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곰의 날-우리속의 곰, 자유를 꿈꾸다

2005.11.10 |



11월 3일 인사동 남인사마당에서 “2005 곰의 날-우리속의 곰, 자유를 꿈꾸다“를 주제로 사육곰반대 캠페인이 1982년 반달가슴곰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날을 기념하여 열렸다.  녹색연합은 시민들에게 웅담을 위해 사육되고 있는 곰농장의 곰들의 실상과 아직도 국내에 만연한 보신문화에 경종을 울리고자 마련한 캠페인이었다.

반달가슴곰은 CITES국제협약에 의해 전세계적인 상업 거래가 금지된 종이자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멸종위기종으로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리산반달곰복원사업팀의 복원프로그램을 통해 복원을 꾀하고 있는 종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내의 웅담거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전국 100여개 농장에서 약 1600마리의 곰들이 사육당하고 있는 역설적인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사육곰 수입이 시작된 1981년 이후로 수입중단인 1985년까지 국내로 들여온 500여마리의 곰들은 현재 그 세배인 1600마리(2004.환경부통계)에 이르렀다. 그동안 정부는 반달가슴곰의 야생동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복원프로그램실시와  동시에 사육곰 도살처분연한을 평균 25년으로 정하여 실질적인 사육곰의 웅담거래를 위한 합법적 처분을 불가능케해 왔다. 하지만 80년대 정부의 농가소득증대일환으로 시작한 곰 수입허가 정책만 믿으며 합법적으로 허락받고 곰 농장을 시작한  곰 농장주들은 국외의 곰 보호 움직임과 국내법상의 규제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엄청난 빚까지 지면서 사육을 계속해 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정부는  2005년 2월부터 시행되는 ’야생동식물보호법‘을 통해 농가의 손해보전을 위해 10년 이상의 사육 곰은 합법적인 도축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을 제정했다. 이는 목마른 사람(곰 농장주)에게 단기간의 갈증만 해소될 뿐 장기적으로 몸에는 오히려 해로워지는 탄산음료와 같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더욱이 반달가슴곰이라는 야생동물이 생명으로서 자유로울 권리를 빼앗고 국내의 웅담으로 대표되는 보신문화를 더욱 고착화 시킬 뿐이다.

이번 인사동 남인사 마당에서 열린 곰의 날 캠페인에서는 본무대에서는 한국 곰 농장에서 갇힌 채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사육곰의 현실을 풍자하는 ‘한성대 낙산극회’가 자유롭게 야생에서 뛰놀던 반달가슴곰 가족이 포획되어 사육철창에 갇혀 고통받는 단막극을 펼쳤다. 또한 부스 행사로는 사육곰의 갇힌 자유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철창체험‘행사와 사육곰 정책전환촉구를 위한 서명행사가 열렸으며, ’사육곰에게 자유를!’이라는 이름으로 친구에게 사육곰 보호 메시지가 적힌 우편엽서 보내기 행사도 함께 열렸다.



녹색연합은 우리나라의 근간인 백두대간 보전운동을 해오면서 동시에 그 안의 야생동물들의 삶에도 밀접한 관심을 가지고 보호 및 보존운동을 해왔다. 특히  ‘2004년 한국웅담거래실태조사보고서‘를 통해 한국-중국간의 웅담밀거래양상과 국내 곰 농장실태를 집중 조사한 이후 국내 사육곰 문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국내로 웅담제품을 유입하는 원천지인 중국의 곰농장실태조사 또한 진행해오고 있다.

현재 곰농장에서 곰사육을 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 베트남, 그리고 한국이다. 베트남은 2005년 곰농장의 완전폐지를 천명했다. 중국도 웅담즙채취를 불법화했다. 우리나라 환경부는 2005년 3월 24일 “장기적으로는 국내곰농장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빠른 시일내에 사육농장주와 반달가슴곰, 그리고 한국민 모두에게 이롭도록  실질적인 실천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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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날 자원봉사 후기

                                                                                                                     -자원활동가 보람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이었겠다. 햇볕이 참 나른하게 책상위로 떨어지는 오후였다. 친구는 노트 한 켠에 ‘문’이라고 썼다. “이게 무슨 말 이게~?”이라는 엉뚱한 질문에 나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문” 그렇게 쉬운 답이었으면 물어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친구는 문자를 뒤집어 놓고 ‘곰’이라고 대답했다. ‘문’을 뒤집으면 곰이 된다던 친구의 말. 무슨 시리즈니 무슨 농담이니 하는 것들이 워낙 많았던 터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았던 것이 갑자기 스치듯 지나갔다. 우리 안에 갇힌 곰들을 보면서 말이다. 친구의 말처럼 문을 뒤집으면 곰이 되지 않았다. 곰이 문을 열수조차 없는 공간, 그 공간의 곰. 그 이유가 우리에게 있었다.

입동이 며칠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볕은 뜨거웠다. 1982년 11월 4일 반달가슴곰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날도 이렇게 뜨거웠을까. 한국에서는 현재 1600마리정도가 사육되고 있다. 천연기념물이라는 화려한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곰들은 좁은 철장 속에서 한쪽 가슴에 구멍을 내고 살아간다. 우리는 그날을 상기하며, 11월 4일을 곰의 날로 지정했다.

잘못된 사육 곰 정책을 반대하고, 웅담을 위해 키워지는 곰을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카디건이며 코트며 모두 벗어던지고 우리는 모두 ‘Not for sale’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그곳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서명을 권했고, 곰을 이야기 했다.

철창 속에서 가슴에 구멍이 뚤린 채로 쓸개즙이 흐르는 곰인형이 남인사마당 한켠에 전시되어 있었다. 아이들도 어른도 그, 인형을 보곤 가까이 가는 것을 꺼려했다. 누구도 인간을 위해서 동물들이 이렇게 사육되는 것을 보고 마음 편히 다가갈 수 없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인형이더라도.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거부감과는 다르게 한국의 어디선가, 그리고 중국의 어디선가 곰들의 쓸개즙이 빠져나가고 웅담이 팔려나가는 것, 그리고 그것의 주된 소비자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기 보다는 안타까웠다.



유치원 아이들은 ‘한성대 낙산극회’ 친구들이 진행한 퍼포먼스에 함께 참여하면서 철장을 열어주었다.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곰에게 달려가는 아이들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철장을 붙들고 열어주려고 했다. 어른들의 잘못된 보신문화로 아이들은 동물도감에서나 곰의 모습을 보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안의 곰들을 꺼내려고 애쓰는 아이들. 그 아이들 앞에서 우리는 ‘몸보신’을 위해 곰들을 죽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정부의 사육곰 정책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하면서 잠깐 딴 생각을 한다. 서명을 하고, 퍼포먼스를 하고, 이것저것 둘러보는 시민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스쳐지나간다.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람들 때문에 생명들이 숨죽이고 웅크려있는 생명들이 언제쯤 기지개를 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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