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곰은 왜 농장을 탈출했을까?

2022.01.05 |

[웅담채취용 사육 곰의 현실 ③] 불법에 노출된 사육곰

용인시 곰 사육농장
용인시 곰 사육농장

지난 7월 6일 용인시의 한 곰 농장에서 반달가슴곰 2마리가 탈출했다는 재난 문자로 전국이 떠들썩했습니다. 인근 야산을 수색한 끝에 발견된 1마리는 사살당하고 말았습니다. 다른 1마리의 행방은 20여 일간 오리무중이었습니다.

곰들이 처한 처지가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남은 1마리가 잡히지 말고 산에서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기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사살이 아닌 포획으로 수색 방향이 바뀌었지만 애초 탈출한 곰이 1마리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자작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9년 해당 곰 농장이 안성에 자리 잡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곰 농장에서 2마리 곰이 탈출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그중 1마리는 탈출이 아니라 농장주가 이미 죽은 곰을 폐사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판박이처럼 닮은 이 두 사건은 사육곰 농장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감독되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곰 탈출 사고는 매년 벌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벌써 두 번째입니다. 5월 19일 울산 울주군 범서읍 야산에서 반달가슴곰이 발견되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울주군에 웬 반달가슴곰이냐며 모두가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사육곰을 불법으로 임대한 농장에서 곰이 탈출한 것이었습니다. 

곰이 농장을 달아나 실제 인명피해가 난 사례도 있습니다.  2012년 농장을 탈출했던 사육곰이 등산객을 물고 달아난 사고였습니다. 2019년 6월에는 야영장 인근에서, 2017년에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곰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곰에게도 사람에게도 위험한 곰 탈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 사육 시설이 노후되었지만 개선의 의지도 여력도 없는 농가가 대부분입니다. 곰 사육 시설 기준이 있지만 사육곰 농장에 대한 점검과 제재가 쉽지 않습니다.

곰 탈출 사고가 지속해 벌어지고 있는 농가는 개선 명령을 여러 차례 받고도 제대로 된 시설 보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나날이 열악해지는 시설에서 곰들은 그야말로 방치되고 있던 셈입니다.

새끼 곰 잔혹사

울주군 불법 농가에서 탈출 후 포획된 반달가슴곰
울주군 불법 농가에서 탈출 후 포획된 반달가슴곰 ⓒ울산소방본부

매년 탈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곰 농장은 일부 중성화하지 않는 반달가슴곰을 사육하고 있습니다. 번식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반달가슴곰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증식을 위해서는 허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농장의 환경을 보면 허가는 어불성설입니다. 그러자 농장주는 허가도 없이 매년 번식을 감행합니다. 그렇게 태어난 새끼 곰만 37마리입니다. 좁고 비위생적이고 낡은 시설에서 태어난 곰들의 건강은 당연히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6년 동안 11마리의 곰이 폐사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불법 증식이 벌어졌습니다. 새끼 곰 2마리가 농장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동안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환경부도 이번만큼은 제대로 일을 했습니다. 농장에서 새끼 곰을 몰수한 것입니다. 두 친구는 현재 구출한 사육곰들을 치료하고 보호한 경험이 있는 청주동물원에서 보호 중입니다.

불법 증식뿐만이 아닙니다. 불법으로 곰을 임대해 자격이 없는 개인이 마음대로 사육하고, 이에 대한 점검도 받지 않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불법 도축 문제도 심각합니다. 다른 곰들이 보는 앞에서 곰을 도축하고, 웅담 외에 곰 고기 등을 판매하다가 적발당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불법 행위가 가능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곰 사육이 합법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지리산에서 자유를 누릴 반달가슴곰을 복원하면서, 한쪽에서는 반달가슴곰이 웅담을 빼내기 위해 길러지고 있는 모순을 하루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또 잔인한  불법 행위가 벌어질지 모릅니다.

작년 농장을 탈출해 인근 마을 농수로에서 발견된 새끼 곰이 떠오릅니다. 그 작은 몸으로 먼 길을 달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처음으로 밟아본 흙바닥의 느낌은 어땠을까요? 119 구조대에 의해 구조된 새끼 곰은 보호할 곳이 없어 다시 농장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결국 폐사했습니다. 올해 불법 증식으로 적발된 2마리 새끼 곰의 임시 보호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운 이유입니다. 

결국 불법을 조장한 것은 허술한 정책과 관리·감독이었습니다. 불법 농장주가 구속된 현재 환경부가 곰들을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가 너무나 중요해졌습니다. 부디 남아 있는 곰들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자유롭게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을 여는 첫걸음을 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여주 곰 농장에서 탈출한 새끼곰은 다시 농장으로 돌아가 결국 폐사했다
여주 곰 농장에서 탈출한 새끼곰은
다시 농장으로 돌아가 결국 폐사했다 ⓒ 여주소방서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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