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모아야 할 때 (제70회 CITES 상임위원회)

2018.10.17 |

10월 1일부터 5일까지 러시아 소치에서는 제70회 CITES상임위원회가 개최됐습니다. 지난 15년간 한국의 사육곰 종식을 위해 녹색연합과 함께한 WAP(World Animal Protection)의 초청으로 저희도 이곳에 참여했습니다.

CITES. 사육곰 활동을 지켜봐온 녹색연합 회원님들은 잘 알고 계실겁니다. CITES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으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가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현재 183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이 협약은 1975년 발효됐고 우리나라는 1993년 7월에 가입했습니다.

소치 현장에는 전 세계에서 온 정부 관계자 그리고 CITES 관련 활동을 펼치는 NGO 관계자가 모였습니다. CITES 상임위에서는 기본적으로 재정과 행정문제를 다루며 각 국의 CITES 이행상황을 검토합니다. 또, 특정 종을 주제로 논의하기도 합니다. CITES 상임위원회의 주요 역할은 CITES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당사국총회(COP)에서 논의할 의제를 선정하고 결의안 초안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당사국총회에서 결의안을 승인하면 모든 협약국은 그 결의안을 따라야하기 때문에 상임위원회 미팅은 아주 중요한 행사이자 과정입니다.

본 회의장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회의와 논의가 매일매일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본 회의장 주변 곳곳에서도 크고 작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주로 NGO들이 진행하는 부대행사입니다. 각 단체는 부대행사를 통해 각 의제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결의안으로 상정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분주합니다. 녹색연합이 이번 CITES 상임위원회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부대행사를 위해서입니다.

녹색연합과 오랜 기간 협력하고 있는 WAP는 국제적인 사육곰 문제와 불법 웅담 거래 문제를 환기시키기 위해 부대행사를 열었습니다. 저희 녹색연합은 이 부대행사에서 한국의 곰 사육 역사와 국내 불법 웅담 거래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민관이 협력하고 사육곰 증식금지사업을 진행하는 등 웅담산업을 멈추기 위한 한국의 행보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 불법 웅담 거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도 고무적입니다. 한국은 성공적이고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국제적으로 사육곰의 상황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20,00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중국의 웅담산업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불법 웅담/곰상품 거래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확인되며 2014년 인터폴 자료에 따르면, 국제 불법 곰 상품 거래 규모가 약 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곰 문제는 이미 국제적인 문제입니다. 곰 상품 공급처 역시 한 나라에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국 관광객들은 베트남으로 보신관광을 가고 중국의 곰 상품 수요를 맞추기 위해 미얀마와 라오스에 신규 농장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로 들어가는 곰 상품들은 절반이 중국과 베트남산입니다. 복잡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러 국가 간의 협력과 공조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행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사육곰과 곰 상품 불법 국제거래 문제에 이목을 집중시켰고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그리고 수년 만에 다시 곰 의제가 상임위원회 본회의에서 채택됐습니다.

이제 당사국총회입니다. 내년 총회에서 곰 사육 산업·불법 곰 상품 거래를 저감시키고 종식시키기 위한 결의안이 채택된다면 해당 산업에 확실한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 스리랑카(2019 CITES 당사국총회 개최지)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바랍니다.

 

*** 아시아흑곰(반달가슴곰)을 포함한 모든 곰 종은 CITES 부속서Ⅰ, 부속서Ⅱ에 포함되며, 부속서에 포함된 생물종의 국제거래는 연구, 교육 등의 아주 제한적인 목적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 글 :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최승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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