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육곰들의 남은 여생이 조금이나마 곰답게 이어질 수 있도록, 구례와 서천에 곰들을 위한 보금자리(생추어리)가 지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0일, 자연생태팀의 서해, 이다솜 활동가 구례로 향했습니다. 운영을 앞둔 구례 곰 보금자리의 준비 상황을 확인하고, 운영 방침을 정하는 지역 규칙(조례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뜨거운 볕 아래에서 보금자리 곳곳을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곰들이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보완되어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간이 방사장에는 곰을 분리할 칸막이가 필요했고, 몸이 약한 사육곰들에게는 급경사 구역이 위험해 보였습니다. 야생을 만날 수 없는 곰들에게 행동풍부화(제한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다양한 자극을 제공하는 환경 조성)를 제공할 야외 방사장은 아직 허허벌판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곰을 더 잘 돌보고 불필요한 작업과 동선을 줄이기 위한 보완점들을 하나하나 기록했습니다.

현장 점검 후에는 <구례군 곰 보금자리 운영 조례안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했습니다. 생추어리의 개념과 운영 원칙, 지역 사회와의 상생 사례, 그리고 구례 보금자리가 가진 시설적 한계와 향후 과제에 대해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후반에는 환경과생명문화재단 이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구례군 양준식 의원이 제안한 <구례군 곰 보금자리 운영 및 지원 조례 제안>과 구례군청 환경과가 마련한 <구례군 사육곰 보호시설 관리 및 운영 조례(안)>을 놓고 토론했습니다.
구례군 조례(안)은 의원들에게 보고되지 않은 채 홈페이지에만 공개되었는데, 내용은 곰의 보호와 돌봄보다는 ‘관람’ 중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곰을 전시 대상으로 삼는 기존 동물원 방식이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활동가, 연구자, 구례군민, 의회 의원들은 전시시설이 아닌, 곰의 복지와 생명권을 우선하는 생추어리로 운영될 수 있도록 조례를 다듬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곰 보금자리가 인간의 또 다른 목적 아래에서 곰들을 전시하고 소비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녹색연합은 끝까지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글 자연생태팀 활동가 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