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츄어리 답사기 1. 라오스 Tat Kunag Si Bear Rescue Centre

2019.07.04 |

작년 12월 7일 강원도 동해의 한 농가에서 사육곰 반이, 달이, 곰이를 구출한지 벌써 6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당시 많은 시민의 관심과 후원 속에 사육곰 구출을 진행할 수 있었고 더 많은 곰을 구출할 비용이 남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농가에서 사육곰을 구출해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장 사육곰을 구출하는 일들과 함께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외국에 있는 보호시설을 둘러보고 조언을 얻기 위해 라오스와 베트남을 향했다.

 

먼저 찾아간 곳은 라오스 루앙프라방. 루앙프라방 시내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한 꽝시 곰 보호소(Tat Kuang Si Bear Rescue Centre)는 프리더베어스에서 운영하고 있다.

미리 예약한 미니밴을 타고 보호소로 향했다. 꽝시 폭포 공원 입구를 지나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한 나무와 꽃들에 신기해하며 1분쯤 걸어가자 눈앞에 바로 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곰들은 각자가 편한 자세로 우리를 맞이했다. 앞발로 턱을 괴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곰, 해먹에 누운 채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며 자는 곰, 높은 곳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는 곰 등.

 

프리더베어스의 CEO인 Matt Hunt를 만나 라오스의 상황과 생츄어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라오스에서 곰을 사육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여전히 많은 농가에서 곰을 사육하고 있고 야생곰 밀렵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하나둘 관광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곰들은 사람이 나타나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도 않고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모습이 낯설어 묻자 이 곳에 있는 곰은 애완용으로 길러지다 구조된 터라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낮다고 한다. 해먹을 차지하기 위해 두 마리의 곰이 서로 아웅다웅 다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생츄어리에 가장 필요한 시설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가능하다면 모든 시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예산과 인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것에 맞추어 필요한 시설들을 먼저 건설하고, 짓는 곳의 상황에 따라 우선 순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 중에 한 사례로 새로 짓고 있는 곳의 생츄어리는 아직 완전히 시설이 완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울타리 등 보안 시설이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얼마 전 누군가 침입해 곰을 2마리 훔쳐갔다고 한다. 이런 곳에는 CCTV 설치가 먼저 필요할 것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프리더베어스에서 추가로 생츄어리(LuangPrabang Wildlife Sanctuary)를 조성하고 있다고 하여 그 곳도 둘러보기로 하였다. 꽝시 보호소에서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1시간 이상 달려야했다. 이 곳으로 이동을 부탁했을 때 미니밴 기사님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도착한 곳은 라오스의 뜨거운 햇살만큼 활력이 넘치고 있었다. 자원봉사 교육을 받기 위해 찾아온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고, 이곳저곳에서 시설 공사가 한참이었다. 구출된 곰들을 우선 수용해야 했기에 완전하진 않지만 필요한 시설들을 먼저 지어놓고 추가 조성중이라고 한다.

 

꽝시 보호소의 면적이 1ha인 것에 비해 이 곳은 25ha라는 거대한 면적이었다. 총 4개의 베어하우스에 100마리 이상의 곰을 수용할 수 있고 넓은 면적만큼 꽝시 보호소보다 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었다. Matt는 첫 번째 베어하우스를 보여주며 곰들을 위해 자신이 가장 원하던 형태로 만들었다며 한창 꿈을 꾸는 소년처럼 눈을 반짝였다.

이 곳의 곰들은 학대 등에 노출되어 있다가 구조되어 경계심이 많다고 한다. 넓은 곳에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여 많은 시간을 갖고 조금씩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곳에도 성격이 너무 강해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아직까지 독방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곰이 있었다. 계속 다른 친구들과의 적응 훈련을 진행하는 한편 그 때까지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이 곰의 내실과만 연결된 놀이터를 따로 만들어주었다. 그 곳에는 작은 웅덩이와 나무구조물들이 있었다. 문득 전주동물원으로 간 곰이가 떠올랐다. 반이와 달이에 비해 적응이 늦어 아직 홀로 생활을 하고 있는 곰이. 다행히 전보다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조만간 다른 곰들처럼 밖에서 뛰어놀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생츄어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 안에서 여유롭게 생활하는 곰들을 보니 생츄어리 건설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좁고 더러운 곳에서 맛없는 사료가 아니라, 넓고 쾌적한 곳에서 다른 곰들과 어울려 맛있는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우리나라 사육곰들에게도 두 번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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