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태어나 지리산을 거쳐 수도산, 덕유산, 가야산을 옮겨 다니며 ‘콜럼버스 곰’, ‘오삼이’라 불리던 반달가슴곰 KM-53이 폐사했다. 멸종위기종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KM-53이 남긴 우리나라 종 복원 사업의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KM-53은 지리산국립공원에 방사 후 90㎞ 떨어진 김천의 수도산에서 발견되었다 포획 후 다시 지리산에 방사했지만 또다시 수도산으로 이동했다. 이동 중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회복한 KM-53을 결국 수도산에 방사했다.
이제 지리산을 벗어나는 반달가슴곰은 KM-53뿐만이 아니다. 이미 지리산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 개체 수를 한참 넘어섰다. 덕유산에서도 반달가슴곰 서식이 확인되고, 위치추적이 불가한 개체도 다수여서 서식지 연결이 시급하다. 반달가슴곰 복원의 관할 기관이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을 벗어난 개체와 서식지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개체가 이동함에 따라 뒤따라가듯 대책을 마련할 것이 아니라 생태축 회복을 통한 종합적인 서식지 관리와 보호에 나서야 한다.
지리산의 서식지 보호 대책 역시 부족하다. 등산로와 도로로 파편화된 서식지와 탐방객 이용에 따른 대책 마련은 종복원 사업 시작부터 지적되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반달가슴곰의 안정적인 서식지 확보와 탐방객 안전을 위해 주요 서식지의 탐방로 폐쇄와 예약탐방제 전환이 필요하다. 100마리 이상 서식이 코앞이다. 반달가슴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대민 피해 지원을 넘은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KM-53의 잇단 지리산 탈출은 환경부 종복원 사업이 서식지 확대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개체 수 증가를 자축하면서 서식지 안정화를 통한 보호는 뒷전이었다. 심지어 멸종위기종의 핵심 서식지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허가하며 환경부가 나서 멸종을 부추기고 있다. 지리산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있는지금, KM-53의 죽음은 반달가슴곰 한마리가 아닌 멸종위기종 전체의 위기임을 통감해야 한다. 환경부는 멸종위기종 보호와 서식지 보전 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2023년 6월 15일
녹색연합
(문의 : 자연생태팀장 박은정 070-7438-8503, greenej@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