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은 지난 11월 11일, 시민 서른명과 함께 반이, 달이, 들이가 있는 청주동물원을 찾았습니다. 매년 녹색연합 단독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녹색연합과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가 공동으로 펼치는 ‘다똑같곰’ 캠페인의 하나로 진행되었습니다. 새로 옷을 구입하는 것이 아닌, 원래 본인이 가지고 있는 셔츠에 메시지를 입히는 ‘키후위키’ 워크숍도 진행 했고요. 이 날 함께 했던 박소려, 박다인 참가자의 후기를 소개합니다.
아이와 함께 동물원에 가는 것이 마음에 많이 걸려서, 동물원에 가자는 아이의 요청에도 자주 가지는 못했습니다. 가게 되더라도 동물들이 원래 있어야 할 곳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곤 했어요. 그랬던 저이기에 청주동물원에 있다는 곰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왜 ‘구해진’ 곰들이지? 의아했습니다. 구해서 다시 동물원에 있다는 것이 이상했거든요.
동물원 한 켠의 강의실에서 박은정활동가가 전해주는, 아주 작은 철장 속에서 자라고 있는 사육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두 세 발자국 걷고 나면 끝인 철장, 그 안에서 정형행동을 하는 곰을 보았습니다. 또 놀랐던 것은 어렵게 곰들을 구해도 받아줄 곳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곰을 받아준 청주동물원과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농장으로부터 곰을 탈출시킨 녹색연합 사육곰 서포터즈 분들이 참 대단한 일을 하셨구나, 작은 시작에서 큰 변화를 일으켰구나 싶었습니다.
제 아이는 그냥 동물원에서 신나게 놀기만 하고 싶은 8살이라 이 날 선생님들이 해주신 이야기를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겠지만, 아이와 함께 한 이 경험이 제겐 큰 의미였습니다. 이런 경험이 아이가 자라면서 ‘나’에게만 쏠린 관심이 아니라 내 주변, 소외받은 소수, 말하지 못하고 있는 자들의 삶에도 눈길을 건넬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는 좋은 토대가 될 거란 확신이 들었거든요.
20년이 넘는 세월을 누군가는 아주 큰 벽에 부딪히면서 사육곰에 관심을 가져달라 소리쳐왔기 때문에 지금 국회에서도 그 이야기에 귀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묵묵히 꾸준히 소신을 다하고 목소리를 내다 보면, 동참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거기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묵직한 힘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보니 저도 더 큰 용기를 갖고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됩니다.
앞으로 또 녹색연합의 활동을 통해 자주 만나게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참가자 박소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