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한국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곰을 비롯한 각종 야생동물은 보신용으로 사육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부가 나서서 1981년부터 웅담 채취용 곰의 수입과 사육을 장려했고, 기형적 사육곰 산업을 성장시키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이 정책은 곧 국내외의 비판을 받으며 중단되었으나, 이미 산업화되어버린 야생동물착취 관행은 지금까지도 합법의 영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야생생물법)에 따라 “재수출을 하기 위하여 수입 또는 반입하여 인공사육 중인 곰”은 처리기준인 “10년 이상”이 되면 도살하여 웅담 채취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며, 웅담을 “가공품의 재료”로 규정하여 그 유통과 섭취도 합법적 행위로 인정하고 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거래조차 제한하며 보호하는 야생생물법이 유독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사육곰을 예외적으로 착취하도록 정하는 것이다.
국제적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을 좁은 철창 안에 가두고 도살하여 웅담을 채취하는 행위가 용인되는 것에 시민사회는 꾸준히 문제제기를 했고, 그 결과, 2022년 1월, 정부·사육곰 농가·시민단체는 2026년부터 곰사육을 금지하기로 선언하고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미적지근하게 호응하던 입법부는 2023년 5월이 되어서야 야생생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사육곰의 소유·사육·증식 금지”와 “그 부속물의 양도·양수·운반·보관·섭취 금지” 등을 담고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사육곰 탈출 사고와 사육곰 보호시설에 관한 규정도 포함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사육곰 산업을 끝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법 개정안이다.
그럼에도 과거, 수 차례 발의만 되고 무관심 속에 묻혀버린 곰 사육 금지 특별법 제정 실패의 기억을 떠올리면, 이번에도 국회의 정쟁 속에 또 다시 곰들의 비극적 삶이 방치되는 결과가 나올까 걱정이 앞선다. 21대 국회의 회기가 불과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러한 불안을 부추긴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는 제21대 국회에서 곰 사육 산업이 제도적으로 종식되기를 촉구한다. 국회는 이번 임기 내에 반드시 사육곰 산업을 끝내기 위한 야생생물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어리석은 야생동물착취 산업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2023년 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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