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호 초연결 | 곰 이삿짐 센터의 협력자 ④ 창작과 삶, ‘더 나은 삶’을 향한 고민 — 뚝딱씨 김진 인터뷰

2025.11.04 | NEW 녹색희망,

‘미싱 미싱 미싱 차차차!’

재봉틀과의 유쾌한 하모니로 세상과 소통하는 창작자, 뚝딱씨 김진 님을 만났습니다. 그는 손으로 만드는 모든 일을 사랑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모자를 직접 제작하며 그 과정을 영상으로 공유합니다. 김진 님과의 첫 만남은 작년 그린콘서트 현장이었어요. 알고리즘을 통해 먼저 그의 작업을 알게 된 저는, 언젠가 꼭 협업을 해보면 좋겠다는 꽤나 구체적인 상상을 하고 있었거든요. ‘뚝딱씨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캡우치를 곰으로 만든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곰우치’라는 이름까지 미리 붙여두었을 정도였어요. 그러던 중, 2024년 그린콘서트 <곰 나와라, 활짝!>에 운명처럼 김진 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재빨리 명함을 건네고, 섭외에 돌입했습니다. 그렇게 뚝딱씨와 녹색연합과의 협업 굿즈, 모자쓰고 소풍가는 곰 파우치가 탄생했답니다.


굿즈를 만들자는 제안을 받으셨을 때 어떠셨어요? 녹색연합을 처음 만나게 된 그 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가 정말 애정하는 뮤지션 이랑 님이 녹색연합과 함께 작업한다는 걸 듣고 사육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가 작년 12월 7일에 팡타개러지에서 열린 그린콘서트를 보러가게 됐습니다. 감사하게도 녹색연합 운영진 선생님들이 인사해주셔서 그 날의 인연으로 함께 작업할 수 있었어요! 평소 작업의뢰는 메일로 시작돼서 저도 모르게 몸에 힘 빡 주고 긴장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 날의 인사가 우리의 시작이었기에 좀 더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었어요. 제 주력 아이템인 캡우치에 사육곰의 모티브를 추가해 이벤트용 곰우치를 만들었고요, 그리고 후원자 리워드 상품인 소풍가는 날! 모자 쓴 곰이라는 컨셉으로 동글하고 빵실한 파우치 제작에 도움을 드렸습니다!

다양한 작업 속에서 ‘어떤 쓸모’를 고민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버려지지 않게 재탄생 시키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기도 하고요. 창작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고 싶으신지도 궁금해요.

시작은 아주 단순했어요. 빈티지 매장에서 이염된 바람막이를 싸게 사와서 모자를 만든 게 첫 시도였죠. 그걸 쓰고 매장에 다시 갔더니 사장님이 원단을 골라가라고 주셨어요. 못 팔 물건이 많으니 가져가서 어떻게든 써보라는 거였죠. 그렇게 버려질 뻔한 원단들을 주워 와서 모자나 가방을 만들었어요. 지금도 버려지는 것을 고쳐 새롭게 창작하 게 제 작업의 핵심이에요. 물론 손이 많이 가요. 바느질을 타이트하게 잡다 보니 손가락이 휘어지기도 했고, 비 오는 날이면 관절이 쑤시기도 하지만 완성된 결과물을 보면 ‘이래서 하는구나’ 싶어요.

저는 그냥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돈이나 유명세가 아니라요. 누군가가 제 작업을 보고 영감을 얻어 직접 만들기를 시작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줄 때, 저는 제 쓸모를 느껴요. ‘내가 이렇게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구나’라는 감각이요. 그래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계속 고민하는 것 같아요. 거창한 건 없어요. 다만 제가 만든 것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게 쓰이고, 누군가가 저를 보고 자기 삶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창작도, 환경 실천도, 삶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사실 최근에 번아웃이 와서 생각만하고 작업하지 않은 아이디어들이 많았어요. 세상에 이미 너무 많은 물건이 있는데 내가 계속 뱉어내는 게 맞는 걸까 하는 고민과 부담감도 있었고요. 아마 창작자들이라면 대체로 하는 고민일텐데, 이 방향이 맞는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요. 그래서 요즘은 차근차근 제 속도대로 서두르지 않으면서 회복해 나가려고 정말 100%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드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업사이클 작업의 비중을 더 높여보려고 노력중이기도 해요. 나중에는 의류를 직접 전달받아서 업사이클해 다시 돌려주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요. 저는 정말 매일 만듭니다. 무엇이 되었든!

곰 파우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공장과 소통하는 과정이 쉽지 않으셨다고 들었어요. 일정 맞추기도 어렵고, 의견 충돌도 있으셨죠. 그런데도 결과물이 잘 나왔을 때는 정말 즐거우셨을 것 같아요. 우리 모두 귀여운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그렇게 협력하던 중, 지난 9월 첫 구출이 있었습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다른 후원자분들, 아직 함께하지 않으신 분들께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구출 기사를 보고서 정말 물개박수를 쳤습니다. 그 좁은 철창에서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던 곰들이 이제 편하게 누울 수 있는 곳에서 쾌적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고 행복해요! 함께 동참해주시고 녹색연합의 길을 응원해주신 선생님들께… 사랑을 보냅니다! 혹시 아직 사육곰 후원에 대해 고민이시라면…! 먼저 구출된 곰들이 수박먹고 디비자(?)는 사진을 한번 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제가 다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곰우치 이벤트도 함께 했지요.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N만 뷰 기록을 계속 갱신하고 있어요. ‘곰이사’로 3행시 짓기 이벤트였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3행시를 소개해 주세요.

곰우치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이 영상이 제발! 부디! 알고리즘 팍팍 타서! 많은 분들께 사육곰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기억 남는 삼행시는… “곰:도리들아 나 삼행시는 자신 없어… 이:런 무능한 나지만 사:랑스러운 너희들이 앞으로 행복하길 기도할게”가 기억에 남아요! 삼행시 자신 없다고 하셨으면서 너무 잘해버리셨다!

인터뷰를 경쾌하게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뚝딱씨 버전의 곰이사 3행시! 듣고 싶어요! 자~ 운 띄울게요. 곰!이!사!

곰:방 구출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려서 미안한 마음이야

사:이다처럼 개운하고 통쾌한 앞으로의 날들을 응원할게!! 싸랑해!

세상에는 참 멋진 사람들이 많아요. 그중에서도 자신이 믿는 방향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의 빛은 유독 따뜻합니다. 김진 님의 미싱 소리에는 그런 에너지가 깃들어 있어요. 그가 바느질로 꿰매는 건 단지 천의 조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을 향한 믿음과 마음의 연결선이기도 합니다. 함께한 협업의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곰의 소식을 전하며 ‘함께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느꼈습니다. 그의 고민과 노력이 담긴 ‘모자쓰고 소풍 가는 곰 파우치’가 누군가의 일상에 따뜻한 온기가 되길 바랍니다. 전 세계에 단 100개밖에 없는 곰 파우치! 아직 철창을 벗어나지 못한 곰들을 위해 곰 이삿짐 센터에 기부해 주시면 바로 곁에 두실 수 있습니다!

연천 농가 사육곰에게 곰 파우치를 소개해 봤어요. 이 곰은 현재 구출되어 구례 보호시설로 이사 완료!

인터뷰와 정리: 홍보팀장 배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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