사업 등을 통합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4. 각 고사별 상황에 맞는 보전‧복원 대응 시나리오가 마련되어야 한다.
  5. 국가적인 차원에서 기후변화 시대 생태계의 보전을 위한 정책을 시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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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문의 : 서재철 전문위원(070-7438-8516, kioygh@green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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